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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은 오늘도 코치의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창 밖에는 따스한 아침 햇살이 비치고 있었지만, 그녀의 마음은 여전히 짙은 안개에 싸여 있는 듯했다.

“아침마다 불안해요,” 그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어디서 오는지 모를 걱정이 자꾸만 떠오르고, 하루 종일 그 감정에 사로잡히는 것 같아요.”

코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녀가 바랐던 ‘답’을 주지 않았다. 대신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 불안이 떠오를 때마다, 그 감정을 어떻게 다루고 계신가요?”

수진은 그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시 멈칫했다. “어... 그냥 무시하려고 해요. 그런데 계속 그 생각이 따라와서... 점점 더 불안해져요.”

코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그럼 수진 씨, 만약 그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아침에 잠깐 시간을 내어 글로 써본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요?”

수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글쓰기요?”

코치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다. “글쓰기는 마치 마음의 와이퍼 같아요. 모호한 걱정이나 초조함 같은 감정들이 종이 위에 적힐 때, 그것들이 차차 맑아지는 걸 경험할 수 있죠. 아침에 잠시 시간을 내서, 떠오르는 생각을 그대로 글로 옮겨보는 건 어떨까요?”

수진은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었다. 매일 아침 불안감에 휩싸인 채 하루를 시작하던 자신이 떠올랐다. 코치는 대답 대신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만약 아침에 글쓰기를 시작한다면, 어떤 주제로 써보고 싶으세요?”

수진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아침에 떠오르는 생각과 걱정들을 그냥 있는 그대로 써보면 좋을 것 같아요. 뭐가 나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코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펜과 노트를 건넸다. “그렇다면, 지금 한 번 써보시겠어요?”

수진은 조심스럽게 펜을 들어 노트 위에 글을 적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머릿속이 복잡해 뭘 써야 할지 몰랐지만, 펜을 움직일수록 모호했던 감정들이 조금씩 정리되어갔다. 그녀의 마음속을 가득 채웠던 불안과 걱정들이 종이 위에 풀어지자, 마치 안개가 걷히듯 마음이 맑아졌다.

몇 분 후, 수진은 펜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신기해요. 생각을 글로 적기 전에는 이 감정들이 왜 이렇게 컸는지 알 수 없었는데, 이렇게 적어보니 별게 아닌 것처럼 느껴져요.”

코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우리의 마음속엔 이미 많은 답이 있지만, 그것을 깨닫기 위해서는 잠시 멈추고 들여다볼 시간이 필요해요. 글쓰기는 바로 그런 시간을 만들어 줍니다.”

그날 이후로 수진은 매일 아침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을 괴롭히던 불안과 걱정이 차츰 흐려지는 것을 느꼈고, 자신의 감정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매일 아침 글쓰기는 이제 그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마음의 와이퍼가 되어, 하루를 맑고 투명하게 열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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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진호는 지친 표정이었지만, 그는 뭔가를 기대하는 눈빛을 숨기지 못했다. 코치와의 상담이 오늘의 유일한 휴식이자 희망 같았다. 진호는 코치 앞에 앉자마자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엔 제가 좋아하는 일에 시간을 내기가 너무 어려워요," 진호가 말을 꺼냈다. "일도 바쁘고, 가족도 챙겨야 하고… 하루가 너무 짧아요."

코치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그를 바라봤다. "좋아하는 일에 시간을 더 쓰고 싶다는 건가요?"

"네, 그게 목표인데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네요. 현실이 제 발목을 잡는 것 같아요."

"현실이요… 그 '현실'이라는 건 대체 어떤 모습일까요?"

진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음… 회사 일도 그렇고, 가정에서도 책임감이 많아요. 할 일이 끝도 없어요. 제 시간이란 게 없죠."

코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당신의 ‘할 일 목록’에서 좋아하는 일은 어디쯤 위치하고 있나요?"

진호는 잠시 말을 망설였다. "사실… 거의 마지막이죠. 하루가 다 끝나고 나서 겨우 조금 하려고 하는데, 그때쯤 되면 이미 너무 피곤해서 제대로 하기도 어렵고요."

"왜 마지막에 배치했나요?"

"다른 일들, 더 중요한 일들이 먼저 있으니까요. 가족을 위한 일, 회사에서의 책임들… 그런 것들이 우선이라고 생각했어요."

