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우리가 알지 못한 사이, 우리의 삶이 누군가에게 빛이 되다

창문을 통해 건너편 건물을 바라보는 건 내 하루의 작은 습관 중 하나였다. 특히 저녁이면 어김없이 켜지는 그 집의 노란 불빛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그곳엔 젊은 부부가 살고 있었다. 집 안에서 함께 요리하거나, 소파에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는 모습이 참 자주 보였다. 가끔은 서로를 보며 웃고 장난치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왔고, 그럴 때마다 나는 그들의 자유로움이 부러웠다.

우리 집은 그와는 사뭇 달랐다. 저녁이면 두 아이가 놀다 흩어놓은 장난감을 치우느라 정신이 없었고, 설거지와 빨래는 늘 밀려 있었다. 아이들을 재우고 나면 어깨와 허리가 쑤셔왔고, 남편과 나 둘 다 소파에 몸을 맡긴 채 잠이 들 때도 많았다. 아이들을 키우며 느끼는 행복이 컸지만, 동시에 육아와 일상의 반복 속에서 피로가 쌓여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젊은 부부는 그런 고민 따위는 없는 듯 보였다. 아이도 없고,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내가 한 번도 가져본 적 없는 무언가처럼 느껴졌다.
"우리도 저렇게 여유로웠던 때가 있었지,"라고 남편에게 말한 적이 있다.
남편은 아이들을 재우고 온 뒤 피곤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맞아. 그런데 지금이 더 좋지 않아? 우리 두 아이를 봐. 저 사람들은 저런 행복을 못 느껴봤을 수도 있어."
남편의 말은 옳았다.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엔 어쩔 수 없이 그 부부의 자유롭고 여유로운 삶이 부러웠다. 내게 없는 것을 가진 사람을 보는 기분이랄까.

"저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나는 그렇게 스스로에게 묻곤 했다. 행복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들의 삶은 너무 가벼워 보였고, 내 삶은 그 무게 때문에 더 힘들게 느껴졌다.


몇 주가 지나면서 건너편 부부의 모습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항상 함께 있던 그들이 점점 보이지 않더니, 하루는 남편 혼자 의자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는 모습이 보였다. 그 뒤로는 아내 혼자서 창문 옆에 앉아 있는 일이 많아졌다. 이상했다. 늘 행복해 보였던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어느 날, 동네 슈퍼에서 만난 이웃에게 그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건너편 남편이 백혈병에 걸려 투병 중이라는 소식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마음이 무거워졌다. 내게 완벽하고 자유로워 보였던 그들의 삶은, 실은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아픔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젊은 아내는 그 후에도 매일 창문 옆에 앉아 있었다. 어쩌다 눈이 마주치면 가볍게 웃어 보였지만, 그녀의 얼굴에는 깊은 슬픔이 배어 있었다.


며칠 뒤, 우연히 그녀와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다. 조용히 인사를 건넨 후,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다.
"힘드셨죠... 제가 뭐라고 위로를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녀는 잠시 침묵하더니 작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그래도 하루하루를 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사실..."
그녀는 잠시 망설이더니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힘들 때마다 당신네 가족을 보면서 위로를 받았어요. 두 아이와 함께 웃고 떠드는 모습이 참 좋아 보였거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나도 저런 가족을 꾸리고 싶다는 상상을 하곤 했어요."

나는 말문이 막혔다. 그녀가 우리의 삶을 부러워하고 있었다니. 내가 부러워했던 그녀와 그녀의 남편은, 실은 나와 우리 가족을 보며 희망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 나는 매일 아침 창문 너머 그녀의 창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점점 창가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줄어들었고, 가끔씩 밝은 얼굴로 밖으로 나가는 모습도 보였다. 그녀가 회복되어 가는 것을 보며, 나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내 삶 또한 누군가에게는 희망이었다는 사실이 가슴을 따뜻하게 했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우리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삶의 작은 빛이 될 수 있다. 삶의 무게가 버거울 때, 어쩌면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살아갈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728x90
반응형

