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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는 대학생이었다.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아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늘 아르바이트를 했다. 방학 때도 카페에서 일을 했고, 친구들이 해외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보며 언제쯤 자신도 그런 여유를 누릴 수 있을지 생각했다. 그런 날들이 반복될수록 그는 부유한 사람들에 대한 적대감과 분노를 키워갔다. “부자들은 편하게 살면서 왜 이렇게 가난한 사람들은 고생해야 할까?” 그는 부자들을 악으로 여겼고, 그들을 비판하는 영상과 글에 심취했다.

그러던 어느 날, 준호는 출근길에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는 낯선 방에 누워 있었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고급 가구들이 자리 잡은 곳이었다. "여기가 어디지?" 준호는 혼란스러웠다. 몸을 일으키자마자 낯선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 괜찮아?” 준호는 깜짝 놀라 거울을 보았다. 거울 속에는 20대 초반의 준호가 아닌 50대 중년 남성의 얼굴이 있었다.

“내가 왜 이런 모습이지?” 준호는 자신이 이제 중산층 가장인 김성호로서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곧 깨달았다. 그의 혼란은 점점 커져갔고, 성호의 삶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시작되었다.

성호의 집에서는 아내와의 냉랭한 분위기가 먼저 그를 맞았다. 대화는 형식적이었고, 아내는 언제나 거리를 두고 있었다. 한 번은 준호가 집안일을 돕겠다며 다가가자, 아내는 짧게 내뱉었다. “이제 와서 뭘 해보겠다는 거야? 당신은 언제나 일만 중요했잖아.” 그녀의 말은 준호를 혼란에 빠뜨렸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것이 가족에게 상처를 준 이유가 되었을 줄은 몰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들과의 갈등도 심화되었다. 준호는 아들에게 더 다가가려 했지만, 아들은 매번 벽을 쳤다. “아빠는 내가 뭘 해도 관심 없잖아요.” 아들의 차가운 말은 그에게 자신이 성호로서 가족과의 거리가 멀어졌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했다. 준호는 가슴 속 깊이 쌓인 성호의 아픔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것은 자신이 원래 알던 ‘부자의 여유’와는 다른 종류의 무게였다.

회사에서도 준호는 성호의 고단함을 그대로 체험했다. 어느 날, 회사의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큰 손실이 발생했고, 상사는 준호에게 소리를 질렀다. “가족 문제는 알겠는데, 그게 일 핑계가 될 수는 없잖아!” 상사의 질책에 준호는 답답함과 억울함이 밀려왔다. 그는 부유한 사람들도 일터에서 겪는 스트레스와 책임이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것은 그가 생각한 편안하고 안정된 삶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가장 큰 충격이 준호에게 찾아왔다. 성호의 오래된 친구가 사업 실패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장례식장에서 친구의 가족이 흐느끼는 모습을 본 준호는 그들이 부유한 사람으로서 누릴 수 있는 여유를 넘어선 고통을 짊어지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날 이후로 준호는 부자들을 단순히 적으로 여겼던 자신의 시선이 얼마나 좁았는지 깨달았다.

이러한 반복적인 경험들은 준호의 마음을 조금씩 바꿔놓았다. 성호의 삶을 살아가는 동안 그는 부유함이 곧 행복을 보장하지 않으며, 각자 나름의 고충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준호는 이제 사람들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멈췄고, 그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싸우며 살아가는 인간들이라고 느꼈다.

마침내 준호는 다시 원래의 몸으로 돌아왔다. 그는 사고가 나기 전으로 돌아갔지만, 마음은 전과 달라져 있었다. 다시 마주한 세상에서, 그는 이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적어도 더는 자신이 알고 있던 것이 전부라고 믿지는 않았다.