코치는 잠시 침묵을 유지하더니, 부드럽게 물었다. "당신의 ‘할 일 목록’ 우선순위를 조금 조정할 수는 없을까요?"

"쉽지 않아요. 중요하지 않은 일들이 아니니까요. 도망갈 수도 없는 일이기도 하고요."

"도망갈 수 없는 일들일까요, 아니면 그렇게 느끼고 있을까요?"

진호는 그 말에 잠시 말을 잃었다.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웃었다. "맞아요. 저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어쩌면 제가 스스로 그럴 수 없다고 벽을 세운 건 아닐까 하고요. 하지만… 다른 일들이 더 중요해 보이니까 계속 뒤로 미루게 돼요."

코치는 그를 향해 미소 지었다. "중요한 일이라 우선순위를 매긴 것도 정말 멋진 태도예요. 하지만 좋아하는 일도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진호는 고개를 저으며 생각에 잠겼다. "좋아하는 일도 중요해요. 사실… 그런 게 있어야 삶이 더 즐거워지니까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다른 일에 밀려서 계속 미루게 되네요."

"좋아하는 일에 시간을 조금 더 내기 위해, 혹시 싫어하는 일에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진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싫어하는 일을 줄이는 건 쉽지 않지 않나요? 그래도 해야 하니까 지금까지 해왔던 거고…"

"아마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한 시간은 그렇게 만들 수도 있어요."

진호는 눈을 깜빡였다. 그제야 어렴풋하게 무언가 깨달아지는 듯했다. "사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렇게 줄일 수 있는 일들이 있긴 한 것 같아요. 그런데도… 습관처럼 해왔던 것들 때문에 떠올리지 못했던 것 같네요."

코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그렇군요. 당신의 생각을 조금 바꿔서 좋아하는 일에 더 가까워질 수 있길 바라요."

진호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사실 답은 제가 이미 가지고 있었던 것 같네요. 굳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는데 말이에요."

"그 답을 이제 실행해보는 건 어떨까요? 조금씩이라도 좋아하는 일에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요."

진호는 깊은 숨을 내쉬며 마음이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 "그래요. 이제부터는 좋아하는 일에도 우선순위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해볼게요. 그러면 하루하루가 더 의미 있어질 것 같아요."

코치는 진호의 의지를 확인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한 걸음씩 시작해보죠. 응원할게요."

진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알고 있었던 답이지만, 오늘의 대화 덕분에 그 답을 행동으로 옮길 용기를 얻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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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30대 중반으로, 대기업에 근무하며 끊임없이 자기계발에 힘쓰고 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자 하는 열정이 강하지만, 이상하게도 하루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주변 사람들이 연애를 즐기고 취미 생활에 몰두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스스로가 조금 초라해지기도 한다. 업무나 개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즉흥적으로 일을 처리하는 경향이 강하며, 생각 정리나 우선순위를 고려하는 법을 잘 알지 못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바쁘고 성공 지향적인 사람"으로 보이지만, 스스로는 항상 제자리걸음 같은 느낌에 답답함을 느끼고 있다.

남자: 코치님, 저 정말 항상 바빠요. 시간이 없어요. 매일 아침부터 밤까지 일하고 있는데, 그래도 뭔가 끝이 안 나는 기분이에요. 친구들을 보면 연애도 하고, 취미 생활도 즐기고, 다양한 경험도 하면서 사는 것 같아요. 저는 왜 항상 쫓기면서 사는 걸까요?

코치: 음… 지금 하루하루가 꽤 힘드신가 봐요. 혹시 본인의 하루를 구체적으로 계획하거나, 그날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시간은 있으신가요?

남자: 솔직히 거의 없어요. 일단 해야 할 일이 떠오르면 바로 시작해요. 그냥 닥치는 대로 처리하다 보면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요.

코치: 혹시 '닥치는 대로 일한다'고 말씀하신 게 무슨 뜻인지 조금만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면 어떤 순서로 일을 시작하시나요?

남자: 아침에 출근하면서 메일 확인하고, 중요한 것 같으면 그거부터 처리하고요. 그런데 또 다른 일이 들어오면 그걸로 넘어가고… 그러다 보면 시간이 훅 지나가버려요.

코치: 그렇군요. 말씀하신 것처럼 하루를 계획 없이 시작하다 보니 일의 순서가 정해지지 않아서, 일종의 ‘불필요한 바쁨’이 생길 수 있어요. 혹시 '루틴'이나 '일과'에 대해 들어본 적 있으신가요?