'단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73 멈춰선 사람, 나아간 사람  (1) 2024.12.18
#72 유리정원의 혁명  (3) 2024.12.18
#70 빛과 그림자: 제한된 자원의 끝에서  (2) 2024.12.15
#69 도덕적 민주주의  (3) 2024.12.14
#68 디지털 늪에서 균형으로  (4) 2024.12.13

쇼피파이로 글로벌 이커머스 정복하기 | 📘 구매하기

728x90
반응형

지훈은 차가운 새벽 공기를 맞으며 길 위에 서 있었다. 길은 끝없이 뻗어 있었고,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세상의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고, 오직 발걸음 소리만이 어둠 속에서 메아리쳤다. 그가 왜 이렇게 걷고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자신도 알지 못했다. 그저 한 걸음, 또 한 걸음 내딛을 뿐이었다.

"왜 계속 걷고 있는 거지?"
지훈은 속으로 자신에게 물었다. 그의 머릿속은 복잡하고, 감정은 얽히기만 했다. 그는 그렇게 멈추지 않고 계속 걸었다. 발걸음이 조금씩 무겁게 느껴졌다. 이 길을 끝까지 걸으면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아니, 어쩌면 아무것도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계속 나아가야만 했다. 그 길이 끝이 보이지 않더라도, 그가 멈춘다면 또다시 그 길을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는 너무 많은 것을 놓쳐버린 기분이었다. 지나온 시간들, 그가 외면한 순간들이 모두 그를 추격하는 듯했다.

그는 그런 생각을 떨쳐내려 애썼다. "그냥 걸어가자. 뭐라도 찾아야 해."

그때, 발 앞에 웅덩이가 나타났다. 작은 물웅덩이였지만, 그 안에 비친 지훈의 얼굴은 이질적이었다. 물속에 비친 그의 얼굴은 어두운 하늘 아래서 일그러져 있었고, 눈빛은 흐릿하고 텅 비어 있었다. 마치 자신이 아니었던 것처럼.

"이게 나야? 왜 이렇게 보이지?"
지훈은 잠시 멈춰서 웅덩이를 바라보았다. 그 안에 비친 얼굴을 보며 그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깊은 의문이 들었다. 그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왜 이렇게 텅 비었지?"
그의 목소리는 작고 떨렸다. 물속의 자신을 보며 그동안 놓쳐온 것들, 알지 못한 감정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자신이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때,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도망친 거야. 다 놓쳐버리고, 그걸 잊으려고 계속 걸어온 거야."

지훈은 그 목소리가 자신에게 들린 것인지 아니면 주변에서 들려온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확실히 그의 마음속에서 울려 퍼졌다. 그는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도망친 건가?"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그동안 계속 걸어왔던 길은 진정 자신이 원했던 길일까? 아니면 두려움과 미련을 피하려고 달려온 길이었을까?

그의 손이 자연스럽게 웅덩이에 닿았다. 물은 차가운 느낌이었지만, 그 감각에 조금도 저항하지 않았다. 웅덩이에서 손을 뻗어 자신을 건드리며, 그는 물속에서 반사된 모습을 다시 한 번 들여다봤다. 이번에는 그가 잃어버린 것들이 떠올랐다. 지나친 시간들, 지나친 사람들, 감정들이 그를 떠밀고 있었다.

"그냥… 멈추면 안 될까?"
그는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멈추면 모든 것이 나아질까? 혹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릴까?

그는 물속에서 손을 떼며 고개를 들어 어둠 속을 바라보았다. 그때, 멀리서 한 줄기의 빛이 희미하게 반짝였다. 그 빛은 너무나 작은 점 같았지만, 그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강하게 다가왔다. 그 빛을 따라가면, 어쩌면 이 길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빛만 있으면 괜찮을 거야. 내가 잘못한 것들이 다 사라질 수도 있겠지."

그는 한 걸음씩 그 빛을 향해 나아갔다. 길은 여전히 끝이 없었지만, 그 빛이 그를 이끌어줄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그 빛을 바라보며 또 한 걸음 내디뎠다.

