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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은 차가운 새벽 공기를 맞으며 길 위에 서 있었다. 길은 끝없이 뻗어 있었고, 눈에 보이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세상의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고, 오직 발걸음 소리만이 어둠 속에서 메아리쳤다. 그가 왜 이렇게 걷고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자신도 알지 못했다. 그저 한 걸음, 또 한 걸음 내딛을 뿐이었다.

"왜 계속 걷고 있는 거지?"
지훈은 속으로 자신에게 물었다. 그의 머릿속은 복잡하고, 감정은 얽히기만 했다. 그는 그렇게 멈추지 않고 계속 걸었다. 발걸음이 조금씩 무겁게 느껴졌다. 이 길을 끝까지 걸으면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 아니, 어쩌면 아무것도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계속 나아가야만 했다. 그 길이 끝이 보이지 않더라도, 그가 멈춘다면 또다시 그 길을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는 너무 많은 것을 놓쳐버린 기분이었다. 지나온 시간들, 그가 외면한 순간들이 모두 그를 추격하는 듯했다.

그는 그런 생각을 떨쳐내려 애썼다. "그냥 걸어가자. 뭐라도 찾아야 해."

그때, 발 앞에 웅덩이가 나타났다. 작은 물웅덩이였지만, 그 안에 비친 지훈의 얼굴은 이질적이었다. 물속에 비친 그의 얼굴은 어두운 하늘 아래서 일그러져 있었고, 눈빛은 흐릿하고 텅 비어 있었다. 마치 자신이 아니었던 것처럼.

"이게 나야? 왜 이렇게 보이지?"
지훈은 잠시 멈춰서 웅덩이를 바라보았다. 그 안에 비친 얼굴을 보며 그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깊은 의문이 들었다. 그는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왜 이렇게 텅 비었지?"
그의 목소리는 작고 떨렸다. 물속의 자신을 보며 그동안 놓쳐온 것들, 알지 못한 감정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자신이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때,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도망친 거야. 다 놓쳐버리고, 그걸 잊으려고 계속 걸어온 거야."

지훈은 그 목소리가 자신에게 들린 것인지 아니면 주변에서 들려온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확실히 그의 마음속에서 울려 퍼졌다. 그는 눈을 감고 한숨을 내쉬었다.

"도망친 건가?"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그동안 계속 걸어왔던 길은 진정 자신이 원했던 길일까? 아니면 두려움과 미련을 피하려고 달려온 길이었을까?

그의 손이 자연스럽게 웅덩이에 닿았다. 물은 차가운 느낌이었지만, 그 감각에 조금도 저항하지 않았다. 웅덩이에서 손을 뻗어 자신을 건드리며, 그는 물속에서 반사된 모습을 다시 한 번 들여다봤다. 이번에는 그가 잃어버린 것들이 떠올랐다. 지나친 시간들, 지나친 사람들, 감정들이 그를 떠밀고 있었다.

"그냥… 멈추면 안 될까?"
그는 다시 한 번 생각했다. 멈추면 모든 것이 나아질까? 혹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어버릴까?

그는 물속에서 손을 떼며 고개를 들어 어둠 속을 바라보았다. 그때, 멀리서 한 줄기의 빛이 희미하게 반짝였다. 그 빛은 너무나 작은 점 같았지만, 그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강하게 다가왔다. 그 빛을 따라가면, 어쩌면 이 길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빛만 있으면 괜찮을 거야. 내가 잘못한 것들이 다 사라질 수도 있겠지."

그는 한 걸음씩 그 빛을 향해 나아갔다. 길은 여전히 끝이 없었지만, 그 빛이 그를 이끌어줄 것처럼 느껴졌다. 그는 그 빛을 바라보며 또 한 걸음 내디뎠다.

"그래, 나아가자. 어쩌면 이 빛을 따라가면 내가 잃어버린 것을 다시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희미한 빛이 조금씩 커져갔다. 지훈은 그 빛을 향해 계속 걸었다.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멈추지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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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에 갇힌 학교에서 본질을 찾아 나선 한 소년의 이야기

정우는 학교에서 문제아로 통했다. 그는 선생님들에게도, 부모님에게도, 심지어 친구들에게조차 달가운 존재가 아니었다. 수업 시간에는 교과서 대신 창밖을 바라보거나 엉뚱한 질문으로 분위기를 흐트러트리기 일쑤였고, 시험 점수는 매번 바닥을 찍었다. 규칙을 어기고, 지각하고, 때로는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는 정우는 학교라는 틀 안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로 여겨졌다.

하지만 정우의 행동 뒤에는 항상 질문이 있었다. "왜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 하지? 왜 시험 점수로 평가받아야 하지? 공부란 게 대체 뭘 위해 필요한 거야?" 그의 질문들은 때로는 비판적이었고, 때로는 엉성했지만 본질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질문들은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우의 의문은 "생각할 줄 모르는 문제아의 푸념"으로 치부되었고, 그는 점점 더 고립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국어 선생님이 부임했다. 윤정현이라는 이름의 이 선생님은 다른 교사들과는 달랐다. 그는 정우가 수업 중에 던진 엉뚱한 질문에도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려 노력하며, 그를 꾸짖는 대신 대화를 시도했다.