남자: 루틴요? 그냥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걸 말하는 건가요?

코치: 비슷하지만, 조금 다릅니다. 루틴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일정한 방식으로 일을 시작하는 것을 뜻해요. 예를 들어, 하루를 계획하는 시간을 정해서 매일 같은 시간에 하는 것만으로도 루틴이 될 수 있어요. 이를 통해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정신적으로 정리된 상태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죠. 그런 과정을 통해 더 중요한 일에 에너지를 쏟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남자: 그럼 루틴을 정하면 일할 때 마음이 좀 더 편안해지나요?

코치: 네, 맞습니다. 사실 계획과 우선순위를 미리 정하면 급한 일과 중요한 일을 구분할 수 있게 돼요. 지금처럼 닥치는 대로 하는 것보다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하루를 마무리할 때 성취감도 더 클 수 있습니다. 지금 상태에서는 일의 흐름에 본인이 끌려가는 느낌이 들지만, 루틴을 통해 흐름을 직접 만들어 갈 수 있어요.

남자: 이해가 좀 되네요. 근데 어떤 일을 먼저 해야 할지 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코치: 좋은 질문입니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훈련이 필요한 과정이에요. 단순하게 시작해 볼까요? 가장 먼저 오늘 하루의 중요한 목표 2-3가지를 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주요 업무부터 적어보세요. 그리고 부차적인 일은 그 다음으로 밀어두는 거죠.

남자: 그러면 매일 아침에 그날의 목표부터 정리해보라는 말씀이신가요?

코치: 맞아요. 매일 아침 10분 정도 시간을 투자해서 하루의 큰 그림을 그리는 거예요. 그게 단순한 메모일 수도 있지만, 자신의 시간을 지키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어요. 그렇게 할 때 어떤 일에 시간을 집중할지 더 명확해지고, 불필요하게 바쁜 상태를 피할 수 있습니다.

남자: 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매일 아침 10분이라면 큰 부담도 아닐 것 같고요.

코치: 좋죠, 너무 거창하게 시작하려고 하지 말고, 매일 아침 10분부터 실천해보세요. 그 10분이 쌓이다 보면, 하루가 더 안정적이고 여유 있게 느껴질 거예요. 그러다 보면 연애든, 취미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시간도 생기게 될 겁니다.

남자: 네, 한 번 시도해볼게요. 매일 10분으로 제 하루가 달라질 수 있다니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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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는 코치와 마주 앉아 깊은 한숨을 쉬었다. 코치는 그를 조용히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무거운 고민이 있는 것 같군요. 무슨 일인지 이야기해 줄래요?”

민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요즘 모든 게 제 뜻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아서요. 아무리 노력해도 잘 풀리는 게 없어요.”

코치는 고개를 끄덕이며 기다렸다. 민수는 다시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살도 빠지지 않고, 외모도 별로고, 키도 좀 더 컸으면 좋겠고… 취업도 안 되고, 돈도 모자라요. 차라리 로또라도 됐으면 좋겠어요. 부자가 되고 싶기도 하고요.”

코치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물었다. “그렇군요. 민수 씨가 바꾸고 싶은 것들은 다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민수는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음… 다 제가 바라는 것들이라는 점이요?”

“네, 맞아요. 그 외에 또 다른 공통점이 있을까요?” 코치는 계속 질문했다.

민수는 잠시 머뭇거리며 답했다. “글쎄요… 다 제 마음대로 안 되는 것들이라는 점?”

코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죠. 그렇다면, 민수 씨가 지금 바꾸려고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한 번 더 깊이 생각해볼까요?”

민수는 조금 혼란스러운 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살이나 외모, 키, 직업, 돈… 전부 제 삶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들이죠.”

“그렇죠. 그런데 그 모든 것들이 민수 씨가 스스로 직접 바꿀 수 있는 것들일까요?” 코치가 부드럽게 물었다.

민수는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직접 바꿀 수 있는 건… 아니네요. 결국 제 마음만으로는 안 되는 것들이군요.”

“그렇다면,” 코치는 잠시 뜸을 들이며 질문을 이어갔다, “민수 씨가 진정으로 바꿀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민수는 조금씩 깨닫기 시작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음… 제가 할 수 있는 건… 제 말과 행동, 생각, 감정, 그리고 태도 같은 것들이겠죠?”

