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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가르쳐주는 삶의 조화


프랑스 파리의 한적한 동네, 구름 낀 하늘 아래 조르주 집에서는 매주 토요일 저녁이면 특별한 수업이 열린다. 조르주는 요리사이자 철학자인 아버지 피에르와 동네 도서관 사서로 일하는 어머니 클레르에게서 배우는 것이 많았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미각의 학교'라는 이름의 저녁 식사였다.

"조르주, 오늘 저녁은 우리가 직접 만든 바게트와 함께 치즈를 고르는 법을 배울 거야," 피에르는 부엌에서 칼을 들고 말했다. 그는 여섯 살 난 조르주를 무릎에 앉히며 말했다. "이 치즈는 꽁테야. 두꺼운 고소함 속에서 견과류 향이 나는 걸 느껴보렴. 바게트를 곁들일 때 더 풍부한 맛을 내지."

조르주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치즈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 "아빠, 근데 왜 이렇게 맛이 복잡해요?"

피에르는 웃으며 말했다. "맛은 단순히 혀로 느끼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가진 모든 감각으로 경험하는 거란다. 치즈는 우리 역사고, 와인은 그날의 햇살이고, 빵은 농부의 땀이야. 이것들을 조화롭게 고르는 건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게 아니라 문화를 배우는 거지."

그날 저녁, 식탁에는 꽁테 치즈, 신선한 바게트, 그리고 피에르가 직접 고른 지역 와인이 올라왔다. 피에르는 조르주에게 와인의 향을 맡아 보게 하고, 치즈와 함께 천천히 음미하는 법을 가르쳤다. "조르주, 와인을 입에 머금고 공기를 살짝 들이마셔 봐. 그럼 와인의 모든 향이 퍼질 거야."

몇 년이 지나고, 조르주는 열두 살이 되었다. 피에르는 조르주와 함께 동네 시장에 가서 신선한 재료를 고르는 법을 가르쳤다.

"자, 오늘은 니코아즈 샐러드를 만들어 보자. 먼저 올리브를 골라야 해. 좋은 올리브는 빛이 나고, 촉촉한 느낌이 있어야 해." 피에르는 시장의 한 상점에서 다양한 올리브를 골라내며 설명했다.

"아빠, 그냥 제일 싸고 간단한 걸 고르면 안 돼요?" 조르주가 물었다.

"물건을 사는 법은 우리가 세상과 어떻게 관계를 맺는지 보여주는 거란다," 피에르는 말했다. "싸다고 다 좋은 게 아니고, 비싸다고 다 특별한 것도 아니야. 중요한 건 그 안에 담긴 노력과 가치를 알아보는 눈이야."

조르주는 어른이 되어서도 이 교훈을 잊지 않았다. 그는 대학에서 음식 문화를 연구하며 프랑스의 미식 전통을 다른 나라에 알리는 사람이 되었다.

어느 날, 그는 파리에 살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아버지는 내게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법뿐 아니라, 삶을 맛보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 치즈와 와인, 바게트는 단지 음식이 아니라, 삶의 조화를 이루는 법을 배우는 교재였던 것이다."

그의 강연을 듣던 한 학생이 물었다. "조르주 씨, 왜 그렇게 어릴 때부터 이런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조르주는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음식을 고르고 즐기는 법은 단순한 생존이 아니라, 우리의 정체성과 삶의 방식을 배우는 과정이기 때문이야. 안전보다는 문화, 단순한 소비보다는 가치를 배우는 게 훨씬 더 긴 여운을 남기지."

그리고 오늘도 조르주는 집에서 아이들에게 치즈와 와인의 미묘한 맛을 설명하며, 아버지가 남긴 철학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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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준은 자신이 한 선택에 대해 자부심이 있었다. 대학 시절부터 봉사 동아리 활동에 몰두했고, 졸업 후에도 지역 아이들에게 학습 지원을 이어갔다. 주말도 잊은 채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며, 그는 자신의 삶을 헌신으로 가득 채웠다.

그 과정에서 동아리는 지역 사회에서 점점 더 많은 인정을 받았고, 그의 노력 덕분에 많은 아이들이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마음 한편에는 알 수 없는 공허함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는 누군가의 삶에 진정한 변화를 남겼다고 믿었지만, 자신의 헌신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 점점 더 불확실해졌다.

특히 마음을 많이 쏟았던 아이는 수민이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항상 밝고 열심히 노력했던 수민은 현준에게 특별했다. 그는 수민의 대학 진학을 위해 주말을 반납하며 공부를 도왔고, 필요한 교재도 자신의 돈으로 사주었다. 수민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을 때, 현준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하지만 대학 진학 후 수민의 연락이 뜸해졌다. 현준은 바쁜 대학 생활 속에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려 했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섭섭함이 쌓여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수민의 SNS 글을 보게 되었다.

> “앞으로도 나는 내가 원하는 목표를 향해 달려갈 거야. 여기까지 오는 동안 스스로 정말 열심히 해왔고, 나를 믿고 포기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지금까지 잘 해온 나 자신에게 칭찬하고 싶다.”



글을 읽는 순간, 현준은 마치 가슴에 돌을 얹은 듯한 무거움을 느꼈다. 글의 내용은 수민 스스로의 성장을 자랑하는 것이었지만, 그 속에서 자신의 존재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은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은 것 같았다.

