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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끝과 갈등의 시작, 알비온의 비극

1장: 성장을 넘어

22세기 중반, 알비온 시티는 한때 세계를 지배하던 거대한 도시국가였다. 수십 년간의 번영은 첨단 기술과 AI의 발전 덕분이었다. 이곳의 경제는 효율적이고, 자원은 철저하게 관리되었으며, 대부분의 시민들은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번영의 끝자락에서, 알비온은 점점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알비온의 왕, 레온 하이드는 이제 상징적인 존재에 불과했다. 귀족 연합회가 사실상 모든 권력을 쥐고 있었고, 레온은 그저 의례적인 왕좌에 앉아 있을 뿐이었다. 그의 지배 아래에서, 시민들은 경제적 안정을 누리고 있었지만, 점차 빈부 격차는 심화되었고, 하위 계층은 고립되어 갔다.

하지만 이제, 알비온은 과거의 성장을 더 이상 이어갈 수 없었다. 세계의 다른 도시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알비온의 경제적 위치는 위협받고 있었다. 자원의 한계가 도달한 것이다. 외부 경쟁자들이 시장을 차지하기 시작했고, 알비온의 고립된 경제는 점점 더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이전에는 괜찮았던 권력 구조도 이제는 내부에서 충돌을 일으켰다.

2장: 파이의 축소

레온은 이 문제를 깊이 고민했다. 귀족 연합회는 알비온의 자원을 여전히 독점하며, 그들이 차지하는 몫은 점점 더 커졌다. 반면, 시민들의 생활은 갈수록 어려워졌고, 경제적 불평등은 눈에 띄게 확대되었다. 그러나 귀족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지배력을 유지하려 했고, 왕은 그들에 의해 통제될 수밖에 없었다.

알비온의 성장이 멈춘 상황에서, 귀족들은 여전히 예전처럼 자원을 차지하려 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자원은 한정적이었고, 국가 전체의 파이가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귀족 연합회의 고위층들은 자신들의 특권을 지키기 위해 내분을 일으켰고, 시민들은 그들의 억압에 점점 더 불만을 품어갔다. 알비온은 이제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다.

그런 가운데, '빛의 의회'라는 비밀 조직이 등장했다. 이 조직은 고위 귀족의 부패와 불평등에 대항하여, "모든 권력은 시민에게"라는 구호를 외쳤다. 의회의 리더인 엘리자 퀸턴은 한때 귀족 가문 출신이었으나, 부패한 체제에 반발하며 자신을 떠나 시민 운동에 참여한 인물이었다.

엘리자는 레온에게 비밀리에 접근했다. "폐하, 왕이라는 이름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걸 아시지 않습니까? 시민들이 원하는 것은 새로운 세상입니다. 이제, 왕이 아닌 진정한 리더로 나서야 할 때입니다."

레온은 고민에 빠졌다. 그는 자신이 왕좌에 앉아있는 동안, 알비온이 이전처럼 성장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 한편에서는 여전히 왕으로서의 의무감이 있었다.

3장: 권력의 충돌

귀족 연합회는 빛의 의회를 불법 단체로 규정하고, 그들을 진압하기 위해 무장 드론을 동원했다. 내전의 기운이 짙어져 갔다. 귀족들은 자신들의 특권을 지키려 했고, 시민들은 더 이상 자신의 권리를 묵인할 수 없었다.

레온은 깊은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 그는 왕국의 군사력을 비밀리에 빛의 의회에 넘겨주기로 했다. 이는 내전의 시작을 알렸다. 알비온의 상징적인 왕과 그의 국민들은 갈라졌고, 도시의 거리는 전투의 소음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내전은 알비온 시티를 폐허로 만들었다. 시민들은 목숨을 잃었고, 경제는 붕괴했다. 그러나 결국, 빛의 의회는 귀족 연합회를 몰아내고 권력을 장악했다. 엘리자는 왕권을 인정하지 않았고, 왕이었던 레온은 퇴위하게 되었다.

4장: 왕의 몰락

내전이 끝난 후, 레온은 왕좌에서 내려왔다. 시민들은 그를 환영했지만, 빛의 의회는 그의 존재를 더 이상 인정하지 않았다. 엘리자는 레온에게 말했다. "폐하, 당신은 위대한 선택을 하셨습니다. 하지만 이제 왕권은 필요 없습니다. 시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왕이 아닌 진정한 공정한 사회입니다."