“맞아요,” 코치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렇다면 민수 씨의 말과 행동, 생각과 감정, 태도가 바뀌었을 때 어떤 변화가 생길 수 있을까요?”

민수는 그 질문에 잠시 멈칫했다가 천천히 대답했다. “제 태도가 바뀌면… 제 말과 행동도 달라지겠죠. 그러면 제 주변 상황도 자연스럽게 조금씩 변하지 않을까요?”

코치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좋아요. 그리고 그렇게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민수 씨가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민수는 생각하다가 말했다. “책을 읽으면… 생각과 감정이 바뀌지 않을까요? 제가 좀 더 긍정적이 되고, 태도도 달라질 것 같아요.”

코치는 미소를 지었다. “네, 좋은 방법이네요. 그렇게 민수 씨가 스스로 내면의 변화를 만들어 가면, 결국 원하는 결과에 조금씩 가까워질지도 모르겠죠?”

민수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결심했다. 외부에서만 답을 찾기보다는 자신 안에서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더 나은 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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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은 어릴 때부터 솔직함을 중요한 가치로 여겼다. 부모님이 늘 진솔하게 살아야 한다고 강조하셨고, 수연은 그 가르침을 따라 솔직하게 살아왔다. 모든 상황에서 자신의 의견을 거리낌 없이 표현했고, 누군가 거짓말을 하거나 상황을 둘러대는 것을 참지 못했다. 그만큼 자신에게는 솔직함이 자부심이자 정체성이었다.

20대와 30대 초반까지는 주변에서 "조금만 부드럽게 말해보면 어때?"라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그녀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친구들이 자신처럼 솔직하지 못해 불편해한다고 여겼고, 이를 고쳐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솔직함은 언제나 옳았고,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40대에 접어들면서부터 사람들의 태도는 변해갔다. 이제는 누구도 그녀에게 "부드럽게 말하라"고 충고하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더 조용히, 천천히 그녀에게서 멀어져 갔다. 모임에서는 그녀를 빼놓고 일정을 잡는 일이 잦아졌고, 직장에서도 동료들이 대화 중에 자연스레 그녀를 제외했다. 일상적인 회의에서도 동료들이 무심히 그녀를 피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수연은 그 변화를 온전히 느끼지 못했다. 누군가 불편해한다는 피드백조차 들리지 않았다.

퇴근 후 혼자 집에 돌아온 밤, 수연은 가끔 와인 한 잔을 따랐다. 마른 입술을 적시는 차가운 와인에 쓴웃음을 지으며, 문득 이유 모를 눈물이 흐를 때가 있었다. 분명 오늘도 진실된 하루를 보냈건만, 왜인지 알 수 없는 울컥하는 감정이 밀려왔다. 그녀는 그저 피곤해서일 거라며 아무렇지 않게 넘겼다.

그렇게 수연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점점 더 고립되어 갔다. 솔직함을 지키고 있다는 자부심 속에, 그녀는 점차 혼자 남겨지고 있었다. 누구도 그녀에게 무언가를 말해주지 않았고, 그녀는 그저 조용히 자신이 만들어낸 고독 속에 머물러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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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는 누구보다 최신 유행에 민감했다. 대학 시절부터 남들보다 한 발 앞서 트렌드를 쫓아다녔고, 직장에 들어간 후로는 ‘YOLO’를 인생 철학으로 삼았다. “인생은 한 번뿐이야! 지금 즐기지 않으면 언제 즐겨?”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외치는 것이 그녀의 자부심이었다.

그녀의 SNS는 늘 화려했다. 오마카세, 미슐랭 레스토랑, 해외 여행 사진으로 가득했고, 그 모습을 본 친구들과 팔로워들은 “너 정말 멋지게 산다”며 감탄의 댓글을 달았다. 윤희도 그런 관심이 즐거웠다. ‘내가 잘 살고 있구나.’ 사람들의 반응이 그녀의 자신감을 키웠고, 그녀의 삶은 그렇게 더욱 화려해져만 갔다.

그러나 경제 위기가 닥치면서 분위기는 급변했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지갑을 닫고 절약을 외치기 시작했다. ‘YOLO’ 대신 ‘YONO’가 유행했다. ‘You Only Need Once’라는 말이 모든 것을 설명했다. 이제 필수적인 것 외에는 돈을 쓰지 않고, 삶을 간소하게 꾸리는 것이 대세였다. 사람들이 고급 레스토랑 대신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며,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는 것을 과시하기 시작했다.