준호는 카페 창밖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전히 현실은 그에게 차갑지만, 이제 그가 걸어가야 할 길은 조금 더 복잡하고, 덜 단순했다. 부자의 삶도, 자신의 삶도, 결국 그 무게는 각자 다르게 주어져 있었다. 그는 그 무게를 조금 더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끝이 어떻게 이어질지는 오직 준호만이 알 수 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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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진은 아이를 자유롭게 키우고 싶었다. 유아교육 전문가로 일하며 사교육에 시달리던 아이들의 고통을 너무나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압박감에 눌려 웃음을 잃는 모습을 보며, 수진은 자신의 아이만큼은 마음껏 놀고 어울리며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자라길 바랐다. "아이의 행복은 지금 이 순간에 있다"라는 확신으로 아이를 키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분위기는 수진의 이상과 거리가 멀었다. 주변 엄마들 사이에서 오가는 이야기는 언제나 비슷했다. "우리 애는 벌써 영어 유치원 다녀." "한글 교습을 안 하면 초등학교 들어가서 힘들다던데." "수학 문제집 하루에 몇 장씩 풀리냐?" 수진은 애써 무심한 척했지만, 점점 불안감이 스며들었다. 주변에는 사교육을 선택한 부모들만 보였고, 그 선택이 실패로 끝난 사례를 찾기도 어려웠다. 혹시라도 내 아이만 다른 길을 걷다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수진은 계속해서 확신과 의구심 사이를 오가며 마음이 흔들렸다.

어느 날, 수진은 아이와 함께 공원에 나갔다. 아이는 그네를 타며 친구들과 장난을 쳤고, 해맑게 웃었다. 그 순간 수진은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이렇게 웃는 아이의 모습을 지켜주는 게 진짜 교육이 아닐까?’ 그러나 이 생각도 오래가지 않았다. 엄마 모임에서 사교육 이야기가 쏟아질 때마다, 다시 불안감이 찾아왔다. "내가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걸까?" 마음속 깊은 곳에서 끊임없이 의구심이 일었다.

아이가 다섯 살이 되었을 때, 수진은 유아 체육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사교육보다는 신체 활동을 통해 아이가 마음껏 몸을 움직이며 놀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했다. 아이는 체육 수업에서 즐겁게 놀았고, 체육 선생님도 아이의 활발함과 성격을 칭찬해 주었다. 수진은 다시 확신을 가졌다. “아이의 행복이 무엇보다 중요해. 지금 잘 하고 있어.” 그러나 며칠 뒤, 친구의 아이가 이미 한글과 수학 학습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수진은 또다시 흔들렸다. “나도 조금 더 일찍 시작했어야 했나?” 그런 생각이 자꾸만 스쳐 지나갔다.

몇 주 뒤, 수진은 도서관에서 아이와 시간을 보냈다. 아이는 동화책을 즐겁게 듣고 그림을 따라 그리며 행복해했다. 아이가 책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모습을 보며, 수진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신을 되찾았다. “책을 즐기고, 마음껏 상상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데.” 하지만, 이 확신도 오래 가지 않았다. 또다시 한 모임에서 다른 엄마가 말했다. “우리 애는 벌써 구구단을 외우기 시작했어.” 수진은 또다시 흔들렸다. "이렇게 놔둬도 괜찮을까? 나중에 학교에 가서 힘들면 어쩌지?"

수진은 고민 끝에 결국 아이를 한글 학습 교재로 시작해보기로 결심했다.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조금씩 가르쳐 보자.” 하지만 몇 주 지나지 않아, 아이는 금세 흥미를 잃었다. 수진도 점점 학습 시간을 줄여갔다. 아이가 그저 책을 읽고 놀이에 집중하는 시간이 훨씬 더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다. 수진은 마음을 다잡고 다시 확신을 가졌다. "역시 지금 아이에게 필요한 건 공부가 아니라 놀이야."

하지만, 이러한 다짐도 오래가진 않았다. 친구의 아이가 과학 캠프에 참가해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수진은 또다시 불안했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 내가 지금 해줄 수 있는 일이 더 있지 않을까?" 흔들리는 확신 속에서 그녀는 매일 밤 아이를 재운 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모든 선택의 결과는 아이에게 돌아갈 것이고, 그 책임은 오롯이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무게가 수진의 마음을 짓눌렀다.

수진은 결국 또다시 결정을 내려야 했다.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뭘까?” 그녀는 아이가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게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의 미래를 대비하는 일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였다. 수진은 여전히 매 순간 확신과 의구심 사이에서 흔들렸지만, 그녀는 어느새 깨닫고 있었다. 완벽한 선택이란 없고, 모든 부모는 이렇게 흔들리며 살아간다는 것을. 중요한 건 흔들림 속에서도 아이의 행복을 지켜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 과정임을.

그렇게 수진은 오늘도 흔들리면서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아이의 천진난만한 웃음이 가슴에 깊이 새겨지도록, 오늘도 자신의 흔들리는 확신을 다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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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민은 평범한 중년 남자였다. 인심이 좋기로 소문난 그는 언제나 이웃과 친구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고, 그의 따뜻한 마음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다. 그러나 성민의 삶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작은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매출은 저조하고 늘어나는 빚에 시달리며 생활은 어려워졌다. 사업이 무너져 가는 상황에서 그는 더욱 절망에 빠졌다.

