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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윤은 성실함이 몸에 밴 30대 남성이었다. 대학 졸업 후 좋은 직장에 취직해 꾸준히 일했고, 대학 시절 만나 결혼한 아내 지연과 어린 아들 우진을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갔다. 주말마다 가족과 시간을 보내며 나름대로 행복을 느꼈지만, 어느 순간부터 도윤은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힌 기분이었다. 집값은 급등하고, 자산 격차는 끝도 없이 벌어졌다. 아무리 노력해도 현실은 그를 억누르는 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윤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로부터 투자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 좋은 기회가 있어. 조금만 투자하면 큰돈을 벌 수 있어.” 친구의 말은 유혹적이었다. 도윤은 처음엔 조심스럽게 합법적인 투자부터 시작했다. 주식과 부동산으로 약간의 수익을 내며 생활은 조금씩 여유로워졌고, 가족과 외식을 즐기거나 우진에게 장난감을 사주는 일이 늘었다. 지연도 그런 남편의 변화가 반가웠다. “요즘 많이 밝아진 것 같아. 우리 더 행복해진 거 맞지?” 그녀의 말에 도윤은 자신감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도윤은 더 큰 수익을 원하게 됐다. 이제 합법적인 투자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친구는 위험하지만 큰돈을 벌 수 있는 '비공식' 투자 기회를 다시 한번 제안했다. 도윤은 처음엔 망설였지만, 점점 더 빠르게 불어나는 자산을 보며 불법적인 거래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거래는 성공적으로 이어졌고, 그의 계좌에는 더 많은 돈이 쌓여갔다.

그러나 지연은 남편의 태도에서 변화의 조짐을 느끼기 시작했다. 도윤은 예전보다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줄었고, 집에서도 노트북을 붙잡고 무언가에 몰두했다. “이제 그만해도 되지 않아? 우리 이렇게 충분히 행복한데...” 지연의 목소리에는 염려가 담겨 있었다. 도윤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조금만 더 벌면 우진에게 더 좋은 환경을 줄 수 있어. 이게 다 우리 가족을 위한 거야.”

지연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두려움을 느꼈다. “도윤, 한 번은 현실과 타협하는 선택을 할 수 있어. 하지만 그 한 번, 한 번의 선택으로 사람은 변하는 거야.” 그녀의 말은 남편의 귀에 가볍게 흘러갔을 뿐이었다. 도윤은 더 큰 수익을 위해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넘나들기 시작했고, 그런 선택이 자신에게 얼마나 위험한지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도윤이 참여한 거래는 경찰의 함정수사였다. 그는 눈앞이 깜깜해진 채로 체포당했고, 그의 불법 행위는 하나둘씩 드러났다. 법정에서 그는 무너져버린 자신의 인생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지연은 눈물을 흘리며 남편을 바라봤고, 우진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엄마의 손을 꽉 잡고 있었다.

그때서야 도윤은 지연의 말이 떠올랐다. 작은 타협들이 쌓이고, 그 하나하나의 선택들이 결국 자신의 삶을 나락으로 이끌었다는 것을 그는 이제야 뼈저리게 깨닫고 있었다. 그러나 이미 모든 것을 잃고 나서야 그는 그 선택들이 어떤 대가를 치르게 했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미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아는 그는 좌절감에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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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는 40대 중반의 회사원이었다. 업무를 묵묵히 해내며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 있었다. 어릴 적 꿈꿨던 글쓰기에 대한 열망은 현실에 밀려 점점 희미해졌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늦은 퇴근길, 정우는 작은 서점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서점 안에서는 한 노인이 열정적으로 강연을 하고 있었는데, 그의 눈빛은 빛나고 목소리는 힘이 넘쳤다. 사람들이 몰려들어 그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모습은 정우에게 커다란 울림을 주었다. '나도 언젠가 저렇게 나이 들어서 내 이야기를 전할 수 있을까? 아니, 나도 저렇게 나이들고 싶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정우는 그동안 미뤄왔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무언가를 시작하기에는 시간이 늦었다고 생각하며 변명만 해왔지만,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달력을 펼쳐 목표를 세웠다. 11월 30일까지 단편 소설을 완성하고, 매일 저녁 1시간씩 글을 쓰기로 했다. 또한, 아침에는 10분간 손글씨로 생각을 정리하며 글감을 모으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처음에는 노트북 앞에 앉는 것도 쉽지 않았다. 지친 몸을 이끌고 글을 쓰기 시작할 때면 망설임이 앞섰지만, 막상 글을 시작하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를 정도로 몰입하게 되었다. 그는 떠오르는 아이디어는 즉시 노트에 메모하고, 일상에서 영감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주변을 관찰했다.
 