윤희는 당황했다. 당장 SNS 피드부터 달라졌다. 오마카세 사진은 사라지고 대신 도시락, 홈메이드 커피 사진이 넘쳐났다. 고급 레스토랑을 찾던 친구들조차 “이제는 아껴야지”라며 윤희의 생활 방식을 낯설어했다. 그녀는 처음에는 그들의 변화가 이해되지 않았다. “한 번뿐인 인생인데, 왜 갑자기 이렇게 태세 전환을 하는 거야?”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윤희는 스스로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나는 정말 행복했을까? 혹시 나도 그저 트렌드에 끌려 다니기만 했던 건 아닐까?’ 그녀는 혼란스러웠다. YOLO는 단지 유행일 뿐이고, 남들처럼 자신도 유행을 좇고 있었던 걸까?

이런 의문을 품고 나서자, 윤희는 과거 자신이 무심히 지나쳤던 많은 장면들이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도심 속의 조용한 카페에서 여유롭게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 벤치에 앉아 대화를 나누는 노부부, 그리고 자전거를 타며 즐거워하는 아이들. 그들은 소비와 상관없는 일상적인 행복을 누리고 있었다. 그저 순간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삶 전체에서 우러나오는 안정감이 그들의 얼굴에 묻어 있었다.

그제서야 윤희는 깨달았다. 자신이 추구했던 행복이 유행에 기댄, 일시적이고 휘발적인 것이었음을. 그녀는 “남들처럼” 행복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소비를 했고, 자신의 SNS에 올릴 수 있는 사진과 화려한 순간들만을 좇아왔다. 하지만 그런 삶이 바뀐 지금, 그녀는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 후로 윤희는 조금씩 생활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한 달에 한 번씩 무리해서 고급 레스토랑에 가는 대신, 가까운 사람들과 소박하게 요리해 함께 나누는 즐거움을 알게 되었다. SNS에 올리기 위한 여행이 아니라, 마음을 달래기 위해 집 근처 공원을 걷는 시간이 많아졌다. 유행이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을 자신만의 행복을 찾기 위해 그녀는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사람들은 여전히 “YOLO”에서 “YONO”로, 혹은 그 반대로 유행을 좇고 있었다. 윤희는 그 흐름 속에서 벗어나 더 이상 휘발적인 유행에 흔들리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 진정으로 원하는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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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훈과 민석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두 사람이다. 고등학교 시절, 태훈은 성실함 그 자체였다. 그는 학급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며, 늘 선생님들에게 모범생으로 인정받았다. 매일 밤늦게까지 교과서를 붙들고 공부하며, 성실하게 살다 보면 언젠가 보답이 올 거라고 굳게 믿었다. 그런 태훈의 눈에 민석은 전혀 다른 존재로 비쳤다. 민석은 수업에 자주 늦고, 과제는 겨우 마감 시간에 맞춰 제출하곤 했으며, 성적도 늘 보통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항상 ‘왜 이걸 이렇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을 보였다. 태훈은 그런 민석을 무시했다. ‘저렇게 게으른 애가 무슨 큰일을 해낼 수 있을까? 성실하지 않은 사람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민석을 은근히 얕보았다.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태훈은 대학을 졸업한 뒤 큰 기업에 입사해 성실하게 일했다.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 늦은 밤까지 일하며,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했다. 성실함과 꾸준함을 신념으로 삼고, 늘 회사와 상사의 기대에 부응하려 애썼다. 그는 동료들에게는 책임감 강한 직원으로 인정받았지만, 큰 프로젝트를 맡거나 승진 기회를 얻는 일은 거의 없었다. 회사가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성실함보다는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성과 효율성이었다. 그러나 태훈은 여전히 성실함만이 최선의 길이라고 믿었다. 그 믿음으로 매일같이 야근과 주말 근무를 감수했지만, 마음 한편에는 묘한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어느 날, 태훈은 사무실 한쪽에 놓인 경제 잡지를 무심코 집어 들었다가, 한 장의 사진에서 눈길이 멈췄다. 그곳에는 수트 차림의 민석이 환하게 웃으며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잡지 제목은 “소외된 이들에게 기술을, 혁신의 아이콘 민석”이었다. 태훈은 자신이 고등학교 시절 무시했던 그 민석이 맞는지 몇 번이고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잡지의 내용에 따르면, 민석은 대학 졸업 후 모바일 앱 개발에 뛰어들어 큰 성공을 거뒀다. 그의 회사는 공공 교통 접근이 어려운 지역의 주민들을 위해 저렴한 자율주행 차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소외된 지역 주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사용자가 앱을 통해 차량을 호출하면 자율주행 차량이 바로 해당 위치로 이동해 목적지까지 태워주는 서비스였다.