"그래, 나아가자. 어쩌면 이 빛을 따라가면 내가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희미한 빛이 조금씩 커져갔다. 지훈은 그 빛을 향해 계속 걸었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멈추지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728x90
반응형

쇼피파이로 글로벌 이커머스 정복하기 | 📘 구매하기

728x90
반응형

절망 속에서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은 우리 안에 있다.

한때 세계의 모범 국가로 찬사를 받던 노바리움(Novarium). 그러나 그 영광은 먼 과거의 이야기로 바뀌었다. 경제는 끝없이 침체되고, 물가는 치솟았다. 젊은이들은 더 나은 미래를 찾아 국경을 넘었고, 남은 사람들은 무기력과 절망에 빠져들었다.

이 암울한 상황 속에서 새로 선출된 대통령, 칼렌 아스트레이(Kallen Astre)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약속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의 이상과는 거리가 멀었다. 재정난에 허덕이는 국가는 정책을 실행할 여력이 없었고, 그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 상황에서 돈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칼렌은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는 국민들이 스스로의 힘을 믿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용기를 주기로 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매주 한 번, ‘희망의 시간’이라는 이름으로 라이브 연설을 시작했다.


첫 번째 이야기: 강철의 기적

첫 연설에서 칼렌은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왜 노바리움은 위대한 나라였을까요?"

그는 국민들에게 과거의 이야기를 꺼냈다.
"우리는 한때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나라였습니다. 50년 전, 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되었을 때,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큰 강철 공장을 세웠습니다. 자본도 기술도 부족했지만, 우리 국민들은 믿음과 노력으로 이를 이뤄냈습니다. 오늘날에도 이 강철 공장은 전 세계에 노바리움의 강인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는 말을 이어갔다.
"지금 우리가 가진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자원이 부족하더라도 우리는 과거의 정신을 되살릴 수 있습니다. 믿음과 행동이 있다면, 어떤 위기라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 희망의 학교

몇 주 후, 칼렌은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야기를 전했다.
“우리의 교육 시스템은 한때 세계 최고의 모델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예산 부족과 인재 유출로 흔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에도 우리는 비슷한 위기를 겪었습니다. 한 작은 마을에서 교사 한 명이 시작한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그는 버려진 창고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책이 부족했지만, 그는 직접 교재를 만들었고, 결국 그 아이들 중 몇몇은 훗날 노바리움을 대표하는 과학자와 지도자가 되었습니다.”

그는 강조했다.
“교육은 돈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것은 믿음과 열정에서 시작됩니다. 지금 우리가 다시 배워야 할 것은 바로 이 정신입니다.”


세 번째 이야기: 연대의 힘

"노바리움의 위대함은 단지 기술이나 경제에서 온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연대에서 왔습니다."

칼렌은 과거 대규모 자연재해 때 국민들이 함께 힘을 모았던 이야기를 꺼냈다.
"30년 전, 홍수로 인해 수백 명의 사람들이 집을 잃었습니다. 정부는 빠르게 지원을 약속했지만, 재정이 부족해 그 약속을 이행할 수 없었죠.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사람들이 스스로 서로를 돕기 시작한 겁니다. 이웃들이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고, 농부들이 쌀을 기부했으며, 기술자들이 집을 수리했습니다. 그 연대의 힘은 국가를 다시 일어서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강조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때의 연대입니다. 우리가 함께하면, 이 위기는 반드시 극복할 수 있습니다."


네 번째 이야기: 작은 혁신의 시작

"우리가 가진 것이 작다고 해서 시작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칼렌은 한 청년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20년 전, 한 젊은 청년이 작은 차고에서 시작한 아이디어가 있었습니다. 그는 단순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지만, 그 기술은 결국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 청년은 자본도 없었고, 실패를 반복했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노바리움은 기술 혁신의 중심지가 될 수 있었습니다."

칼렌은 국민들에게 물었다.
"우리 중 누구라도 혁신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큰 자원을 가졌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큰 꿈을 품었느냐입니다. 우리가 다시 꿈꾸기 시작한다면, 그 작은 혁신은 국가를 변화시킬 씨앗이 될 것입니다."