그날 밤, 그는 혼자 술잔을 기울이며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나는 왜 이렇게 서운한 걸까? 결국, 내가 선택해서 한 일이었잖아. 그런데도 나를 기억해주길 바란 건 내가 욕심을 부린 걸까?”

며칠 후, 그는 여느 때처럼 동아리 회의에 나갔다. 밝은 표정을 지으려 애썼지만, 그의 얼굴에는 어딘가 모를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회의가 끝난 뒤, 동료 윤정이 다가와 말했다.

“현준 씨, 요즘 좀 힘들어 보여요. 무슨 일 있어요?”

현준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수민에게 느낀 섭섭함을 털어놓았다. 자신이 얼마나 헌신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 것 같은 상실감을 조심스럽게 고백했다. 윤정은 그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은 뒤 입을 열었다.

“현준 씨,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게 맞을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하는 일은 어차피 누군가의 감사나 인정 때문에 하는 게 아니잖아요. 물론 누군가가 기억해주길 바라는 건 당연해요. 하지만 우리가 남긴 흔적은 상대가 알아채지 못하더라도 어디엔가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하는 일의 가치는 우리가 알아주면 되는 거 아닐까요?”

윤정의 말은 단순했지만 묘하게 현준의 마음을 울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는 여전히 상처받은 마음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지만, 윤정의 말 속에서 작은 위안을 찾을 수 있었다.

“내가 남긴 흔적은 상대가 알아채지 못해도 어디엔가 남아 있을 거다…”

그는 스스로를 조금씩 다독이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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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카디아와 메리트로폴리스는 서로를 증오했다.
아르카디아는 품격과 전통을 신봉했다. 귀족의 고고한 태도와 도덕적 우월감은 그들의 정체성이었다. 반면, 메리트로폴리스는 경쟁과 능력을 숭배했다. 돈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며, 효율과 실용성이야말로 문명을 진보시키는 도구라고 믿었다.

이 두 사회의 대표 인물인 레오나와 에릭은 공개 토론회에서 맞섰다. 수백만 명이 방송을 지켜보며 그들의 입장을 경청했다.

“당신들의 사회는 천박합니다.” 레오나가 손을 들어 말문을 열었다. “돈 몇 푼으로 인간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얼마나 비인간적인지 아십니까? 우리 아르카디아에서는 품격과 전통이 인간의 진정한 가치를 결정합니다.”

에릭은 비웃듯 미소를 지었다. “품격이요? 그 품격이라는 게 결국 출생으로 정해지는 것 아닙니까? 아무리 노력해도 귀족이 될 수 없다면, 그건 단지 차별일 뿐입니다. 우리는 노력한 만큼 보상받는 정의로운 시스템을 가지고 있죠.”

“정의라니!” 레오나는 소리쳤다. “돈만 좇다가 인간성을 잃어가는 것을 정의라고 부르겠습니까? 당신들의 사회는 끊임없이 경쟁하며 서로를 짓밟습니다. 우리는 그 누구도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도록 보호합니다.”

“인간의 품위라...” 에릭은 조소를 머금었다. “귀족 계급 아래에서 비참하게 사는 사람들의 품위는 누가 보호합니까? 당신들의 전통은 인간을 속박하고, 발전을 가로막는 구시대적 유물일 뿐입니다.”

두 사람의 논쟁은 점점 격렬해졌다. 마치 누가 더 이상적이고 우월한 논리를 가지고 있는지 겨루는 듯했다. 그러나 청중들 중 상당수는 점점 지쳐갔다. 그들의 말은 화려했지만, 삶의 현실을 담기엔 공허했다.

그때였다.

무대 아래에서 한 남자가 천천히 일어섰다. 그는 비루하고 초라한 모습이었다. 허름한 옷에 구겨진 모자, 무거운 노동으로 굽은 어깨까지, 그는 한눈에 봐도 하층민임이 분명했다.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누군가는 비웃었고, 누군가는 당황했다. 그러나 그는 주저하지 않고 무대 위로 올라섰다.

“저기, 딱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사회자가 막으려 했지만, 그의 태도는 여유로웠다. 레오나와 에릭도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품격이니, 돈이니... 참 대단한 얘기들 하십니다.” 남자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저는 두 사회 어디에서도 대접받아본 적이 없네요. 아르카디아에선 태생이 하찮아서 무시당했고, 메리트로폴리스에선 돈이 없어서 무시당했습니다. 그러니 묻겠습니다. 당신들이 말하는 그 멋진 품격과 돈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겁니까?”

레오나와 에릭의 얼굴이 굳었다.

남자는 레오나를 향해 손가락을 들었다.
“당신들 아르카디아에서는 품격이 중요하다면서, 품격을 타고나지 못한 사람은 그냥 하인으로 살라고 하죠. 내가 귀족으로 태어나지 못한 게 내 잘못입니까? 품격이라는 말로 나 같은 사람을 짓밟는 건 고상한 겁니까?”