민석은 인터뷰에서 말했다.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키는 기술, 그게 저희의 목표입니다. 저 자신도 특별히 성실한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늘 어떻게 하면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왔어요. 그 고민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습니다.”

태훈은 충격을 받았다. 고등학교 시절 성실함만으로 민석을 무시했던 자신이 생각났다. ‘난 열심히 살기만 하면 성공할 거라고 믿었는데, 오히려 내가 무시했던 민석이 더 큰 성공을 이루다니…’ 그는 갑자기 자신이 믿어왔던 신념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성실함이야말로 모든 성공의 열쇠라고 생각해 왔지만, 민석의 이야기를 접하니 그 믿음이 허망하게 느껴졌다. 성실하게 살아온 모든 시간들이 허무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날 저녁, 태훈은 집 근처 술집에서 혼자 술잔을 기울였다. 평소라면 혼자 술을 마시는 일은 없었지만, 오늘은 견딜 수 없었다. 술이 몇 잔 들어가자 그는 문득 자신이 그토록 매달려온 ‘평범한 일상’이 갑자기 감옥처럼 느껴졌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반복된 생활, 주말마다 피로를 풀기 위해 겨우 쉬는 시간마저 이제는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민석의 인터뷰가 그의 마음속에서 모든 것을 뒤흔들어 놓았다.

태훈은 중얼거렸다.
“난, 그동안 뭘 하고 있었던 거지?”

하지만 그가 뭔가를 바꿔야 한다는 강한 갈망이 생긴 한편, 정작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성실하게 사는 것 외에 다른 삶의 방식은 전혀 익숙하지 않았다. 그는 자리에 앉아있던 자신이 그저 현실을 회피하며, 성실함 뒤에 숨은 채로 안정을 추구해왔다는 자책감에 휩싸였다. 마치 평범한 삶이라는 감옥에 스스로 갇힌 채로 지내온 것만 같았다. 태훈은 민석처럼 문제를 해결하고, 뭔가를 변화시키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 피어오르기 시작했지만, 자신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조차 모르는 상태였다.

그날 밤, 태훈은 집으로 돌아가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삶에 대한 커다란 갈등과 불안 속에서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내가 틀렸다면,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해. 이제는 나도 무언가 변화를 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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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은 자신이 점점 ‘모범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들과 대화할 때마다 말끝을 부드럽게 만들고, 상대방이 기분 나빠할 말은 돌려서 전하며,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기까지 했다. 그의 하루는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며 사는 일들로 가득 찼고, 그렇게 상대의 기대에 맞추어 행동할 때마다 자신이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마음속 어딘가에는 언제나 무거운 느낌이 자리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곧장 내뱉곤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마음속에 있는 대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점점 사회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지훈은 자신의 생각을 억누르고 다듬는 일이 당연한 듯 변해버렸다.

하루는 회사에서 후배와의 일이 있었다. 후배가 실수를 했고, 지훈은 부드럽게 다독이며 위로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이런 실수는 앞으로 어떻게든 고쳐야 해.” 그러나 그 말을 그대로 내뱉기엔 주저함이 있었다. 후배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그는 말을 삼키고 다시 다독였다.

그날 퇴근길, 지훈은 지하철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지친 눈빛에 피로한 표정이 스며들어 있었다. 그 순간 마음속 어딘가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이게 정말 나야?”

그 목소리는 마음속에 깊이 묻혀 있던, 잊혀진 자신이었다. 오랫동안 사회의 기대에 맞추며 쌓아온 껍데기들이 그의 본연의 모습을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

며칠 후, 지훈은 친구 영수를 만났다. 영수는 회사를 다니며 겉으로는 무뚝뚝하지만 마음속엔 단단한 자부심과 신념이 있는 친구였다. 영수는 지훈에게 푸념했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냥 말하는 거지, 왜 그렇게 돌려서 말해? 나중엔 도대체 누가 진짜고 누가 가식인지도 모르겠어.”