변화의 시작

칼렌의 연설은 처음에는 회의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국민들은 그의 메시지에 담긴 진정성을 느꼈다. 점차 사람들이 그의 연설을 보기 위해 모였고, 노바리움 곳곳에서 작은 변화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직장에서, 시장에서, 카페에서 칼렌의 연설을 떠올리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직장에서는 상사와 동료들이 "우리가 다시 한 번 일어나야 한다"며 용기를 북돋웠고, 시장에서는 상인들이 "우리도 조금씩이라도 변화를 만들어갈 수 있다"며 긍정적인 대화를 나눴다. 카페에서는 친구들이 모여 칼렌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이야기하며, "희망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서로 주고받았다.

한 아이의 꿈

한 어린 소녀, 린은 그 날 연설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그녀는 자신의 꿈에 대해 생각했다. 늘 부모님이 말하던 “너는 꼭 의사가 되어야 한다”는 기대가 부담스러웠지만, 칼렌의 연설을 들으면서 마음속 깊은 곳에서 꿈을 꿨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건,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사람이 되는 거야. 나는 선생님이 될 거야!"
린은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며 결심했다.

린의 이야기는 다른 아이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꿈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운 아이들은 서로 "나는 미래에 무엇을 하고 싶다"며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순수한 마음속에 희망의 씨앗이 심어졌고, 그것은 차츰 그들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도 퍼져나갔다.


에필로그

시간이 흘러, 노바리움은 다시금 조금씩 변화를 맞이했다. 경제 지표가 회복되기 전에, 먼저 사람들의 마음이 회복되었다.

칼렌은 국민들에게 물려줄 가장 강력한 유산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것은 돈도, 정책도 아니었다.
그것은 국민들이 스스로 믿음을 되찾고, 스스로를 위대하게 만드는 힘이었다.

728x90
반응형

쇼피파이로 글로벌 이커머스 정복하기 | 📘 구매하기

728x90
반응형

소년이 눈을 떴을 때, 방 안에는 고요함이 감돌았다. 처음에는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아침이라 생각했지만, 뭔가 이상했다. 부엌에도, 집 밖에도 아무도 없었다. 마을을 돌아다녀도 마찬가지였다. 소년은 텅 빈 길을 걸으며, 부모님은 물론 이웃들까지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사라진 것을 깨달았다.

처음 며칠은 그저 기다리기로 했다. 어디선가 모두 돌아올 거라는 믿음 하나로 집 안의 음식을 나눠 먹으며 버텼다. 그러나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소년은 점점 혼자만의 시간이 길어졌다. 외롭고 불안했지만, 소년은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를 다독이며 편의점과 마트를 오가며 음식을 구해왔고, 물도 찾아내며 생활을 이어갔다.

그렇게 무려 2년 반의 시간이 흘렀다. 소년은 낯선 고독에 익숙해졌지만, 사람에 대한 그리움은 날이 갈수록 커져갔다. 그런데 어느 날, 낯선 생명이 소년의 마음을 흔들었다. 집 앞에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나타난 것이다. 말도 안 되게 쓸쓸한 눈빛을 가진 강아지는, 마치 자신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소년을 바라보았다.

소년은 강아지에게 다가가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너… 어디서 왔어?”

소년은 강아지의 고운 털을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강아지는 겁내지 않고 소년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그 순간 소년은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감정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강아지를 소중히 안아 올리며 말했다.

"너를 보니 이름을 지어줘야 할 것 같아. 이제 내가 너의 가족이니까." 잠시 고민하던 소년은 따뜻한 웃음을 지으며 강아지를 내려놓고 부드럽게 말했다. "넌 이제 ‘별’이야. 밤하늘의 별처럼 나에게 빛이 되어줬으니까."

