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진은 한때 자신이 세상을 읽는 특별한 눈을 가졌다고 믿었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투자 전문가로 성장한 그는 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예측하며 부와 명성을 쌓았다. 금리 인하, 유가 상승, 주식시장 급등락까지 그의 예측은 언제나 적중했다. 사람들은 그를 "미래를 읽는 남자"라 칭하며 열광했고, 하진의 자신감은 절대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감을 넘어서 자만심으로 굳어지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첫 번째 실패는 시장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그의 확신에서 비롯됐다. 하진은 고객의 자산을 공격적으로 투자했고,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에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결과를 낳았다. 고객들의 분노와 언론의 비난 속에서 하진은 "한 번의 실수일 뿐"이라며 자신을 다독였다.
"다음번에는 다를 거야."
그는 더 철저히 분석하고, 더 많은 데이터를 쌓으며 두 번째 도약을 준비했다.
하지만 두 번째 실패는 훨씬 더 치명적이었다.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을 읽겠다는 그의 자신감은 이번에도 예측이 빗나가면서 전재산을 잃게 만들었다. 하진의 이름은 "미래를 읽는 남자"에서 "틀린 미래를 읽은 남자"로 바뀌었다. 동료들은 조롱했고, 세상은 그를 철저히 외면했다.
모든 것을 잃은 뒤, 하진은 깊은 자기 성찰에 빠졌다. 과거의 성공과 실패를 되짚어보며 그동안의 자신을 면밀히 관찰했다.
‘어디서 잘못된 걸까?’
그리고 깨달았다.
하진의 진짜 문제는 미래를 예측하지 못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믿으며, 자신을 그 믿음에 묶어두었다는 점이었다. 하진은 예측에 몰두하느라 현재의 변화에 적응할 준비를 전혀 하지 않았다. 그는 결국, 미래는 결코 알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이 깨달음 이후, 하진은 과거와 완전히 결별했다. 그는 더 이상 "미래를 읽으려는 남자"가 아니었다. 대신, 현재의 데이터를 활용하고, 그 순간 가능한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새로운 방식을 추구했다. 시장의 변화를 예측하기보다, 그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능력을 키웠다.
처음에는 새로운 방식이 서툴고 불안했다. 과거처럼 결과를 확신할 수 없는 불확실성이 그를 괴롭혔다. 하지만 그는 이를 견디며 계속해서 현재에 집중했다.
몇 년 후, 시장이 또 한 번 요동쳤다. 많은 투자자들이 혼란에 빠졌지만, 하진은 더 이상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그는 현재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대응을 선택했고, 이는 그를 다시 성공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이번 성공에서 하진은 과거와 달리 승리감에 젖지 않았다. 대신 그는 담담히 말했다.
"나는 더 이상 미래를 예측하려 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지금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다. 실패는 나를 무너뜨린 것이 아니라, 나를 진정으로 만든 것이었다."
하진은 과거를 돌아보며 미소 지었다. 그는 모든 것을 잃었지만, 동시에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얻었다.
"미래를 모른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나는 비로소 자유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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