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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훈과 민석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두 사람이다. 고등학교 시절, 태훈은 성실함 그 자체였다. 그는 학급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며, 늘 선생님들에게 모범생으로 인정받았다. 매일 밤늦게까지 교과서를 붙들고 공부하며, 성실하게 살다 보면 언젠가 보답이 올 거라고 굳게 믿었다. 그런 태훈의 눈에 민석은 전혀 다른 존재로 비쳤다. 민석은 수업에 자주 늦고, 과제는 겨우 마감 시간에 맞춰 제출하곤 했으며, 성적도 늘 보통 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항상 ‘왜 이걸 이렇게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관심을 보였다. 태훈은 그런 민석을 무시했다. ‘저렇게 게으른 애가 무슨 큰일을 해낼 수 있을까? 성실하지 않은 사람은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민석을 은근히 얕보았다.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은 각자의 길을 걷게 되었다. 태훈은 대학을 졸업한 뒤 큰 기업에 입사해 성실하게 일했다.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 늦은 밤까지 일하며, 맡은 업무에 최선을 다했다. 성실함과 꾸준함을 신념으로 삼고, 늘 회사와 상사의 기대에 부응하려 애썼다. 그는 동료들에게는 책임감 강한 직원으로 인정받았지만, 큰 프로젝트를 맡거나 승진 기회를 얻는 일은 거의 없었다. 회사가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성실함보다는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성과 효율성이었다. 그러나 태훈은 여전히 성실함만이 최선의 길이라고 믿었다. 그 믿음으로 매일같이 야근과 주말 근무를 감수했지만, 마음 한편에는 묘한 불안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어느 날, 태훈은 사무실 한쪽에 놓인 경제 잡지를 무심코 집어 들었다가, 한 장의 사진에서 눈길이 멈췄다. 그곳에는 수트 차림의 민석이 환하게 웃으며 인터뷰에 응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잡지 제목은 “소외된 이들에게 기술을, 혁신의 아이콘 민석”이었다. 태훈은 자신이 고등학교 시절 무시했던 그 민석이 맞는지 몇 번이고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잡지의 내용에 따르면, 민석은 대학 졸업 후 모바일 앱 개발에 뛰어들어 큰 성공을 거뒀다. 그의 회사는 공공 교통 접근이 어려운 지역의 주민들을 위해 저렴한 자율주행 차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소외된 지역 주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사용자가 앱을 통해 차량을 호출하면 자율주행 차량이 바로 해당 위치로 이동해 목적지까지 태워주는 서비스였다.

민석은 인터뷰에서 말했다.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키는 기술, 그게 저희의 목표입니다. 저 자신도 특별히 성실한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늘 어떻게 하면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을까를 고민해 왔어요. 그 고민이 지금의 저를 만든 것 같습니다.”

태훈은 충격을 받았다. 고등학교 시절 성실함만으로 민석을 무시했던 자신이 생각났다. ‘난 열심히 살기만 하면 성공할 거라고 믿었는데, 오히려 내가 무시했던 민석이 더 큰 성공을 이루다니…’ 그는 갑자기 자신이 믿어왔던 신념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성실함이야말로 모든 성공의 열쇠라고 생각해 왔지만, 민석의 이야기를 접하니 그 믿음이 허망하게 느껴졌다. 성실하게 살아온 모든 시간들이 허무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날 저녁, 태훈은 집 근처 술집에서 혼자 술잔을 기울였다. 평소라면 혼자 술을 마시는 일은 없었지만, 오늘은 견딜 수 없었다. 술이 몇 잔 들어가자 그는 문득 자신이 그토록 매달려온 ‘평범한 일상’이 갑자기 감옥처럼 느껴졌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반복된 생활, 주말마다 피로를 풀기 위해 겨우 쉬는 시간마저 이제는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민석의 인터뷰가 그의 마음속에서 모든 것을 뒤흔들어 놓았다.

태훈은 중얼거렸다.
“난, 그동안 뭘 하고 있었던 거지?”

하지만 그가 뭔가를 바꿔야 한다는 강한 갈망이 생긴 한편, 정작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성실하게 사는 것 외에 다른 삶의 방식은 전혀 익숙하지 않았다. 그는 자리에 앉아있던 자신이 그저 현실을 회피하며, 성실함 뒤에 숨은 채로 안정을 추구해왔다는 자책감에 휩싸였다. 마치 평범한 삶이라는 감옥에 스스로 갇힌 채로 지내온 것만 같았다. 태훈은 민석처럼 문제를 해결하고, 뭔가를 변화시키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이 피어오르기 시작했지만, 자신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조차 모르는 상태였다.

그날 밤, 태훈은 집으로 돌아가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그는 삶에 대한 커다란 갈등과 불안 속에서 처음으로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내가 틀렸다면,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해. 이제는 나도 무언가 변화를 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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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은 자신이 점점 ‘모범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사람들과 대화할 때마다 말끝을 부드럽게 만들고, 상대방이 기분 나빠할 말은 돌려서 전하며,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기까지 했다. 그의 하루는 누군가의 시선을 의식하며 사는 일들로 가득 찼고, 그렇게 상대의 기대에 맞추어 행동할 때마다 자신이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마음속 어딘가에는 언제나 무거운 느낌이 자리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는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곧장 내뱉곤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지금처럼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마음속에 있는 대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점점 사회가 요구하는 ‘이상적인’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지훈은 자신의 생각을 억누르고 다듬는 일이 당연한 듯 변해버렸다.