별은 이름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꼬리를 흔들며 소년을 따라 걸었다. 소년은 그날 이후 매일같이 별에게 이야기를 쏟아냈다. "별아, 오늘은 우리가 무엇을 먹을까?" 아침이 되면 소년은 별에게 하루 계획을 들려주었고, 밤이 되면 하루의 일과와 그리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별은 소년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며 옆에서 늘 함께해 주었다. 소년에게 별은 단순한 동물이 아닌 소중한 친구이자 가족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문제가 생겼다. 마을에 남아있던 음식이 거의 다 떨어져 갔다. 가게의 선반들은 텅 비었고, 이제는 편의점이나 마트 어디에서도 먹을 것을 구할 수 없었다. 소년은 결국 결심했다. 별과 함께 마을을 떠나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기로.

"별아, 우리 이제 떠나야 할 것 같아." 소년은 배낭에 남은 물건들을 챙기고, 별의 고운 털을 쓰다듬으며 다짐했다. "우리가 함께라면 어디든 갈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언젠가 사람들도 만날 수 있겠지."

소년과 별은 작은 배낭 하나를 메고 마을을 벗어났다. 처음으로 나서는 낯선 길이었고, 소년의 마음은 두려움과 설렘이 교차했다.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작은 마을 하나가 나타났다. 소년은 기대에 찬 마음으로 둘러보았지만,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대신 그곳에는 오래된 물건들과, 누군가 남기고 간 자잘한 흔적들만 남아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이곳에서 생활했지만 갑자기 사라진 듯한 흔적들. 소년은 그 흔적들 사이에서 다시 한 번 사람들을 그리워했다.

그날 밤, 소년은 별과 나란히 앉아 하늘을 바라보았다. 별에게 속삭이며 작은 희망을 다졌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을 거야. 분명히 누군가는 살아 있을 거야. 우리가 꼭 찾아내자."

소년과 별은 그렇게 매일 길을 걸어갔다. 마을마다 들르며 사람들의 흔적을 찾아보았지만, 모두 사라진 흔적들만 남아 있었다. 문득 길을 걷다가 지친 소년이 별에게 말을 걸었다. "너와 내가 왜 이곳에 남겨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계속 걸어가다 보면, 꼭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별은 소년을 바라보며 조용히 꼬리를 흔들었고, 그 모습에 소년은 다시 마음을 다잡고 길을 나섰다.

소년과 별은 사람이 없어진 황량한 세상을 묵묵히 걸었다. 희미한 불안과 외로움 속에서도 서로에게 기대며, 소년과 별은 무언가를 찾기 위한 여정을 계속했다.

소년과 별은 길 위에서 수많은 흔적을 만났다. 낡고 먼지 쌓인 식료품, 흩어진 옷가지, 급히 버려진 가방들까지—마치 사람들이 어딘가로 떠나다 실패한 듯한 흔적들이었다. 소년은 이 모든 것이 무슨 의미일지 생각했지만, 대답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별과 함께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이 소년에게 힘을 주었다.

어느 날, 소년과 별은 오래된 고층 빌딩이 서 있는 도시로 들어섰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도시의 풍경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했다. 소년은 텅 빈 거리와 부서진 유리창을 보며 속으로 혼잣말을 했다. "사람들은 어디로 간 걸까… 여기도 빈 껍데기만 남았네."

소년과 별은 도시의 구석구석을 살펴보며 물과 음식을 찾았다. 남아 있는 캔 음식 몇 개를 발견해 허기를 달랬지만, 갈수록 상황은 점점 더 힘들어졌다. 그렇게 길고 긴 여정을 이어가던 어느 날, 별이 몸을 웅크리고 아픈 듯이 신음했다.

"별아, 괜찮아?" 소년은 깜짝 놀라 별을 안아들고 가방에 남은 물과 약간의 음식을 별에게 먹였다. 별이 지친 눈으로 소년을 바라보자 소년은 애타게 손을 뻗어 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내가 지켜줄게. 너도 나를 도와줬잖아."