그 말이 지훈의 마음을 울렸다.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해 상대의 기분을 살피며 말끝을 다듬어왔는지 떠올랐다. 가식적으로 점철된 시간들이 쌓여가며, 그는 점점 자기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지훈은 조금씩 변하기로 결심했다. 모든 말을 완벽하게 돌려 말하려는 습관을 내려놓고, 과감하게 솔직해지기로 했다. 처음엔 쉽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의 변화에 당황했고, 그를 달리 보기 시작한 이들도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의 변화를 기쁘게 받아들였다. “지훈, 요즘 너 달라진 것 같아. 더 자연스러워진 것 같아.” 그들은 지훈의 솔직함과 더 깊은 대화를 즐겼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어떤 이들은 “요즘 너무 직설적인 거 아니야?”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고,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으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그는 깨달았다.


얼마 후, 지훈은 유리창에 비친 자신을 다시 바라보았다. 이제는 껍데기 속에 갇힌 지친 얼굴이 아니라, 온전히 드러난 자신의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생각했다.

“누군가 나를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지. 그건 그들의 자유고, 나는 내 자신으로 살아갈 자유가 있어.”

껍데기를 벗어낸 지훈은 비로소 자신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며 그렇게 자신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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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왕은 인접국과의 회담에서 거만하게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며 상대국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대화를 이끌어갔다. 회담은 결국 기대와는 다르게 끝났고, 외교 관계에 미묘한 불화가 생겼다. 그러나 왕은 이를 전혀 문제로 여기지 않고 있었다. 이를 염려한 신하 세로는 왕에게 조언하기로 결심했다.

세로는 왕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폐하, 이번 외교에서 인접국이 불편함을 느꼈던 것 같사옵니다. 폐하의 고귀한 지혜를 따르는 데는 부족함이 없으나, 조금 더 부드럽게 그들의 자존심을 배려했더라면 관계가 더 유연해졌을지 모르옵니다."

왕은 세로의 말을 듣자마자 얼굴을 찌푸렸다. "감히 나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려 드는 것이냐, 세로? 내 지혜를 네가 무엇이라도 판단할 수 있다는 말이냐?"

세로는 당황하며 잠시 말을 멈췄다. 자신의 진심 어린 조언이 오히려 왕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다. 그 이후 세로는 조언을 조심스러워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고, 그는 밤마다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 왕께서 나의 충언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실까?'

며칠간 생각을 거듭한 세로는, 왕의 강점과 자신의 부족함을 먼저 인정하고 나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하리라 판단했다.


다시 왕을 알현한 세로는 깊이 고개를 숙이며 겸손한 태도로 말했다. "폐하, 제 작은 목소리를 들어주심에 감사하옵니다. 폐하께서는 학문과 예술, 지혜와 재능 면에서 모든 백성의 본보기가 되시옵니다. 저와 같은 미천한 자는 폐하의 앞에서 감히 지식을 논할 수도 없사옵니다."

왕은 미소를 지으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너도 나의 가치를 아는구나. 그게 옳다, 세로."

세로는 계속해서 왕을 칭찬한 뒤,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저같이 무지한 자가 감히 말씀드리긴 송구하오나, 작은 외교 경험 하나만은 제게 허락된 미약한 재주인 듯하옵니다. 폐하께서 인접국의 감정을 조금 더 배려하신다면, 폐하의 지혜가 더욱 빛날 수 있을 것이라 믿사옵니다."

왕은 세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그들이 내 지혜를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고… 내가 그들을 다독이지 않은 탓이라는 말이냐?"

세로는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폐하의 지혜는 누구나 감탄할 만하지만, 사람들이 감정적으로도 다가올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다면 폐하를 더욱 따를 것입니다."

왕은 잠시 깊이 생각하더니 이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보아하니 그들이 나를 무시한 것이 아니라 다독임을 원했던 것이로구나. 네 말이 일리가 있다."


그날 이후 왕은 세로의 조언을 따랐고, 외교 문제를 보다 섬세하게 다루기 시작했다. 왕국의 외교 관계는 점점 더 안정되었으며, 왕은 세로의 충언을 진심으로 감사하게 되었다.

얼마 후, 왕은 모든 신하 앞에서 선포했다. "내가 믿는 세로를 험담하거나 그를 무시하려는 자는 처벌받을 것이다. 그는 나의 충직한 조언자이니라!"