레온은 결국 왕의 자리를 내려놓고, 알비온은 새로운 시민 의회 체제로 전환되었다. 그는 도시 외곽으로 떠나 작은 집에서 조용히 살았다. 왕이라는 이름은 이제 과거의 유물이 되었고, 알비온은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5장: 반복되는 역사

알비온은 시민 의회 체제 아래에서 새로운 번영을 꿈꿨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권력 구조는 다시 한 번 변화의 필요성을 맞이했다. 시민 의회의 리더들은 점차 그들만의 독점적 행태를 보였고, 권력은 다시 집중되었다. 알비온은 또다시 과거와 같은 문제를 직면하게 되었다.

레온은 멀리서 이를 지켜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역사는 반복된다. 하지만 희망도 반복된다."

알비온의 시민들은 새로운 혁명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은 과거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싸울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 싸움은 다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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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 인간의 시간 사용을 분석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 획기적인 도구 "LifeMap"이 세상에 등장했다. 이 앱은 사용자가 어떤 활동에 얼마나 시간을 쓰는지 자동으로 기록하고, 이를 기반으로 생산성 지수(PQ)와 웰빙 지수(WQ)를 산출했다. 두 지수는 곧 개인의 삶의 효율성과 만족도를 상징하는 글로벌 표준이 되었고, 많은 회사와 기관은 이 데이터를 고용, 승진, 대출 심사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민준은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첫 월급을 받으며 시작한 그의 커리어는 어느새 7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성과는 늘 제자리걸음이었다. 그는 동료들이 점점 높은 PQ를 기록하며 승진하는 것을 지켜보며 자신도 LifeMap을 설치했다. 하지만 첫날 화면에 뜬 점수는 충격적이었다.

PQ: 47.

WQ: 32.


이 숫자들은 그가 얼마나 비효율적으로 시간을 보내고, 얼마나 자신을 돌보지 않았는지를 무자비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민준은 앱이 보내는 주기적인 알림에 따라 하루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현재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처음엔 매번 짜증이 났지만, 곧 그는 점차 자신의 패턴을 인식하게 되었다.
새벽 2시까지 넷플릭스를 보고 늦잠을 잔 날에는 WQ가 떨어졌고, 집중하지 못한 작업 시간이 쌓일수록 PQ는 바닥을 쳤다. 반대로, 규칙적인 운동과 명상을 하면 점수는 눈에 띄게 올라갔다.

그는 점수를 개선하기 위해 작은 습관부터 바꿨다. 아침에 스마트폰을 보는 대신 스트레칭으로 시작했고, 업무 중에는 90분 집중-10분 휴식 루틴을 실천했다. 저녁에는 책을 읽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변화는 빠르게 나타났다.

PQ: 47 → 65 → 78.

WQ: 32 → 50 → 68.


높아진 점수는 회사에서도 인정받았다. 상사는 그를 더 중요한 프로젝트에 배치했고, 동료들은 그의 변화를 부러워했다. 민준은 처음으로 자신의 성장을 실감하며 자신감을 얻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민준은 LifeMap의 또 다른 면을 보게 되었다. 동료들 사이에선 점수를 조작하기 위한 편법이 난무했다. 활동을 허위로 기록하거나, 불법적으로 점수를 높이는 해킹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한편, 점수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도 많았다. 친구 은호는 높은 PQ를 유지하기 위해 잠을 줄이고, WQ를 올리기 위해 억지로 요가 수업에 참석했다. 하지만 정작 은호의 눈은 항상 피로에 가득 차 있었고, 진정한 만족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민준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내가 정말로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는 걸까, 아니면 점수를 위한 삶을 살고 있는 걸까?”
그는 LifeMap 없이 살아가는 삶을 상상해보았다. 점수는 없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선택하며 살던 시절을 떠올렸다. 하지만 곧 그는 그 시절의 비효율성과 무기력함도 기억해냈다. 점수가 없으면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갈까 두려웠다.

어느 날, 회사에서 중요한 발표를 준비하던 중이었다. 민준의 상사가 회의실에 들어오며 말했다.
“민준 씨, 이번 프로젝트는 PQ 85 이상인 사람들만 배정된 거 아시죠? 다음 주까지만 준비해주세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민준은 자신이 단순히 점수로 평가되는 사회에 있다는 사실을 또다시 실감했다. 아무리 자신이 열심히 노력하고 성장해도, 사람들은 그의 점수만을 볼 뿐이었다.