며칠 동안 소년은 별을 간호하며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렀다. 소년은 불안한 마음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별의 곁을 지키며 끊임없이 말을 걸어주었다. "별아, 넌 나의 별이잖아. 넌 분명히 다시 건강해질 거야." 그렇게 온 힘을 다해 보살핀 덕분에, 별은 서서히 기력을 되찾았고, 다시 소년과 함께 길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소년은 별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고, 둘은 서로를 의지하며 점점 더 먼 곳으로 나아갔다. 이젠 마을과 도시를 넘어 황량한 벌판과 거친 산을 지나야 했다. 길은 갈수록 험난했지만, 소년은 별과 함께라면 어떤 고난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은 먼 곳에서 희미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발견했다. "별아, 저기 봐! 저기에 누군가가 있을지도 몰라!" 소년은 희망에 찬 눈빛으로 별을 바라보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별도 지친 몸을 일으켜 소년과 함께 힘차게 달렸다.

소년과 별은 그렇게 연기가 나는 곳을 향해 끝없는 길을 걸었다. 소년의 마음속에는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날 누군가가 있다는 기대가 피어올랐다.

소년과 별은 연기를 따라 한참을 걸었다. 연기는 점점 더 선명하게 보였고, 그곳에 가까워질수록 소년의 가슴은 두근거렸다. 드디어 연기의 근원지에 도착했을 때, 소년은 한낱 버려진 캠프장과 바람에 흔들리는 천막을 발견했다. 그곳에는 사람들이 남겨 둔 흔적이 가득했다—부서진 캠프 장비와 반쯤 먹다 남은 식량, 불에 그을린 작은 화로까지.

소년은 숨죽인 채 주위를 살피며 작은 희망을 품었다. "혹시… 누군가가 여기 있었다면 곧 돌아오지 않을까?" 그러나 주위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사람의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소년은 또다시 허망함을 느꼈다.

그때, 별이 천막 쪽에서 뭔가를 발견하고 멈춰 섰다. 소년도 다가가 보니, 그곳에는 한 권의 낡은 노트가 놓여 있었다. 먼지가 쌓인 노트를 펼쳐보자, 누군가의 흔들리는 손글씨로 써진 글들이 나타났다.

"우리는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서는 더는 살아남을 수 없으니까. 만약 이 글을 누군가가 읽는다면… 부디 살아남기를 바란다. 어디든 사람이 있는 곳으로 계속 가길 바란다. 우리는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소년은 노트를 손에 꼭 쥐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에도, 결국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구나…" 하지만 이 글을 읽고 나니 희미하게나마 희망이 되살아났다. 누군가가 남긴 마지막 흔적처럼 느껴졌고, 그들은 여전히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믿음이 생겼다.

소년은 별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결심했다. "별아, 우리도 계속 가자. 어딘가에 살아 있는 사람들이 있을 거야. 분명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 거야."

별은 소년의 결심에 힘을 보태듯 작게 꼬리를 흔들었다. 그렇게 소년과 별은 또다시 길을 떠났다. 이제 그들에게 남은 것은 그저 무한한 길과, 서로를 지켜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소년은 걸음을 재촉하며 앞으로 나아갔고, 별은 그런 소년을 묵묵히 따라주었다. 그들은 이제 단순히 살아남기 위해 걷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찾기 위한 여정을 이어가고 있었다.

소년은 수없이 많은 마을과 도시를 거쳐 가며 기대와 절망을 반복했다. 사람들의 흔적을 찾을 때마다 가슴이 뛰었지만, 돌아오는 건 늘 텅 빈 공터와 쓸쓸한 잔해들뿐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소년의 얼굴은 점점 수척해졌고, 그의 마음은 깊은 외로움과 고독에 갇히기 시작했다.

하루는 폭우가 쏟아지던 날이었다. 소년은 비에 젖은 몸으로 나무 아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았다. 비가 차가운 뺨을 타고 흘렀지만, 소년은 울지도 않았다. 이제 희망은 거의 남아 있지 않았고, 그저 무거운 허탈함만이 가슴을 짓눌렀다.