그는 이번엔 에릭을 향했다.
“그리고 당신들 메리트로폴리스. 돈만 있으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요? 내가 아무리 일해도 내 몫은 겨우 생계 유지하는 정도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시스템이 날 성공할 수 없게 만들었죠. 이게 전부 내 능력 부족 때문인가요? 아니면, 당신들 사회가 애초에 나 같은 사람은 고려하지 않는 겁니까?”

그는 숨을 고르며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결국, 품격도 돈도 당신들만 잘 먹고 잘 살겠다는 핑계 아닙니까? 내가 보기엔 둘 다 똑같아요. 남들보다 조금 나은 척하면서 자기 우월감에 취해 있는 거죠.”

남자는 그렇게 말하고는 무대에서 내려갔다. 그의 허름한 뒷모습이 무대 조명 아래 작아지며 사라졌다.

레오나는 말문을 열려 했지만,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에릭도 반박하려 했으나, 그 순간 자신이 말하려던 모든 논리가 공허하게 느껴졌다.

토론장은 침묵에 휩싸였다. 청중들도 누구 하나 박수치지 않았다.

레오나는 조용히 자문했다.
“품격...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었지?”

에릭은 고개를 숙였다.
“돈만 있으면 된다고 했는데... 정말 그게 전부였을까?”

그날 이후로 두 사회는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날의 한마디는 두 사람의 마음 깊숙이, 그리고 수많은 청중의 내면에 균열을 남겼다.

결국, 그 비루한 남자의 말처럼, 품격과 돈은 인간의 자기만족을 위한 도구일 뿐이었다.
그것이 아무리 화려하게 포장되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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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겨울은 유리에게 낯설고 차가웠다. 15년 동안 캐나다에서 살아온 그녀에게 한국은 더 이상 편안한 고향이 아니었다. 도시의 번잡함, 낯선 규칙,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은 그녀를 이방인으로 느끼게 했다.

처음 서울의 지하철에 올라탔을 때, 유리는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한 치의 여유도 없이 서로 밀착해 서 있었고, 유리는 혼자 중심을 잡으려 애썼다. 좁은 공간에서 누군가의 가방이 계속 허리를 찌르고 있었지만, 아무도 사과하지 않았다. 그녀는 어딘가 불편함을 느꼈지만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다 어느 날, 지하철에서 갑작스럽게 전화를 받았다. 영어로 된 목소리에 사람들이 그녀를 힐끔힐끔 쳐다보았다. 전화를 끊고 나니, 옆에 앉아 있던 할머니가 말했다.
“외국 사람인 줄 알았네. 우리말 못 해요?”
유리는 당황했지만 억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한국말 할 수 있어요.”
그러나 할머니는 고개를 갸웃하며 더 이상 말을 걸지 않았다. 마치 그녀가 그 자리에 속하지 않는 사람처럼 느끼는 것 같았다.

버스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유리가 환승 카드를 찍는 데 조금 시간이 걸리자, 뒤에서 한 중년 남성이 투덜댔다.
“아, 진짜. 뭐 하는 거야? 요즘 젊은 애들 답답하네.”
그 말에 유리는 얼굴이 달아올랐다. 캐나다에서는 누구도 이런 작은 실수로 사람을 재촉하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공공장소에서의 어려움보다 더 복잡한 문제들이 있었다. 회식 자리에서 누군가 유리에게 물었다.
“유리 씨는 소맥 만들어봤어요? 아니면 맥주만 마시나요, 외국식으로?”
다른 사람들은 웃으며 그녀를 쳐다봤다. 유리는 당황하며 어설프게 소맥을 섞어 보였지만, 이미 자리를 채운 미묘한 거리는 좁혀지지 않았다.

업무 회의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유리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할 때마다, 동료들은 “그건 여긴 좀 다를 것 같은데요”라며 미묘한 반응을 보였다. 동료들은 그녀를 너무 서구적이라 느꼈고, 유리는 이곳에서도 완전히 속하지 못하는 느낌을 받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유리는 점차 자신을 탓하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 이질적인가? 한국에 맞는 방식으로 바꿔야 하는 걸까?”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신을 바꾸는 것이 옳은 방법인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공공장소에서의 작은 사건들은 그녀에게 상처를 남겼다. 카페에서 영어로 된 이메일을 작성하다가 옆자리 사람들이 흘깃거리는 것을 느끼거나, 길에서 지나가는 행인에게 길을 물었을 때 돌아오는 짧고 차가운 대답들.

그러던 어느 날, 유리는 인터넷에서 다문화 커뮤니티를 발견했다. 다양한 나라에서 한국으로 온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었다. 유리는 처음으로 자신이 느꼈던 어려움을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었다.
“한국에서는 내가 외국인처럼 보이고, 외국에서는 한국인처럼 보였어요. 결국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다른 사람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그 모임에서 만난 한 참가자가 말했다.
“경계에 있다는 건 사실 굉장한 강점이에요. 두 문화를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잖아요?”

그 말에 유리는 자신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자신의 이질감은 단점이 아니라, 두 세계를 연결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자산이었다.

유리는 회사에서 자신만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동료들에게 해외에서 배운 업무 방식을 공유하고, 국제 프로젝트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며 인정받기 시작했다.