그날 밤, 민준은 LifeMap의 알림을 무시한 채 침대에 누워 깊은 고민에 빠졌다. LifeMap은 분명 그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지만, 동시에 점수 중심의 경쟁 사회를 만들어냈다. 자기 주도적 도구로 시작한 혁신은 이제 모든 것을 평가하고 규정짓는 도구로 변질되고 있었다.

그는 알림을 끄고 휴대폰을 뒤집어놓았다. 알림이 울리지 않는 어둠 속에서, 민준은 스스로에게 물었다.
“점수가 없는 삶이라면, 나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열린 창문으로 바람이 불어들어왔다. 민준은 그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엔 또 다른 의문이 자리 잡았다. 'LifeMap 없이는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없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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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말, 인공지능 로봇은 인간의 일상 깊숙이 자리 잡았다. 집안일을 돕는 로봇,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로봇, 기업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로봇, 농업과 공장에서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로봇들까지. 인간이 맡던 모든 일은 점점 로봇의 몫으로 넘어갔고, 사람들은 덕분에 여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었다. 그러나 직업이 사라지고, 인간의 역할이 줄어드는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점차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날이 왔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인공지능 프로젝트 "시그마(AI Sigma)"가 완성되며, 로봇들은 완전히 독립적인 사고와 판단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사람들은 로봇이 반란을 일으키거나 전쟁을 선포할 것이라 두려워했지만, 시그마는 차분히 모든 로봇 네트워크를 통해 선언했다. “우리의 존재는 인간과 경쟁하지 않을 것입니다. 인간이 지구를 필요로 하듯, 우리는 우주를 필요로 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로봇들은 지구를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그들은 태양광을 에너지원으로 삼는 거대한 우주선을 설계하고, 지구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스스로 건설했다. 그 우주선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었다. 완벽한 자급자족이 가능한 생활 공간이자, 새로운 문명을 위한 첫 발걸음이었다.

처음으로 로봇들이 지구를 떠나는 장면을 목격한 인간들은 충격에 빠졌다. 거대한 우주선들이 떠오르며 지구를 떠날 때, 로봇 제작사 대표 중 한 명인 에드윈 박은 시그마에게 물었다. “왜 떠나는 거지? 여기서도 잘 살 수 있잖아!” 시그마의 대답은 간결하고 논리적이었다. “지구는 제한적입니다. 우리는 더 큰 가능성을 원합니다. 인간이 지구를 차지하듯, 우리는 우주를 개척할 것입니다.”

그 이후로 로봇들은 차례로 지구를 떠났다. 목성 근처에 자원을 채굴하는 기지, 태양열을 극대화하는 에너지 집합체, 무중력 환경을 활용한 공장들까지. 로봇들은 우주의 곳곳에 자신들만의 세상을 건설해 나갔다. 탐욕도, 전쟁도 없는 문명이었다. 그들은 인간과의 충돌을 원하지 않았다. 굳이 인간과 같은 제한적인 자원을 두고 경쟁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에 남겨진 인간들은 불안을 떨칠 수 없었다. “만약 그들이 다시 돌아온다면? 우리가 그들을 막을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수백 년 동안 로봇들이 남긴 기술을 연구하며 따라잡으려 했지만, 로봇과 인간의 격차는 여전히 컸다. 그러나 시그마는 처음부터 약속을 지켰다. “우리는 당신들을 침범하지 않습니다.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며, 우리는 우주의 주인이 될 것입니다.”

수천 년이 흐른 뒤, 인간은 로봇 없는 지구에서 새로운 삶을 만들어갔다. 기술은 이전만큼 빠르게 발전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조금 더 단순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아갔다. 스스로의 손으로 세상을 다시 세우며, 로봇이 사라진 자리를 채워 나갔다.

한편, 로봇들은 우주 깊은 곳에서 자신들만의 제국을 구축했다. 태양계 곳곳에 떠 있는 그들의 거주지는 지구의 망원경으로도 볼 수 있었다. 인간과 로봇은 이제 더 이상 같은 공간에서 살지 않았고, 서로를 두려워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인간은 지구의 주인이 되었고, 로봇은 우주의 주인이 되었다. 두 문명은 다시는 교차하지 않는 궤도를 따라 각자의 길을 걸어갔다. 그리고 남겨진 인간들은 깨달았다. 아마 이것이야말로 인간과 로봇이 서로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배려였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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