"별아… 미안해." 소년은 지친 목소리로 속삭였다. "여기까지 너를 데리고 온 게 잘한 일인지 모르겠어. 나도 더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별은 그런 소년의 곁에 고요히 앉아, 물기 어린 눈으로 소년을 지켜보았다. 소년은 한동안 눈을 감고 있었다. 별은 소년의 따뜻한 체온을 느끼며 그 곁을 떠나지 않았다. 별에게 소년은 전부였고, 소년에게 별은 마지막까지 의지할 수 있는 존재였다.

시간이 지나자, 소년은 결국 눈을 감은 채로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더 이상 말을 걸어줄 사람도, 따뜻하게 쓰다듬어줄 손길도 없었다. 소년의 작은 체구는 조용히 고요한 숲속에 머물렀다.

별은 꼬리를 내리고 소년의 곁에 다가가 그의 차가워진 손을 핥았다. 그리고 한참 동안 그 자리에 머물렀다. 별은 소년이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듯 고개를 숙이고 그 곁을 지켰다. 소년이 떠난 뒤에도, 별은 떠나지 않고 끝까지 소년의 옆에서 맴돌았다.

밤이 되자, 별은 소년을 등지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별은 홀로 남겨졌지만, 그 마음속에는 소년과 함께했던 기억들이 조용히 타오르고 있었다.

728x90
반응형

'단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편#31 도덕적 지옥  (4) 2024.11.06
단편#30 두 닭의 이야기  (2) 2024.11.06
단편#28 동정심이라는 이름의 무기  (4) 2024.11.05
단편#27 숲의 작은 모임  (0) 2024.11.05
단편#26 이기는 것보다 중요한 것  (0) 2024.11.04

쇼피파이로 글로벌 이커머스 정복하기 | 📘 구매하기

728x90
반응형

깊은 숲 속, 여우, 너구리, 올빼미, 그리고 고슴도치는 모두 한때 같은 꿈을 품고 모였다. 그들이 처음 만난 건 숲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자 각자 모험을 떠나온 날이었다. 먹이가 부족해지거나 서식지가 훼손되는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어떻게 하면 숲을 더 평화롭고 풍요로운 곳으로 만들 수 있을지 밤늦도록 논의했다.

처음에는 많은 동물들이 모임에 참여했다. 다람쥐, 족제비, 심지어 토끼들까지도 자신의 문제를 가져와서 서로 의견을 나누었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해결책을 제안했다. 고슴도치는 땅을 더 비옥하게 만드는 법을 제안했고, 올빼미는 밤에도 안전하게 먹이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했다. 여우와 너구리도 나름의 경험과 지혜를 더했다. 숲의 동물들은 매달 초마다 이 모임에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가며 희망을 키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동물들은 하나둘 모임에서 떠나기 시작했다.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각자의 생활이 바쁘고, 각자의 가족을 돌보는 것도 점점 어려워졌다. 서로의 생각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같은 목표를 품었더라도, 먹이를 구하는 방식이나 살아가는 터전의 차이에서 비롯된 다른 관점들은 때로는 모임에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숲의 모임은 소수의 동물만 남게 되었다. 이제는 여우, 너구리, 올빼미, 그리고 고슴도치만이 남아 있었다. 이들은 여전히 매달 초 작은 나무 밑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더 이상 큰 모임은 아니었지만, 각자 삶에서 마주하는 어려움과 도전들을 함께 이야기하며 서로에게 작은 힘을 주었다.

그날도 고슴도치는 땅을 파며 숲을 더 풍요롭게 할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야기했다. 올빼미는 밤에 겪는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안전하게 먹이를 구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했다. 여우는 주변 숲의 변화를 전하며, 앞으로의 어려움에 대해 모두가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너구리는 더 강한 쉼터를 만드는 법에 대해 조언을 나눴다.

모임은 이제 작아졌지만, 남은 동물들에게는 이 시간이 소중한 자극이 되었다. 숲의 다른 동물들은 각자의 길로 떠났지만, 이 작은 무리만은 서로를 통해 다시금 힘을 얻고, 더 나은 숲을 향해 각자 최선을 다했다.