지하철에서 누군가 영어로 길을 묻는 외국인을 발견했을 때, 유리는 적극적으로 나서서 도움을 주었다. 상대방의 감사 인사에, 그녀는 처음으로 자신이 연결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몇 년 후, 유리는 다문화 컨설턴트로 활동하며 자신의 경험을 나누는 일을 시작했다. 강연에서 그녀는 말했다.
“경계에 서 있는 건 처음에는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경계는 두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이방인이 아니라, 연결자입니다.”

그녀는 여전히 지하철을 타고, 버스를 이용하며 서울 곳곳을 다녔다. 그리고 더 이상 외계인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서울이라는 세계에 뿌리를 내린 연결자로 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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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는 대기업의 환경 지속 가능성 팀에서 12년간 일하며 회사의 성장을 이끌었다. 회사는 매년 “환경을 사랑합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친환경 경영을 자랑했으며, 제품마다 화려한 재활용 라벨이 붙어 있었다. 처음 입사했을 때, 현우는 자신이 지구를 보호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회사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재활용 가능하다던 포장재는 실질적으로 처리되지 못했고, 탄소 중립 배송이라는 광고는 단지 배출권을 구매해 통계만 조작한 결과였다. 소비자들은 속았고, 회사는 이익을 취했다. 그린워싱의 허울을 깨달은 현우는 더 이상 이를 외면할 수 없었다.

그는 동료들과 함께 내부 커뮤니티를 결성했다. 이름은 “진정한 녹색”. 문제 해결을 위해 구체적인 개선안을 만들고 경영진에게 직접 제안서를 제출했다. 현우는 회의 자리에서 단호히 말했다.
“현재의 환경 정책은 소비자 기만 행위입니다. 진정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투명한 정책과 실질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경영진은 그들의 말을 경청하는 듯 보였다. 며칠 뒤 회사는 언론을 통해 야심찬 선언을 발표했다.

“우리는 환경을 위해 혁신합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선도하겠습니다.”


언론과 소비자들은 열광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기존의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되었고, 오히려 환경 문제를 제기한 팀원들은 프로젝트에서 배제되거나 불이익을 받았다.

그리고 어느 날, 현우는 인사팀으로부터 통보를 받았다.
“김현우 씨, 회사 정책에 따라 오늘부로 퇴사 처리됩니다.”
그의 12년 경력은 하루아침에 끝나버렸다.

현우는 절망했다. 그는 자신의 모든 노력이 무의미해진 것 같았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물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싸웠던 걸까? 그리고 이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며칠간의 깊은 고민 끝에 그는 결심했다. 기업 내부에서의 변화는 실패했지만, 이 실패를 더 큰 변화를 위한 씨앗으로 만들기로 했다. 그는 자신처럼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새로운 비전을 세웠다.

몇 달 후, 현우는 “녹색 미래 네트워크”라는 환경 비영리단체를 설립했다. 이 단체는 기업의 그린워싱 실태를 조사하고, 소비자들에게 진실을 알리며, 정부와 협력해 실질적인 환경 정책을 제안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현우는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기업은 소비자를 속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진실을 밝혀낸다면,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습니다. 변화는 우리 모두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비록 그의 길은 쉽지 않았지만, 현우는 자신이 진정한 변화를 위해 나아가고 있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언젠가 그의 목소리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아, 환경을 위한 새로운 시대를 열 것이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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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은 아이가 식탁 위에서 우유를 엎질렀을 때 본능적으로 소리를 질렀다.
“조심하라고 몇 번을 말했니? 또 엎질렀잖아.”

아이는 움츠리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 순간, 서영의 머릿속에서 오래 잠들어 있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 시작했다.


“너는 왜 그렇게 덤벙대니? 엄마 힘든 거 몰라?”
어머니가 서영이 깬 접시 조각을 치우며 한숨을 쉬던 모습. 방 한쪽에서 조용히 울던 어린 서영.

“네가 좀 더 잘했으면 좋겠어. 남들처럼.”
시험 성적표를 받아든 어머니의 눈빛. 초등학교 교실 창밖으로 친구들이 뛰노는 모습을 보며 무거운 마음을 숨겼던 어린 시절의 자신.

“엄마가 이래서 걱정이 많다, 서영아.”
중학생 때, 어머니가 가벼운 한숨과 함께 건넨 말. 그 말에 내심 상처받으면서도 말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


서영의 가슴이 갑자기 조여 오는 듯했다. 떠오르는 장면들은 단순한 기억이 아니었다. 어릴 적 어머니의 말과 표정은 그녀의 몸과 감정에 새겨져 있었다. 지금의 자신이 바로 그 시절의 어머니와 닮아 있다는 사실이 서영을 깊이 흔들었다.


그날 밤, 서영은 잠들지 못한 채 침대에서 뒤척였다. 아이를 혼낸 일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나도 어머니처럼 행동하고 있잖아. 내가 싫어했던 그 방식 그대로.”

서랍 속에서 무언가를 찾던 그녀는 대학 시절 읽었던 심리학 책을 우연히 꺼냈다. 책장을 넘기던 중, 한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감정과 행동은 대뇌변연계에 각인되어 본능적으로 반복된다. 하지만 대뇌피질의 힘으로 이를 통제하고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다.”