어느 날, 정우는 다시 그 서점을 찾았다. 마침 그 노인은 또다시 강연을 하고 있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노인의 열정은 여전히 뜨거웠다. 그 순간, 정우는 노인의 삶이 결코 즉흥적인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꾸준히 이어온 노력의 산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역시 이제 첫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11월 30일, 정우는 드디어 단편 소설을 완성했다. 그 글은 결코 완벽하지 않았지만, 그에게는 시작의 의미가 컸다. 이제 다음 단계로 나아갈 준비가 되었지만, 정우는 여전히 어떤 방향으로 걸어갈지 고민하고 있었다. 아니, 더 이상 그는 고민하지 않았다. '이제 다음 작품을 쓰면 돼. 그저 묵묵히 나의 이야기를 써나가면 돼.' 이제 글쓰기는 그의 일상이 되었다.
 
그날 밤, 정우는 노트북을 덮고 창밖을 바라보았다. 달빛이 방 안을 비추며 조용한 밤의 고요함 속에서 새로운 결심이 떠올랐다. 그는 다시 노트북을 열었다. 이 글의 끝은 아직 알 수 없었지만, 정우는 그 끝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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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철은 마흔셋, IT 기업에서 십여 년을 일하며 승승장구해왔다. 하지만 최근 회사는 인공지능 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따라 직원 감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이 여러 업무를 대체할 수 있게 되면서, 사람의 손이 덜 필요하게 된 것이다. 민철은 밤마다 불안했다. '내 자리가 없어지면 어쩌지?' '이 나이에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을까?' 걱정은 그의 머릿속을 가득 채웠고, 그런 생각은 일을 하는 중에도 떠나지 않았다.
 
어느 날, 회사는 결국 일부 직군의 대규모 감축을 발표했다. 그리고 그 대상에 민철의 부서도 포함됐다. 민철은 그날 오후 회의실에서 받은 통보를 읽으며 한동안 말을 잃었다. 몇 달 전만 해도 한창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고 있었는데, 이제 그의 자리조차 위태로워지다니.
 
해고 통보를 받은 그날 밤, 민철은 자신의 걱정이 현실이 된 것에 절망했다. 인공지능은 빠르게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었고, 기술의 발전 속도는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빨랐다. 하지만 정작 자신은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불안에만 휩싸여 있었다는 사실이 더 괴로웠다. 그는 무기력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민철은 대형 서점에서 한 세미나 포스터를 보게 되었다. "인공지능 시대의 직업 재편: 앞으로의 생존 전략"이라는 주제의 강연이었다. 그동안 불안 속에 빠져 있던 그는 무심코 발걸음을 멈췄다. 그저 지나치려던 찰나, 세미나 연사로 나선 한 사람의 이름이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몇 년 전, 회사에서 민철과 함께 일했던 선배였다. 그 선배는 이미 인공지능 관련 기술을 공부하고 다른 기업으로 이직해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었다.
 
세미나에 참석한 민철은, 강연 도중 그의 선배가 했던 말을 듣고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우리가 인공지능과 경쟁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는 있습니다. 걱정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행동해야 합니다. 저는 그것을 깨닫고 나서야 진짜 길이 보였습니다."
 
그 순간 민철은 깨달았다. 자신은 그저 불안을 느끼는 데 그쳤을 뿐, 실제로 그 변화에 대비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인공지능이 자신의 자리를 빼앗아갈까 두려워만 했지, 정작 인공지능을 배워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날 이후, 민철은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온라인으로 인공지능과 데이터 분석 관련 강의를 신청하고, 관련 서적을 구입했다. 처음에는 낯선 용어들과 개념에 혼란스러웠지만, 그는 서서히 인공지능을 다루는 방법을 익혀갔다. 이전보다 더 바쁘게 시간을 쪼개가며 노력한 끝에, 그는 관련 자격증도 취득할 수 있었다.
 
몇 달 후, 민철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새로운 업무 자동화 시스템을 제안했고, 그 아이디어는 회사 내부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그는 기존의 단순한 업무에서 벗어나 인공지능 프로젝트의 관리자로 새롭게 자리 잡게 되었다.
 
민철은 자신의 변화를 돌아보며 깨달았다. 불안과 걱정은 변화 앞에서 누구나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것에 매몰되지 않고, 그 변화를 기회로 만드는 것은 결국 자신의 행동에 달려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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