그 말을 들은 신하들은 세로에게 감탄과 존경의 눈빛을 보내며 그의 지혜를 다시금 인정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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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는 평범한 회사원이자 소시민이었다. 매일 아침 출근해 동료들과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고, 저녁이면 집으로 돌아와 소소한 휴식을 즐기는, 그저 그런 일상이었다. 그는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보다는, 어지간한 일은 그냥 지나치고 살았다. 가끔 사람들이 타인을 비난하거나 비판하는 장면을 보면 '다들 사정이 있겠지'라며 애써 무관심한 척 고개를 돌리곤 했다.

어느 날, 출근길에 민수는 노숙자를 둘러싸고 비난을 쏟아내는 무리를 보았다. “저렇게 사는 건 본인 책임이지. 왜 사람들한테 짐만 되나 몰라.” 그들의 차가운 목소리에 노숙자는 무기력하게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그날따라 이 광경이 민수의 마음에 이상하게도 오래 남았다. ‘저 사람에게 정말 모든 책임이 있는 걸까?’ 민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생각에 잠길 틈도 없이 회사로 향하며 그 장면을 잊으려 애썼다.

그러나 그날 이후 민수의 일상은 이전과 달라졌다. 점심시간이면 동료들이 서로의 행동을 지적하며 평가하는 이야기가 예전보다 더 크게 들려왔다. “이러니까 사람들이 게을러지는 거지.”, “그렇게 살면 안 되지.” 그는 자신도 모르게 동료들이 서로를 끊임없이 도덕적 기준으로 재단하는 모습을 목격하며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제까지는 당연하게 여겼던 대화들이 이제는 낯설고도 거북하게 다가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민수는 자신의 일상 어디에나 도덕적 평가와 비난이 도사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심지어 자신이 말하거나 행동하는 모든 것 역시 누군가의 도덕적 잣대에 의해 평가받고 있었다. 그가 평소 즐기던 소소한 취미나 개인적인 선택조차도 언제든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지 사람들은 서로에게 날을 세우며 작은 실수나 취향마저 문제 삼았다.

민수는 점점 숨이 막히는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 어느 날 오랜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도, 친구들은 서로의 생활방식을 비판하고 있었다. “넌 아직도 그렇게 무계획하게 살고 있어?” “그 나이에 아직도 결혼 생각이 없다고?” 그들은 서로의 결정을 평가하며 우월감을 느끼고 있었다. 민수는 어쩐지 그들과 대화하는 것이 더 이상 편하지 않았다. 이제는 친구들과의 자리조차도 서로를 평가하고 재단하는 공간으로 변해버렸음을 깨달으며 그는 혼란스러웠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변해버린 걸까?’

어느새 민수는 ‘도덕적 지옥’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있었다. 이 사회에서 도덕이란 서로를 이해하고 돕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남을 쉽게 판단하고 얽매기 위한 도구가 되어 있었다. 그 누구도 타인의 상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마치 답을 아는 것처럼 당연하게 비난과 조소를 퍼붓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잣대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아, 이를 벗어나는 모든 이를 정죄했다. 민수는 스스로도 어느새 이런 감시와 평가의 시선 속에 갇혀버렸음을 느꼈다.

그는 더 이상 이 상황을 견디고 싶지 않았다. 민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 도덕적 지옥에서 탈출할 방법을 찾기로 했다. 육체적으로 도망칠 곳은 없었기에, 그는 마음속으로 단단히 결심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남을 판단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하는 거야.’ 그는 주변 사람들이 무엇을 하든 더 이상 쉽게 평가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다른 사람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할 때마다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을 거야’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자신의 도덕적 잣대를 내려놓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민수는 자신의 내면을 자유롭게 풀어주려는 노력을 지속했다. 그는 사람들과 적당히 거리를 두고, 더 이상 남의 삶을 비판하지 않으며, 자신도 그런 평가에서 자유로워지려고 애썼다. 여전히 주변 사람들은 끊임없이 서로를 재단하고 있었지만, 민수는 그러한 목소리들로부터 한 발짝 물러서서 자신을 지키고자 했다.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을 가지며, 그동안 쌓였던 불필요한 도덕적 부담을 하나씩 내려놓는 과정은 민수에게 새로운 안식을 가져다주었다.

비록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었지만, 적어도 민수는 이제 더 이상 도덕의 덫에 걸려들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도덕적 지옥을 벗어나기 위해 홀로 자신만의 내적 탈출을 시도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도덕을 내세워 남을 평가하고 있을 테지만, 민수는 이제 그 속박에서 벗어난 채로 자신만의 평온한 자유를 찾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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