하루는 회사에서 후배와의 일이 있었다. 후배가 실수를 했고, 지훈은 부드럽게 다독이며 위로했다. 하지만 마음속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이런 실수는 앞으로 어떻게든 고쳐야 해.” 그러나 그 말을 그대로 내뱉기엔 주저함이 있었다. 후배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에 그는 말을 삼키고 다시 다독였다.

그날 퇴근길, 지훈은 지하철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지친 눈빛에 피로한 표정이 스며들어 있었다. 그 순간 마음속 어딘가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이게 정말 나야?”

그 목소리는 마음속에 깊이 묻혀 있던, 잊혀진 자신이었다. 오랫동안 사회의 기대에 맞추며 쌓아온 껍데기들이 그의 본연의 모습을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

며칠 후, 지훈은 친구 영수를 만났다. 영수는 회사를 다니며 겉으로는 무뚝뚝하지만 마음속엔 단단한 자부심과 신념이 있는 친구였다. 영수는 지훈에게 푸념했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그냥 말하는 거지, 왜 그렇게 돌려서 말해? 나중엔 도대체 누가 진짜고 누가 가식인지도 모르겠어.”

그 말이 지훈의 마음을 울렸다.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해 상대의 기분을 살피며 말끝을 다듬어왔는지 떠올랐다. 가식적으로 점철된 시간들이 쌓여가며, 그는 점점 자기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날 이후로 지훈은 조금씩 변하기로 결심했다. 모든 말을 완벽하게 돌려 말하려는 습관을 내려놓고, 과감하게 솔직해지기로 했다. 처음엔 쉽지 않았다. 사람들은 그의 변화에 당황했고, 그를 달리 보기 시작한 이들도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의 변화를 기쁘게 받아들였다. “지훈, 요즘 너 달라진 것 같아. 더 자연스러워진 것 같아.” 그들은 지훈의 솔직함과 더 깊은 대화를 즐겼다. 그러나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다. 어떤 이들은 “요즘 너무 직설적인 거 아니야?”라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고,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고, 모든 사람에게 사랑받으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그는 깨달았다.


얼마 후, 지훈은 유리창에 비친 자신을 다시 바라보았다. 이제는 껍데기 속에 갇힌 지친 얼굴이 아니라, 온전히 드러난 자신의 모습이 거기에 있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생각했다.

“누군가 나를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지. 그건 그들의 자유고, 나는 내 자신으로 살아갈 자유가 있어.”

껍데기를 벗어낸 지훈은 비로소 자신의 진짜 모습을 마주하며 그렇게 자신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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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왕은 인접국과의 회담에서 거만하게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며 상대국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대화를 이끌어갔다. 회담은 결국 기대와는 다르게 끝났고, 외교 관계에 미묘한 불화가 생겼다. 그러나 왕은 이를 전혀 문제로 여기지 않고 있었다. 이를 염려한 신하 세로는 왕에게 조언하기로 결심했다.

세로는 왕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폐하, 이번 외교에서 인접국이 불편함을 느꼈던 것 같사옵니다. 폐하의 고귀한 지혜를 따르는 데는 부족함이 없으나, 조금 더 부드럽게 그들의 자존심을 배려했더라면 관계가 더 유연해졌을지 모르옵니다."

왕은 세로의 말을 듣자마자 얼굴을 찌푸렸다. "감히 나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려 드는 것이냐, 세로? 내 지혜를 네가 무엇이라도 판단할 수 있다는 말이냐?"

세로는 당황하며 잠시 말을 멈췄다. 자신의 진심 어린 조언이 오히려 왕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다. 그 이후 세로는 조언을 조심스러워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고, 그는 밤마다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 왕께서 나의 충언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실까?'

며칠간 생각을 거듭한 세로는, 왕의 강점과 자신의 부족함을 먼저 인정하고 나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하리라 판단했다.


다시 왕을 알현한 세로는 깊이 고개를 숙이며 겸손한 태도로 말했다. "폐하, 제 작은 목소리를 들어주심에 감사하옵니다. 폐하께서는 학문과 예술, 지혜와 재능 면에서 모든 백성의 본보기가 되시옵니다. 저와 같은 미천한 자는 폐하의 앞에서 감히 지식을 논할 수도 없사옵니다."

왕은 미소를 지으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너도 나의 가치를 아는구나. 그게 옳다, 세로."

세로는 계속해서 왕을 칭찬한 뒤,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저같이 무지한 자가 감히 말씀드리긴 송구하오나, 작은 외교 경험 하나만은 제게 허락된 미약한 재주인 듯하옵니다. 폐하께서 인접국의 감정을 조금 더 배려하신다면, 폐하의 지혜가 더욱 빛날 수 있을 것이라 믿사옵니다."

왕은 세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그들이 내 지혜를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고… 내가 그들을 다독이지 않은 탓이라는 말이냐?"

세로는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폐하의 지혜는 누구나 감탄할 만하지만, 사람들이 감정적으로도 다가올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다면 폐하를 더욱 따를 것입니다."

왕은 잠시 깊이 생각하더니 이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보아하니 그들이 나를 무시한 것이 아니라 다독임을 원했던 것이로구나. 네 말이 일리가 있다."


그날 이후 왕은 세로의 조언을 따랐고, 외교 문제를 보다 섬세하게 다루기 시작했다. 왕국의 외교 관계는 점점 더 안정되었으며, 왕은 세로의 충언을 진심으로 감사하게 되었다.

얼마 후, 왕은 모든 신하 앞에서 선포했다. "내가 믿는 세로를 험담하거나 그를 무시하려는 자는 처벌받을 것이다. 그는 나의 충직한 조언자이니라!"

그 말을 들은 신하들은 세로에게 감탄과 존경의 눈빛을 보내며 그의 지혜를 다시금 인정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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