책을 내려놓으며 서영은 어머니가 떠올랐다. 그녀가 항상 자신을 탓하거나 지적했던 이유를 어렴풋이 이해할 것 같았다. 어머니도 할머니에게 같은 방식으로 상처받고 자랐다는 것을 기억해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단지 자신이 배운 대로 반응했을 뿐이었다.

“엄마도 힘들었겠지. 그 짐을 나에게 넘긴 건 미워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었을 거야. 하지만 나는 다르게 해야 해. 여기서 끊어야만 해.”

책을 다시 들여다보던 서영은 이런 구절에 눈길이 멈췄다.

“세대 간에 이어지는 감정과 행동의 고리는 끊어낼 수 있다. 그것은 의식적으로 선택하고 반복적으로 새로운 패턴을 실행할 때 가능하다.”

그녀는 결심했다. 아이에게 더는 무겁고 고된 유산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다음날 아침, 서영은 식탁에서 아이가 또다시 우유를 엎질렀다.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지만, 이번엔 잠시 멈추고 심호흡을 했다.

“이건 대뇌변연계가 나를 반응하도록 끌고 가는 거야. 하지만 나는 선택할 수 있어.”

서영은 아이를 부드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괜찮아,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어. 조금씩 나아질 거야. 엄마가 도와줄게.”

놀란 아이가 서영을 올려다보았다.
“엄마, 나 혼내지 않아?”

서영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 보려고 해. 우리 같이 노력해 보자.”


에필로그

몇 년 후, 서영은 고등학생이 된 아이와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가 말했다.
“엄마, 가끔 친구들이 화낼 때 나도 화내고 싶어질 때가 많아요. 그런데 멈추고 생각하면 꼭 화를 낼 필요는 없더라고요. 그러면 오히려 상황이 더 좋아지더라구요.”

서영은 그 말을 들으며 미소 지었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속삭였다.
“이 고리를 끊은 건 내가 받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함만이 아니야. 아이에게 더 가벼운 삶을 물려주기 위해서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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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몰입의 발견: 개인의 성장

현우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회사에서 중간 관리자 역할을 맡고 있었지만,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그는 자신이 점점 소진되어 가고 있음을 느꼈다. 더 많은 시간을 일에 쏟아부었지만 성과는 미미했고, 그는 스스로를 탓하며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참가한 워크숍에서 한 연사가 말했다.
“당신이 진정 몰입한 상태에서는 시간과 노력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몰입할 수 있는지 스스로 깨닫는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현우는 자신이 몰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자신의 하루를 돌아보며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스마트폰 알림, 끊임없는 이메일, 그리고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려는 습관이 몰입을 방해하는 주범이었다.

현우는 결심했다.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자. 그리고 그 과정 자체를 즐기자.”

그는 업무 환경을 정리하고, 하루를 명확히 분리된 시간대로 나눴다.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확보하고, 가장 중요한 일을 우선순위에 두었다.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몰입 상태에 빠지자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일을 해냈고, 창의적 아이디어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현우는 몰입을 통해 점차 대체할 수 없는 인재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는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내가 이 회사에서 어떤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까?”
그는 단순히 지시를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업무를 독창적으로 접근하며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린치핀이 되었다.

예를 들어, 회사의 제품 전략이 정체되었을 때, 그는 소비자 데이터를 분석하고 새로운 기획안을 제안했다. 이 기획은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했고, 그는 회사 내에서 핵심 인재로 인정받게 되었다.


2. 원칙의 힘: 조직의 성장

몇 년 후, 뛰어난 성과를 인정받은 현우는 팀장으로 승진했다. 그러나 조직 관리의 현실은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했다. 팀원들은 서로 다른 의견을 주장하며 갈등을 빚었고, 중요한 의사결정은 번번이 지연되었다.

그는 문제의 원인을 고민하던 중 자신의 경험을 떠올렸다.
‘개인으로서 몰입했을 때처럼, 조직도 체계적인 원칙 아래 몰입 상태를 만들어야 한다.’

현우는 팀원들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화를 시작했다.
“우리가 갈등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요?”

팀원들은 솔직히 말했다.
“감정적인 갈등보다는 명확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각자 다른 판단 기준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현우는 팀원들과 함께 팀의 핵심 원칙을 세우기로 했다.

- 모든 결정은 데이터에 기반한다.

- 피드백은 솔직하고 투명하게 주고받는다.

- 실수는 문제 해결의 기회로 삼는다.

처음엔 불편해하던 팀원들도 점차 이 원칙에 익숙해졌다. 의사결정 과정이 간소화되고, 불필요한 논쟁이 줄어들었다. 팀원들은 각자의 역할에 몰입하며 팀 전체의 성과를 끌어올렸다.


3. 위대한 조직으로: 경영자의 성장

현우는 팀장으로서 성공을 거두고, 마침내 회사의 대표가 되었다. 그러나 회사의 성장 속도는 한계에 부딪혔다. 경쟁사들은 혁신적인 제품을 출시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었고, 내부적으로는 조직 문화가 정체되어 있었다.

