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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은 고집이 셌다. 마음에 안 드는 게 있으면 주저 없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스스로를 ‘논리의 전사’라 여겼고, 언제나 자신의 신념이 옳다고 믿었다. 회사 회의에서도 늘 자신이 내놓는 의견이 가장 합리적이라 생각했기에, 다른 의견이 나오면 주저 없이 논쟁을 벌였다.

이번 프로젝트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효율'을 강조하며 비용 절감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방안을 주장했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논리적으로 설득하려 애썼다. 하지만 회의 결과, 그의 제안은 채택되지 않았다. 대신 동료 선우의 ‘안정성’ 중심의 접근이 결정되었다. 우진의 속은 부글부글 끓었다. 자신이 제시한 방안이 더 나은 해결책이라고 확신했는데도 팀의 최종 결정에서 밀려난 것이었다.

결국 회의가 끝나자 우진은 분통을 터뜨리며 사무실 밖으로 나섰다. 도무지 이대로는 참을 수 없었다.

그날 저녁, 선우가 우진에게 다가왔다. "오늘 저녁에 술 한잔할래?" 그는 평소와 다름없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분이 풀리지 않은 우진은 처음엔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선우와의 대화로 자신의 답답함을 풀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작은 포장마차에 자리를 잡고 술잔을 몇 번 주고받은 후, 우진은 참다못해 선우에게 물었다. “선우, 솔직히 말해봐. 왜 네 의견은 그렇게 쉽게 받아들여지고, 내 의견은 자꾸 묵살당하는 걸까?”

선우는 우진의 질문에 잠시 술잔을 내려놓고, 우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게 꼭 내 의견이 옳아서 받아들여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아. 그냥, 난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접근하려고 할 뿐이야. 꼭 내 의견이 다 맞다고 고집하는 대신, 다른 사람의 의견도 들어보고, 거기서 내 생각을 조정해보는 거지.”

우진은 얼굴을 찌푸리며 반박했다. “그럼 네 생각을 버리고 타협만 한다는 거잖아? 난 그게 못 참겠어. 내 신념이 옳다면 끝까지 주장해야지, 그걸 포기하는 건 내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는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해.”

선우는 조용히 웃으며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우진, 이건 내 생각인데… 가끔은 내가 완전히 옳을 필요가 없을 때도 있어. 오히려 상대가 내 생각을 받아들이고 함께 협력하려는 여지를 주면, 결과적으로 내가 얻고자 하는 실리도 얻을 수 있는 것 같더라고. 한 번 생각해봐, 상대방이 나를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받아들이도록 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우진은 고개를 갸웃하며 선우의 말을 되새겼다. 그에게는 여전히 이해되지 않았다. 논리적으로 이길 수 있는데, 왜 타협을 택해야 하는 걸까? 하지만 술잔을 기울이며 선우의 태도 속에서 느껴지는 묘한 여유와 안정감을 부러워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

밤이 깊어가며 우진은 내내 자신의 생각을 곱씹었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신념을 쉽게 꺾을 마음은 없었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실리와 신념, 그 두 가지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삶에서 중요한 과제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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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혁은 어린 시절부터 특별했다. 그의 음악에는 남들과는 다른 강렬한 열정이 담겨 있었다. 무대 위에 서면 세상이 멈춘 듯했고, 그의 목소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그의 이름은 빠르게 알려졌고, 그는 단번에 스타가 되었다. 대중은 그를 열광적으로 사랑했지만, 동시에 그를 향한 차가운 시선도 늘어나기 시작했다.

성공의 이면에는 악플과 비난이 가득했다. "자기중심적이다" "인성에 문제가 있다"는 억측부터, 그가 전혀 하지 않은 일에 대한 터무니없는 루머까지 퍼져 나갔다. 성혁은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무거운 돌처럼 그의 마음을 짓눌렀다. 아무리 무대 위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여도, 뒤에서는 그를 폄하하는 말들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다 결국, 그는 지쳐버렸다. 자신이 누구인지, 왜 음악을 시작했는지조차 희미해진 듯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음악을 향한 갈망은 여전했지만, 대중의 기대와 시선이 그를 옥죄고 있었다. 그는 끝없는 부담감과 실망 속에서 도망치듯 활동을 멈추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고향의 작은 방에서, 성혁은 처음 음악을 시작했던 날을 떠올렸다. 그때는 그저 즐겁고 자유로운 마음으로 노래를 불렀던 자신이 있었다. 이제는 더 이상 그 시절의 순수함을 되찾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는 음악이 여전히 자신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그는 한동안 모든 활동을 접고 쉬었다. 자신을 되돌아보며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으려는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자 다시 몸이 근질거렸다. 그의 가슴속에는 여전히 음악에 대한 열정이 남아 있었다. 성혁은 깨달았다. 그는 대중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진정 원하는 무대를 만들고 싶은 열망 때문에 다시 돌아가야만 했다.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으려고 애쓰던 과거의 자신을 벗어던지고, 온전히 자신의 음악을 위해 복귀하기로 마음먹었다.

