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5년, 인류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모든 것이 제어되는 사회로 접어들었다. 인간의 삶은 더 이상 우연에 맡겨지지 않았다. 유전자의 설계와 선택, 심지어는 사람의 감정과 행동까지도 데이터로 관리되는 세상이었다.
과학자들은 “우리는 할 수 있다면 해야 한다”는 믿음 아래, 인간의 유전자를 완벽하게 만들어내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고, 이를 지원한 정부는 국가 차원에서 유전자 조작을 법제화했다.
기술자들은 "완벽한 인간을 만들 수 있다"는 논리로 사람들을 설득했다. 이제 모든 인간의 출생은 과학적 계산과 선택에 의해 이루어지며, 질병과 결함은 과거의 유산으로 남게 되었다. 유전자 기증자들은 "최고의 인간"을 구현한 존재로 숭배받았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에릭 레이먼드였다. 그는 유전자 기증자 #001으로, 전 세계적으로 '완벽한 인간'으로 칭송받았다.
국민들은 정부의 선전에 의해 점차 이를 받아들였고, "우수한 유전자"를 가진 아이들이 태어나는 것이 미래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열쇠라는 믿음이 퍼졌다. 그러나 이 사회는 차츰 잃어버린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아이들은 부모의 기대에 맞춰 살아야 했고, 그들만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어려워졌다.
1. 에릭 레이먼드
에릭은 완벽한 유전자 설계로 태어난, "인류의 아버지"로 불리는 인물이지만, 자신이 만든 세상에서 점차 불편함을 느낀다. 수많은 후손들이 태어났지만, 그들 중 일부는 자신과 너무도 똑같은 외모와 성격을 가지고 있었고, 그로 인해 에릭은 점차 자신의 존재 의미를 의심하게 된다.
그는 처음에 자랑스러워했다. "완벽한 유전자"를 통해 세상은 더 나은 곳이 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이 사회가 인류의 다양성을 억제하고, 인간다운 존재가 무엇인지를 잃어가는 것 같았다.
2. 거울 속 또 다른 자신
에릭은 어느 날, 자신과 똑같이 생긴 아이를 거리에서 본다. 처음엔 그저 우연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후에도 반복적으로 자신과 닮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하나같이 에릭이 만든 '완벽한 유전자'의 후손들이었다.
그 중 한 아이는 에릭과 똑같은 눈빛과 목소리, 걸음걸이를 가지고 있었다. 에릭은 충격을 받으며 아이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 보지만, 아이는 대꾸도 하지 않고 빠르게 사라진다. 그때 에릭은 문득 깨닫는다.
"이건 그냥 내 모습이 반복되는 것일 뿐이다. 나는 단순히 복제품을 양산한 기계에 불과한 걸까?"
그는 자신이 세운 시스템의 결과물들을 마주하며 점차 심리적으로 무너져갔다. "우리는 나아지기 위해 이렇게 했던 걸까, 아니면 그냥 더 많은 나를 만들기 위해서 했던 걸까?"
3. 부모의 절망
어느 날, 에릭은 한 부부에게 연락을 받는다. 그들의 아이는 에릭의 유전자 중 일부를 물려받았지만, 치명적인 유전병을 앓고 있었다. 유전자는 우수하지만, 특정 희귀 질병에 대한 방어력이 약했던 것이다. 이 아이는 생후 몇 개월 만에 치료를 받지 않으면 죽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
부모는 절망적으로 에릭에게 묻는다.
"당신이 만든 유전자 때문에 우리 아이가 태어난 건가요? 왜 완벽하다고 했던 이 세상은 이렇게 우리를 고통 속에 가두는 것일까요?"
에릭은 그들의 말을 듣고, 눈앞이 캄캄해졌다. "이 아이가 죽으면 내 유전자도 죽는 것인가?" 그는 자신이 만든 완벽한 세상이 오히려 더 많은 고통을 낳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다.
4. 복제된 미래의 대화
에릭은 더 이상 도망칠 수 없었다. 어느 날, 그는 한 복제된 후손인 알렉스를 만나게 된다. 알렉스는 에릭과 매우 닮았지만, 그의 얼굴에는 감정이 결여된 듯한 공허함이 스며 있었다. 알렉스는 자신이 에릭의 유전자 덕분에 많은 것들을 이뤘지만, 그것이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우리는 당신의 유전자 덕분에 완벽해 보이지만, 사실 우리에게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하나의 부속품에 불과해요. 당신은 그걸 알지 못한 채, '완벽한 인류'를 만들려고 했죠."
에릭은 그 말을 듣고, 모든 것이 깨져버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완벽함을 추구한 끝에 결국 인간성 자체를 파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 밀려왔다. "내가 만든 이 세상은 진짜 완벽한 것일까, 아니면 단지 잘못된 욕망의 결과일 뿐일까?"
5. 감정의 폭발
점차 에릭의 감정은 격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완벽한 유전자"를 위한 세상에서 살아남은 이들이 겪는 내면의 고통과 공허함을 마주하면서 자신을 추슬러야 할 시점에 왔다. 하지만 그의 분노는 점점 커져갔다.
"왜 내가 이런 일을 해야 했지? 왜 내가 그들처럼 고통받아야 하는 거지? 내가 만든 시스템이 세상을 망치고 있는 걸까?"
마침내 그는 자신이 만든 유전자 시스템을 폭로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이 시스템이 사람들의 다양성을 억제하고, 결국 인류를 기계처럼 만드는 잘못된 길임을 알리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그가 데이터를 삭제하려는 순간, 시스템은 그의 행위를 막으려는 경고 메시지를 띄운다. 에릭은 그 순간, 자신의 감정이 극도로 폭발한다.
"이것이 내가 만든 '완벽함'의 끝이야!" 그는 마지막으로 마우스를 클릭하고 시스템을 파괴하려는 순간, 화면은 완전히 어두워진다.
6. 새로운 사회
몇 년 후, 새로운 사회가 도래했다. 유전자 조작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 시스템은 점차 변화하고 있었다. 정부와 기업들은 에릭이 만든 시스템을 완전히 폐기하지 않으면서도, 인간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그곳에는 "완벽한 유전자"의 잔재들이 존재했다.
에릭의 마지막 메시지는 여전히 사람들 속에서 떠돌고 있었다. "우리는 더 나은 삶을 위해 무엇을 잃어버리고 있는 걸까?"
에필로그
에릭은 사라졌지만, 그가 만든 세상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가 과연 진정한 답을 찾았을까? 아니면 그의 폭발적인 결단이 또 다른 혼란을 초래한 것일까?
'단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75 감정 통제 사회 (2) | 2024.12.20 |
---|---|
#74 축적의 힘 (2) | 2024.12.19 |
#73 멈춰선 사람, 나아간 사람 (1) | 2024.12.18 |
#72 유리정원의 혁명 (3) | 2024.12.18 |
#71 건너편 창문 (4) | 2024.12.16 |
쇼피파이로 글로벌 이커머스 정복하기 | 📘 구매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