현우는 고민 끝에, 자신이 읽었던 책과 경험들을 떠올렸다.
‘위대한 조직은 개인과 팀의 성장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전체가 하나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는 회사의 강점과 약점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짐 콜린스의 조언처럼, “버스를 정리” 하기로 했다. 올바른 사람을 올바른 자리에 배치하고, 잘 맞지 않는 사람에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또한, 그는 팀원들에게 말했다.
“우리 회사는 단순히 좋은 제품을 만드는 곳이 아닙니다. 우리는 대체할 수 없는 가치를 제공하는, 위대한 조직이 될 것입니다.”

그는 개인의 강점을 발견하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마케팅 팀에서는 창의성이 뛰어난 팀원이 새로운 캠페인을 기획하도록 했고, 개발 팀에서는 문제 해결력이 뛰어난 팀원이 제품의 핵심 문제를 해결하도록 맡겼다.

무엇보다 그는 세스 고딘의 린치핀 개념을 강조했다.
“여러분은 단순히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역할에서 독창적이고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위대함을 이끌어낼 것입니다.”

회사는 점차 단순히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변모해갔다. 조직은 하나의 목표 아래 결속되었고, 개인의 창의성과 몰입이 조직 전체의 성과로 이어졌다.


에필로그: 인터뷰

기자는 성공적인 리더십의 대명사가 된 강현우를 만나기 위해 그의 사무실을 찾았다. 넓고 정돈된 공간 속에서 그는 편안한 미소로 기자를 맞이했다.

“강 대표님, 성공적인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이끌어내신 과정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을 텐데요,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무엇이었나요?”

현우는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몰입의 중요성을 알게 되기 전, 스스로가 무기력하다고 느꼈던 시기가 가장 힘들었어요. 하지만 몰입을 통해 작은 변화들을 이루기 시작하면서 제 자신을 믿게 되었죠. 조직 차원에서는 팀원들이 새로운 원칙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필요했어요. 갈등과 저항이 있었지만, 끝까지 투명하고 일관된 태도를 유지했을 때 팀원들이 신뢰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의 위치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철학은 무엇인가요?”

“‘성장은 몰입과 원칙, 그리고 독창성에서 시작된다’는 철학입니다. 몰입은 개인의 성과를, 원칙은 조직의 안정성을, 그리고 린치핀 정신은 위대한 가치를 만들어냅니다. 이 세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개인과 조직 모두가 진정한 위대함에 도달할 수 있죠.”

“마지막으로, 지금의 대표님을 만들어낸 스스로의 노력에 대해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현우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제 이야기가 특별하진 않습니다. 누구나 몰입할 수 있고, 원칙을 세울 수 있으며, 자신의 자리에서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그것을 스스로 발견하고 끊임없이 실행하는 게 중요할 뿐입니다.”

기자는 그의 말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인터뷰를 마친 후, 기자는 깨달았다. 성공은 거창한 계획이 아니라, 작은 순간의 몰입과 실천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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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혼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전쟁과 기근, 미움과 갈등 속에서 사람들은 하나같이 '완벽'을 찾아 헤맸다. 전설에 따르면, 완벽에 도달한 자는 세상을 구원할 지혜를 얻는다고 했다.

선지자 아르만은 이 길을 택했다. 그는 세상의 어지러움을 바로잡을 방법을 찾기 위해 완벽을 추구하기로 결심했다. 스승에게서 배우고, 책을 탐독하며, 자신을 끊임없이 단련했다. "완벽이란 흔들리지 않는 마음, 결점 없는 판단, 그리고 끝없는 지식을 의미한다." 스승의 말을 가슴에 새긴 그는 세상과 단절한 채 산 속 동굴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그는 명상을 하고, 사색하며, 몸과 마음을 다듬었다. 자신이 쓸모없는 감정이나 두려움에 휘둘리지 않도록 철저히 훈련했다. 날이 가고 달이 바뀌며 세월은 그의 수염과 머리를 하얗게 만들었지만, 그는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어느 날, 아르만은 드디어 깨달음을 얻었다. 더 이상 자신에게 어떤 결점도, 의심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완벽한 지혜와 평정을 갖추었고, 두려움과 욕망을 넘어섰다. 마침내 그는 자신이 준비되었음을 느꼈다.

'이제 내가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마을로 내려오자 사람들은 그를 경외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의 맑은 눈과 흔들림 없는 태도는 그 자체로 완벽함을 상징했다. 사람들이 물었다.
"어떻게 하면 우리도 당신처럼 완벽해질 수 있습니까?"
아르만은 답했다.
"욕망과 두려움을 버리고, 끝없는 수련을 통해 마음을 비우십시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점점 그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왜 당신은 여전히 슬퍼합니까? 이는 사소한 감정일 뿐입니다."
"왜 분노합니까? 그것은 불완전한 자아의 흔적입니다."

아르만의 말은 사람들의 마음을 더 가볍게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은 그의 차가운 태도와 이해할 수 없는 충고에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인간이 아니야. 우리와는 다르잖아."

사람들은 점차 그의 곁을 떠났고, 그는 홀로 남겨졌다.

동굴로 돌아온 아르만은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완벽을 향해 걸었던 긴 여정 끝에 그는 무엇을 얻었는가? 그는 주변의 소리 없는 공기를 느끼며 중얼거렸다.
'나는 이제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그러나 왜 이렇게 고독한가?'