복귀 후, 성혁은 여전히 비난과 억측에 시달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른 태도로 그 모든 어려움에 대처하기 시작했다. 대중의 평가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자신이 진정으로 전하고 싶은 음악과 메시지에 집중했다. 사람들의 비난과 루머가 그를 무너뜨릴 때도 있었지만, 그는 음악으로 다시 일어섰다. 그는 무대 위에서 말없이 노래로 자신의 진심을 전했고, 그의 음악은 점점 깊어지고 진솔해졌다.

성혁은 이제 악플과 루머가 그저 지나가는 바람처럼 느껴졌다. 과거의 상처들이 아직 남아 있었지만, 그는 그 상처들마저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였다. 사람들의 기대와 평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길을 걸으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을 하는 것,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복귀 후 그의 음악은 예전과는 다른 깊이를 지니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의 변화를 느꼈고, 그의 음악에서 묵직한 진정성을 찾아냈다. 성혁은 이제 더 이상 대중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고, 진정 자신으로서 무대에 설 수 있게 되었다. 그는 어려움을 통해 자신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고, 빛과 어둠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찾아낸 것이다.

이제 무대 위의 성혁은 누구보다도 자유로웠다. 그 어떤 어려움이 찾아와도, 그는 그 안에서 더 단단해지고 더 빛나는 자신을 만들어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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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은 대기업의 외주 협력사로 일하는 중견 컨설턴트였다. 이번 달, 본사와의 계약 갱신을 앞두고 있던 그는 어느 날 본사로부터 온 갱신 통지서를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 계약 조건이 무려 200퍼센트 인상된 것이다. 그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큰 금액이었고, 이는 곧 그의 사업 운영을 위협하는 상황이었다.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몇 년간 본사 제품을 열정적으로 홍보하며 현장 지원에 나섰는데, 돌아온 건 일방적인 인상 통지라니. 당장 본사 담당자를 찾아가 따지고 싶은 마음이었다. "내가 그동안 한 노력이 이 정도 대우를 받을 일이란 말인가?" 그는 불공정함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러나 곧 마음을 가라앉혔다. 즉각적인 감정 표현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차분하게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보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

며칠 뒤, 지훈은 본사 담당자와의 미팅에서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아마 회사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결정을 내리신 걸 겁니다. 저도 그 입장을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 계약이 저에게도 중요하듯이, 우리 협력관계가 회사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정리해드리고 싶습니다.”

그는 자신의 노트북을 열어 담당자와 함께 화면을 보며 말했다. “우선, 저희는 본사 제품을 자사 네트워크와 지역 커뮤니티를 통해 무료로 홍보해 왔습니다. 이번 분기만 해도 이로 인해 매출이 상승했다는 데이터가 있죠.” 이어 그는 계약 인상으로 인해 지훈의 재정적 부담이 커지게 되면 본사 역시 얻을 기회가 줄어들 수 있음을 차분히 설명했다.

또한 그는 추가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현재 저희가 본사 제품을 홍보하는 동안, 타사에서는 이미 유사한 제품을 내세우며 같은 고객층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계속해서 본사와 협력할 수 있다면, 이러한 경쟁 상황에서도 귀사 제품의 시장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계약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본사 제품의 빈자리를 누군가가 금방 차지하게 될 겁니다.”

지훈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 계약 인상이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신중히 검토해 주신다면, 아마 다른 방안을 고려해주실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저도 현실적인 조건을 제시해주신다면, 앞으로도 더욱 적극적으로 본사 제품의 입지를 다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며칠 후, 그는 수정된 계약서를 받았다. 200퍼센트가 아닌 40퍼센트 인상으로 조정된 현실적인 조건이었다. 그는 계약서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그가 처음 느낀 감정에 휘둘려 담당자에게 격하게 따졌다면 어땠을까? 아마 그의 항의는 감정적으로 비춰졌을 것이고, 본사는 그의 불만보다는 계약 인상의 정당성만을 강조하며 협력사를 대체할 방법을 찾으려 했을지 모른다. 지훈은 이 경험을 통해 큰 교훈을 얻었다. 감정을 조절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는 태도가 더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되뇌었다. “화가 날수록, 한 걸음 물러서서 상대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 그것이 진정한 설득의 시작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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