“왜 이렇게 노력하는데 성과는 없을까?” 성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자문했다. 모든 것을 걸고 일해도 돌아오는 것은 항상 허탈함뿐이었다. 친구들에게 손을 내밀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가 없었다. 성민은 그저 평범한 일상을 버텨내며 살아가는 것에 불과했다.

그러던 중, 대학 시절 친구인 철민이 그를 찾아왔다. “형, 이번에 내가 투자한 이 프로젝트, 진짜로 대박 날 거야! 한 번만 투자해봐. 우리가 이걸로 인생을 역전할 수 있어.” 철민의 자신감 넘치는 말은 성민의 마음에 불씨를 지폈다. “이걸로 모든 걸 만회할 수 있을지도 몰라.” 그는 한순간 모든 것을 잃을 위험을 무릅쓰고, 철민의 말에 따라 투자 결정을 내렸다.

투자를 위해 성민은 자신이 가진 모든 돈을 끌어모았다. 아내와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일이 있을 것이라고 속이며, 아껴두었던 저축까지 쏟아붓기로 했다. “이건 기회야! 꼭 해보라고!” 그는 주변 친구들에게도 이 기회를 추천하며, 자신의 믿음을 전파했다. 성민은 철민의 말에 힘을 얻고, 자신이 예전부터 꿈꿔왔던 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었다.

하지만 기대는 금세 산산조각이 났다. 성민이 투자한 돈은 곧 철민의 사기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투자금은 한순간에 증발해버렸고, 성민은 충격에 빠졌다. 친구들과 가족들은 그의 선택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왜 우리에게 이런 걸 추천했어?” 그들의 비난은 성민의 마음을 찢어놓았다. 그는 아내와 아이들의 실망한 눈길을 피하며, 모든 것을 잃었다는 사실에 몸을 움츠렸다.

절망감 속에서 성민은 무기력해졌다. 그는 사람들을 돕고 싶었던 마음조차 사라졌다. 병마가 그를 괴롭히기 시작했지만, 성민은 그저 아픈 몸을 이끌고 거리에서 방황했다.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난 걸까?” 그는 끊임없이 자문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러던 중, 성민의 마음속 어딘가에서 본전을 찾으려는 강한 심리가 다시 발동했다. “혹시 다시 투자할 기회가 생길지도 몰라.” 그는 그 가능성을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휘둘렸다. 더 이상 남은 돈도 없고, 신뢰를 잃은 친구들도 그를 외면했지만, 성민은 또 다른 투자 기회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마지막 기회가 올지도 몰라. 이젠 정말로 내 인생을 바꿔야 해.”

그러나 그의 절박한 마음은 그를 다시 한 번 더 깊은 나락으로 이끌었다. 성민은 거리에서 알게 된 한 사기꾼에게 다시 속아 넘어갔다. “형, 이번엔 진짜야. 내가 이걸로 한 번 대박 낼 수 있어.” 성민은 그 사기꾼의 말을 믿고 자신의 마지막 자산을 모두 투자했다. 다시 한 번의 실패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말이다.

결국, 성민은 모든 것을 잃고 말았다. 그가 사랑했던 가족, 친구들, 자신의 존엄성까지 사라져버렸다. 이제 성민은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왜 이렇게 됐을까?"라는 질문이 계속해서 떠오르지만, 정답은 결코 찾을 수 없었다.

병은 점점 더 악화되었고, 성민은 자신의 삶이 더 이상 회복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는 자신이 그토록 믿었던 기회와 가능성들이 모두 허상이었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그것이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마지막 남은 힘을 다해 성민은 외로운 거리로 나섰다. 그는 다시 한 번 기회를 찾으려 했지만, 그가 찾고 있던 기회는 이미 사라진 꿈일 뿐이었다. 사람들의 시선은 그를 멀리할 뿐이었다. 과거의 선택에 대한 후회는 그를 괴롭혔지만, 그는 여전히 새로운 기회를 잡으려 애썼다.

결국, 성민은 바닥이 없는 추락을 계속했다. 그의 삶은 다시 일어설 수 없는 구렁텅이에 빠져버렸고, 모든 것이 무너진 자리에서 그는 고독하게 사라져갔다. 그가 소중히 여겼던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린 것처럼, 성민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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