완벽이란 모든 결핍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핍이 없는 상태는 곧 다른 이들과의 연결을 끊어내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완벽을 이루었지만, 그 과정에서 삶의 온기를 잃었음을 깨달았다. 인간은 결핍과 실수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연결되지만, 완벽은 그 모든 것을 거부하는 상태였던 것이다.

아르만은 세월이 흘러가는 동안 혼자였다. 처음에는 고독을 견디려 했다. 그러나 점차 그 고독은 견디는 것이 아니라 그저 존재하는 것이 되었다. 완벽은 고독과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있었다.

그는 결국 다시 마을로 내려가기로 결심했다. 마을 사람들과 같은 수준에 머무르기로 한 것이 아니라, 그들과 대화하며, 느리지만 새로운 방식을 배우고자 했다. 이번엔 예전처럼 완벽한 존재로서가 아니라, 불완전한 존재로서 다가갔다. 그는 실수를 허용했고, 결핍을 숨기지 않았다.

처음엔 사람들은 그를 경멸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말과 행동이 조금씩 그들의 마음에 닿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도 여전히 모르는 것이 많으며, 함께 살아가며 배우는 중이라고 고백했다. 그의 태도는 차갑지 않았고, 그의 조언은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완벽을 추구하며 보낸 세월 동안 얻은 고독을 완전히 떨쳐낼 수는 없었다. 고독은 그가 살아온 방식이었고, 그 속에서 그는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눈을 갖게 되었다.

"완벽의 끝에는 무엇이 있었습니까?"
어느 날 한 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아르만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끝없는 고독이 있었다. 그러나 그 고독이 나를 다시 사람들 속으로 데려왔다."

그는 말을 마치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완벽과 고독의 무게를 짊어진 채, 그는 여전히 길 위에 있었다. 그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는 아무도 몰랐지만, 그의 발걸음은 이전보다 조금 더 가벼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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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 인간의 시간 사용을 분석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 획기적인 도구 "LifeMap"이 세상에 등장했다. 이 앱은 사용자가 어떤 활동에 얼마나 시간을 쓰는지 자동으로 기록하고, 이를 기반으로 생산성 지수(PQ)와 웰빙 지수(WQ)를 산출했다. 두 지수는 곧 개인의 삶의 효율성과 만족도를 상징하는 글로벌 표준이 되었고, 많은 회사와 기관은 이 데이터를 고용, 승진, 대출 심사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민준은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첫 월급을 받으며 시작한 그의 커리어는 어느새 7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성과는 늘 제자리걸음이었다. 그는 동료들이 점점 높은 PQ를 기록하며 승진하는 것을 지켜보며 자신도 LifeMap을 설치했다. 하지만 첫날 화면에 뜬 점수는 충격적이었다.

PQ: 47.

WQ: 32.


이 숫자들은 그가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내고, 얼마나 자신을 돌보지 않았는지를 무자비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민준은 앱이 보내는 주기적인 알림에 따라 하루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현재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처음엔 매번 짜증이 났지만, 곧 그는 점차 자신의 패턴을 인식하게 되었다.
새벽 2시까지 넷플릭스를 보고 늦잠을 잔 날에는 WQ가 떨어졌고, 집중하지 못한 작업 시간이 쌓일수록 PQ는 바닥을 쳤다. 반대로, 규칙적인 운동과 명상을 하면 점수는 눈에 띄게 올라갔다.

그는 점수를 개선하기 위해 작은 습관부터 바꿨다. 아침에 스마트폰을 보는 대신 스트레칭으로 시작했고, 업무 중에는 90분 집중-10분 휴식 루틴을 실천했다. 저녁에는 책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변화는 빠르게 나타났다.

PQ: 47 → 65 → 78.

WQ: 32 → 50 → 68.


높아진 점수는 회사에서도 인정받았다. 상사는 그를 더 중요한 프로젝트에 배치했고, 동료들은 그의 변화를 부러워했다. 민준은 처음으로 자신의 성장을 실감하며 자신감을 얻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민준은 LifeMap의 또 다른 면을 보게 되었다. 동료들 사이에선 점수를 조작하기 위한 편법이 난무했다. 활동을 허위로 기록하거나, 불법적으로 점수를 높이는 해킹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편, 점수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도 많았다. 친구 은호는 높은 PQ를 유지하기 위해 잠을 줄이고, WQ를 올리기 위해 억지로 요가 수업에 참석했다. 하지만 정작 은호의 눈은 항상 피로에 가득 차 있었고, 진정한 만족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민준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내가 정말로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는 걸까, 아니면 점수를 위한 삶을 살고 있는 걸까?”
그는 LifeMap 없이 살아가는 삶을 상상해보았다. 점수는 없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선택하며 살던 시절을 떠올렸다. 하지만 곧 그는 그 시절의 비효율성과 무기력함도 기억해냈다. 점수가 없으면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까 두려웠다.

어느 날, 회사에서 중요한 발표를 준비하던 중이었다. 민준의 상사가 회의실에 들어오며 말했다.
“민준 씨, 이번 프로젝트는 PQ 85 이상인 사람들만 배정된 거 아시죠? 다음 주까지만 준비해주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민준은 자신이 단순히 점수로 평가되는 사회에 있다는 사실을 또다시 실감했다. 아무리 자신이 열심히 노력하고 성장해도, 사람들은 그의 점수만을 볼 뿐이었다.