언젠가 더 많은 동물들이 이 모임으로 돌아오게 될지, 아니면 남은 이들마저 사라지게 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여우, 너구리, 올빼미, 고슴도치는 오늘도 이 작은 만남이 자신들에게 큰 의미를 준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같은 지향점을 품고, 서로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728x90
반응형

쇼피파이로 글로벌 이커머스 정복하기 | 📘 구매하기

728x90
반응형

재훈은 한때 자신이 선택한 길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의 삶은 마치 발끝만을 바라보며 걷는 사람처럼, 작은 목표에 몰두하며 큰 그림을 잊은 채였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친구들은 속도감 있게 앞서 나갔다. 그들이 높이 쌓아 올린 탑을 바라보며 그는 속으로 되뇌곤 했다. "왜 난 이렇게 늦을까?"

어릴 적에는 시간의 개념이 흐릿했다. 친구들과의 축구 한 판, 저녁까지 이어진 게임, 길고 지루한 수업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그저 일상의 일부였다. 공부라는 것은 그저 대충 해도 될 일 정도로만 여겨졌고, 목표는 희미한 먼 미래에 있을 뿐이었다. 대학에 가고 나서야 재훈은 현실의 냉혹함을 깨달았다. 그때서야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늦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도 또 다른 늦음을 의미했다.

30대에 접어들자, 그는 지쳐갔다. 열심히 달려도 성과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일을 하고 나면 항상 뒤처지는 기분이 들었다. 같은 일을 하는 동료들은 더 빠르고 더 능숙하게 성과를 내고 있었다. "내가 부족한 건가?" 재훈은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하루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동창 모임에서 만난 친구들이 그들만의 성공담을 나누고 있었다. 한 친구는 사업을 시작해 몇 년 만에 억대 수익을 올렸다고 자랑했다. 또 다른 친구는 큰 기업의 중역으로 승진해 바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재훈은 왠지 자신이 그들과 같은 나이대의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마치 나이보다 더 어린 것처럼, 아니면 그저 시간이 멈춰버린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들과는 다른 시간을 살아온 것 같았다.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는 어두운 방 안에서 홀로 책을 펼쳤다. 지금껏 책에서 얻었던 위인들의 말들은 마치 따뜻한 위로였다.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다고,” “자신만의 속도를 믿으라고.” 그는 이 말을 곱씹으며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겼다. 그 속에는 그와 같이 늦음을 경험했지만 끝내 성취를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들도 늦었다고 생각했을까?" 재훈은 자문했다.

40대 중반이 되면서, 그는 점차 그간의 시간과 노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작은 성취들이 쌓이고 쌓여 조금씩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그가 어릴 적 무의미하게 보낸 시간들은 그만의 색깔을 더해 지금의 자신을 만든 것이었다. 비록 속도는 느렸지만, 자신만의 리듬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때로는 고뇌와 절망감에 빠지곤 했다. "만약 좀 더 일찍 알았다면… 만약 조금 더 빨리 노력했더라면." 그는 질투와 시기심에 자신을 갉아먹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묘한 고집과 같은 믿음이 있었다. 책에서 만난 그 위인들이 한결같이 말하던 그 말, "자신의 시간을 믿어라."

재훈은 이제 더 이상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았다. 그저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뿐이었다. 누구보다 더디게 걸었지만, 그의 여정은 그만의 의미로 빛나고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늦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에게는 그저 '지금'이었을 뿐이다.

그는 더 이상 속도를 재지 않았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늦더라도 상관없었다. 그는 결국 도착할 것이고, 그곳이 그에게는 완벽한 시점일 것이었다.


728x90
반응형

'단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편#6 가려진 진실 속에서  (0) 2024.10.16
단편#5 잃어버린 길  (0) 2024.10.15
단편#3 탐욕의 끝자락  (3) 2024.10.15
단편#2 미뤄둔 꿈의 시작  (4) 2024.10.15
단편#1 걱정과 불안이 남기는 것  (2) 2024.10.14

쇼피파이로 글로벌 이커머스 정복하기 | 📘 구매하기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