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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신체와 관련한 기술의 경우 각자의 신체적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변형되어 기술로 자리 잡는다. 기술이 한 개인의 특기로 자리 잡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각자의 신체적 특성에 따라 미묘한 변형이 발생한다. 이 미묘한 변형을 항상 의식하고 연구해 두지 않으면 원하는 기술을 몸에 익히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처음부터 상대방과 자신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연습에 임한다는 점이다. '내 속에서 이 기술이 어떤 변형 작용을 일으키는가?'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능력이 숙달의 관건이다. 결국 이 능력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는 결정적 힌트이기 때문이다.
 
기본기나 틀을 익힐 때 자신도 모르는 새 잘못된 방법이 몸에 배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버릇'이라고 한다. 버릇은 본인이 기본을 벗어난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한 상태에서 몸에 익기 때문에 수정하기가 힘들다. 기본자세나 틀을 수없이 반복하는 이유는 무의식 중에 발생하는 오류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고, 그 오류를 수정하는 인식 능력을 키우기 위함이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이것을 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분명하게 대답할 수 있는 인식력을 다져 가는 일이야말로 숙달의 비결이다. 이 인식력은 마치 손쉽게 배율을 바꿀 수 있는 현미경이나 망원경과 같은 것이다. 미시에서 거시에 이르는 광범위한 영역을 넘나들며 배율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목적하는 기술을 찾아내고 그 기술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 기술이라는 것은 제각각 독립적으로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일정 수준에 도달한 기술적 시스템 안으로 녹아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기술이 가진 가치와 의미는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다른 기술들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달라진다.
 


무엇을 위해 그 기술이 필요한가. 그 기술은 자신이 가진 전체 기술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 이렇듯 과제를 명확히 인식하게 하는 거시적 관점은 기술 숙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명확한 목적의식이 구체적이고 능동적인 고민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기술을 습득하는 기본 원리는 마치 양복을 디자인하는 일과 같다. 실제로 옷을 만들 때 각자의 체형에 맞게 디테일을 조정하는 것처럼, 기술을 습득할 때도 기본에 충실하되 상황에 맞게 변형하고 조절하는 과정이 원활할 때 최대한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콜레스테롤이 건강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건강을 해치기도 하는 것처럼 버릇에도 장단점이 있다. 나쁜 버릇이 있는 한편 좋은 버릇도 있다. 버릇의 장단점은 기술 습득이나 숙달의 과정 전체라는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은 부분은 '버릇의 기술화'라는 사고방식이다. 무예나 예술 분야에서는 자기 버릇을 완전히 없애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것이 엄격한 '틀'이다.
 
전통 예술처럼 틀이나 형식이 뚜렷하고, 예부터 축적된 경험이나 지식이 중요한 영역에서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꾸준히 변화하고 발전하는 영역이나 독창성을 중시하는 영역에서는, 기본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버릇을 기술로 승화해 나가는 방법도 매우 효과적이다.
 


일반적으로 인간성이란 방대한 버릇과 습관의 집합체를 가리킨다. 이러한 버릇이나 습관은 복잡미묘하게 얽혀 있다. 버릇과 습관 전체를 버리는 것이 아닌, 전체적 관점에서 기술로 발전시킬 만한 가능성이 있는 것을 걸러내 훈련을 통해 독창적인 기술로 승화하는 것, 이것이 바로 '버릇의 기술화'다. 주변에서 '특기'를 뽐내는 사람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각자의 특기 이면에 '버릇의 기술화' 과정이 전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천성적으로 집에서 오래 머물며 생활하기를 즐기는 내향형 성향의 사람이라면 '칩거'하는 습성을 기술로 인식하고 어떠한 목적을 위해 활용함으로써 버릇을 기술로 바꿀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 폐쇄적이고 소극적인 생활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단순한 버릇이자 습관이기 때문에 기술로 승화시킬 수 없다.
 


일본의 소설가이자 작가인 사카구치 안고는 자신의 버릇을 미리 숙지하고 여러 버릇을 기술로 발전시켜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로 확립한 인물이다. 안고에게는 '칩거' 능력이 있었다. 그는 이 습성을 다른 작가들보다 훨씬 더 의식적으로 실천했다. 본격적인 집필 작업에 들어가면 대부분의 시간을 집 안에 틀어박혀 보냈다.
 


그토록 몰입하여 집필을 마치고 나면 이번에는 '방랑벽'에 몸을 맡긴다. '칩거'와 '방랑'이라는 완전히 상반된 영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지내는 것이 사카구치 안고의 스타일이다. 타고난 기질과 소설가라는 자기 직업을 절묘하게 조합함으로써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완성했따.
 
사카구치 안고는 자신의 버릇과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할 뿐 아니라, 무턱대로 그것을 고치려 들기보다 자신만의 무기로 만드는 데 활용했다.

 

코멘트

잘못된 버릇이라고 하더라도 어찌 보면 나의 삶의 한 부분을 지탱하고 있는 것일 수 있고, 그것이 다른 좋은 습관들을 유지시킬 수 있는 요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그것을 내가 통제할 수 있느냐는 것이고, 언제든 내게 필요할 때만 꺼내 쓸 수 있다면 남과 차별화된 기술로 승화시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는 어떤 버릇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나는 흥이 아주 많이 오르면 주체하지 못하고 생각을 말로 뿜어내는 버릇이 있다. 때문에 분위기 파악을 못한다거나 눈치가 없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걸 잘 통제를 하는 편이다.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나 누군가 내게 도움을 요청할 때 떠오르는 생각을 모두 말로 표현하는데, 때로는 도움이 되기도 한다. 내가 창의적이라기 보다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때까지 쏟아낸다고 보면 된다. 가감없이 의견을 내는 것이 한편으로 내 캐릭터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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