그날 밤, 민준은 LifeMap의 알림을 무시한 채 침대에 누워 깊은 고민에 빠졌다. LifeMap은 분명 그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지만, 동시에 점수 중심의 경쟁 사회를 만들어냈다. 자기 주도적 도구로 시작한 혁신은 이제 모든 것을 평가하고 규정짓는 도구로 변질되고 있었다.

그는 알림을 끄고 휴대폰을 뒤집어놓았다. 알림이 울리지 않는 어둠 속에서, 민준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점수가 없는 삶이라면,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열린 창문으로 바람이 불어들어왔다. 민준은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엔 또 다른 의문이 자리 잡았다. 'LifeMap 없이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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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는 기술의 전성기였다. '스마트 월드(Smart World)'라 불리는 세상에서는 모든 것이 편리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 하나로 삶의 대부분을 해결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침대 옆 스마트 스피커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기상 시간을 알려주고, 저녁이 되면 SNS 알고리즘이 하루의 감정을 좌우했다. 모든 것이 즉각적이고 효율적이었다. 하지만 그 편리함은 대가를 요구했다.

사람들은 점점 더 스마트폰에 의존했다. SNS 피드 속에는 완벽해 보이는 사람들의 사진과 성공담이 넘쳐났다. 반짝이는 명품 가방, 럭셔리한 휴양지에서의 여유로운 일상,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화려한 식사. 모든 것은 남들과의 비교를 부추겼고, 비교에서 비롯된 열등감은 삶의 의욕을 꺾었다. 사람들은 완벽해 보이는 이미지를 따라잡기 위해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사고, 더 많은 쓰레기를 만들었다.

지안 역시 그런 삶에 갇힌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매일 아침 출근길, 그는 스마트폰을 켜고 SNS를 스크롤했다. 피드 속 친구들은 그와 전혀 다른 삶을 사는 것 같았다. 누구는 해외여행 사진을 올렸고, 누구는 새로 산 고가의 가구를 자랑했다. 그는 점점 초라해지는 자신을 느꼈다. “나도 저들처럼 보여야 해.” 그렇게 생각한 그는 점점 더 많은 것을 구매했다. 최신 스마트폰, 비싼 옷, 고급 레스토랑 식사, 심지어 비즈니스 클래스 항공권까지. 하지만 물건이 쌓일수록 공허함은 더욱 커졌다. 그의 집은 쓰레기장처럼 변했고, SNS 속의 완벽한 삶과는 거리가 먼 현실만이 남았다.

어느 날, 지안은 우연히 창고에서 오래된 노트북을 발견했다. 전원이 들어오지 않았지만, 그는 서비스 센터에 맡겨 노트북을 수리했다. 복구된 데이터 속에는 대학 시절의 일기들이 저장되어 있었다. 화면 속의 지안은 지금과 완전히 달랐다. 당시 그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고민하던 사람이었다. ‘소유’가 아닌 ‘가치’를 추구하며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고자 했던 그 모습은 이제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오래된 일기를 읽으며 깨달았다. 기술은 그에게 편리함을 주었지만, 동시에 끝없는 소비와 비교의 굴레를 씌워 삶의 본질을 잊게 만들었다. 이제는 기술에 지배당하지 않는 삶을 찾아야 했다. 그는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SNS 계정을 비활성화했다. 사람들의 눈에 어떻게 보일지를 고민하는 대신,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기로 했다.

지안은 동네 책방에서 책을 빌리고, 버려진 물건들을 재활용할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그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자신과 비슷한 문제를 고민하는 사람들을 우연히 발견했다. 그들은 SNS의 비교 문화, 과소비, 그리고 늘어나는 쓰레기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지안은 그들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온라인 대화는 빠르게 오프라인 만남으로 이어졌다. 작은 카페에서 모임이 열렸고, 사람들이 각자의 경험을 나누었다. “처음에는 남들과 비교하지 않기가 어려웠어요.” “필요하지도 않은 물건들을 왜 샀는지 지금 생각하면 이해가 안 돼요.” 각자의 이야기는 다르지만, 그 근원에는 공통된 불안과 공허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지안은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놀랐다. 그들은 함께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서로가 가진 물건을 교환하거나, 오래된 물건을 수리하는 워크숍을 열었다. SNS에 의존하지 않는 삶을 연습하며,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닌 '삶을 위한 기술'을 꿈꿨다.

모임은 점차 커졌다. 지안의 이야기를 들은 새로운 사람들이 참여했고, 그들은 함께 더 큰 목표를 그렸다. 단순히 문제를 인식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기술이 사람들을 비교와 소비에서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세상을 상상했다.

어느 날, 지안은 모임 후 집으로 돌아와 오래된 노트북을 다시 열었다. 대학 시절 자신이 적어둔 한 문장이 화면에 떠 있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것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가로 산다.” 지안은 미소를 지으며 화면을 닫았다.

그의 작은 움직임은 이제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었고,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고 있었다. 비록 지금은 시작 단계에 불과했지만, 지안은 그들이 함께 만들어갈 미래가 분명히 더 나아질 것임을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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