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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문제집 100권 풀기"가 교육의 성배로 여겨졌던 나라에서, 이제는 "창의력이 곧 왕의 자질"이라는 새로운 신념이 떠올랐다. 이 나라는 스스로를 "창의력 왕국"이라 부르며, 모든 아이가 창의적이어야 한다는 신성한 목표를 내세웠다.

왕국은 창의력 강화를 위해 특별한 학원을 열었다. 이름도 다양했다. "창의력 공작소," "상상력 아카데미," "크리에이티브 지니어스 클럽." 아이들은 레고 블록을 쌓으며 상상력을 길렀고, 세상에 없던 동물을 그리며 창의성을 개발했다. 심지어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마법사 놀이도 "창의력 극대화 놀이법"으로 홍보되었다.

부모들은 창의력을 기르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했다. 다니던 피아노 학원을 그만두고 창의력 학원에 등록했고, 집에 있던 텔레비전을 버리고 "창의력 자극용 북 큐레이션"을 구매했다.



1. "창의력 없는 아이들"의 비극

문제는 모든 아이가 창의적이지 않다는 데 있었다.
10살 소녀 은서는 레고 블록으로 놀라운 조형물을 만들어내는 친구를 보며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난 왜 평범한 집밖에 못 짓는 걸까? 창의력이 없는 걸까?" 창의력 강사님은 은서의 블록 작품을 보고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은서야, 창의력 점수가 조금 낮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괜찮아질 거야!"



이 말을 들은 은서는 속으로 외쳤다.

"창의력 점수는 또 뭔데요? 노력으로 창의력이 생길 수 있나요?"



한편, 친구 재민이는 문제 해결력이 뛰어난 아이였다. 망가진 장난감을 빠르게 고치고, 교실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기가 막히게 찾아냈다. 하지만 그의 부모님은 재민이의 이런 능력을 보며 걱정했다.

"얘는 왜 창의력이 부족할까? 그냥 똑똑하기만 하면 안 되는데..."



2. 창의력 상인의 등장

창의력이 강조되자, 창의력을 팔아먹는 상인들이 나타났다.
"우리 제품을 사용하면 창의력이 두 배가 됩니다!"
"1년 후, 창의력 올림픽 금메달을 목표로!"

그중에서도 최고 인기를 누리던 서비스는 "창의력 DNA 검사"였다. 검사를 통해 아이의 유전자에 창의성이 몇 퍼센트인지 확인해주는 서비스였다. 결과지가 나오면 부모들의 반응은 대개 두 가지로 나뉘었다.

"우리 아이 창의력 유전자 80%! 역시 천재였어!"

"어떡해... 창의력이 25%밖에 안 된다니. 이건 절망적이야."


그날 이후, 창의력이 낮은 아이들은 학교에서 소외되기 시작했다. 친구들 사이에서도 "쟤는 창의력 30%짜리야"라는 소문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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