"선생님, 시를 왜 외워야 해요? 그냥 감상하면 안 되나요?"
이 질문은 정우가 늘 던지는 식의 비판이었다. 다른 선생님들이라면 "시험에 나오니까 외워!"라며 짜증을 냈을 터였다. 하지만 윤 선생님은 멈춰 서서 정우를 바라보았다.
"그럼 너는 시를 어떻게 배우는 게 좋다고 생각하니?"

정우는 처음으로 자신이 진지하게 대우받고 있음을 느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솔직하게 말했다.
"그냥, 제가 직접 시를 써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더 이해가 되지 않을까요?"

그 대화는 정우에게 특별한 경험이었다. 윤 선생님은 그날 이후로도 정우에게 질문을 던졌다. "학교는 왜 존재한다고 생각하니?", "넌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싶니?" 정우는 이 질문들에 즉답하지 못했지만, 마음속에서 뭔가 꿈틀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학교라는 틀 안에서 틀렸다고 여겼던 것들이 실은 그저 '다른 것'일 뿐이었다는 깨달음이었다.

윤 선생님과의 대화는 정우에게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었다. 그는 학교 밖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친구 몇 명과 작은 모임을 만들어 자신들만의 공부를 시작했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것들, 예를 들어 글쓰기, 토론,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탐구했다. 처음엔 아무도 이 모임을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우의 열정은 점차 사람들을 끌어모았고, 그 모임은 점점 더 커졌다.

그 과정에서 정우는 윤 선생님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윤 선생님은 "모든 변화는 혼란스럽다"는 말을 자주 했고, 정우가 흔들릴 때마다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학교는 틀릴 수도 있어. 하지만 그 틀 속에서 문제를 찾는 너 같은 사람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거야."

정우는 여전히 학교에서는 문제아로 보였다. 교사들은 그의 행동을 불량하다 여겼고, 친구들 중 일부는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우는 더 이상 그런 시선에 얽매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질문을 통해 스스로 답을 찾아가고 있었다.

윤 선생님은 늘 말했다. "문제를 일으킨다는 건 변화를 일으킨다는 뜻이야. 그걸 두려워하지 마." 정우는 그 말을 가슴에 새겼다.

정우는 여전히 학교에서 문제아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그 문제아라는 낙인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은 틀을 흔들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일이었다. 그는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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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호 과장은 오늘도 아침 일찍 출근했다.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그의 책상 위에는 해결해야 할 서류와 보고서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컴퓨터를 켜고, 마감 기한이 임박한 프로젝트 파일을 열었다. 그의 손가락은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리며 일에 몰두했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내가 왜 인정받지 못하는 거지?” 승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성실하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자신은 분명 회사에서 중요한 존재여야 했다. 하지만 주변 동료와 상사들은 그의 위치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과장님, 이번 프로젝트는 다른 사람에게 맡겨보는 게 어떨까요?” 팀원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제안했지만, 승호는 그 말을 듣고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다 잘하고 있는데 왜 맡기라고?” 그는 속으로 반발하며 “그게 쉽지 않은 일이란 걸 너희가 모를 거야.”라고 생각했다.

그는 주변에서 그가 완벽주의자라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하지만 그가 보기에 완벽함은 곧 업무의 질을 높이는 것이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결과가 중요하기 때문이야. 인정받고 싶으니까.” 승호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그래서 남에게 부탁할 수 없었다. 맡기면 다시 자신의 손으로 돌려받게 될 게 뻔했다.

며칠 전에도 위기의 신호는 있었다. 갑작스러운 가슴 통증에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잠시 책상에 앉아 숨을 고르면서도, 그는 곧바로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만 끝내고 나면 좀 쉴 수 있겠지.” 그는 매번 그렇게 생각했지만, 끝나지 않는 업무는 그에게 쉼을 허락하지 않았다.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결재가 미뤄진 보고서가 쌓이고, 이메일 알림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오후에 있었던 회의에서, 팀원 중 한 명이 서류를 작성했는데 승호의 눈에는 허점이 너무 많아 보였다. 결국 그는 “내가 다시 할게”라며 그 일을 맡았다. “이건 내가 아니면 안 돼,”라는 생각이 그의 머리를 스쳤다.

그러나 주변 동료들은 승호를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과장님은 일이 많아서 힘들어 보이는데… 다른 분들에게 맡기면 더 나아질 것 같아요,”라는 소문이 사무실 구석구석에서 퍼졌다. 그러나 그들은 승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그저 자신이 여전히 잘하고 있다고 믿었다.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다. 밤늦게까지 사무실에서 서류를 검토하던 승호는 갑자기 의자에서 쓰러졌다. 주변에 아무도 없었기에 그 누구도 그가 바닥에 누워 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는 흐릿한 의식 속에서 어릴 적의 자신을 떠올렸다. 걱정 없고 자유로웠던 시절, 해 질 녘 놀이터에서 친구들과 마음껏 뛰놀던 그때. 아무런 책임도 없었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한 장면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승호는 그 시절의 자신이 한없이 그리웠다. “나는 왜 이렇게 살고 있지?” 승호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냥 여유롭게 살아도 괜찮은 거 아닐까?” 그때의 자신을 떠올리며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그는 언제부터 자신을 이렇게 몰아붙여야만 했던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 시간의 아쉬움과 함께, 천천히 눈을 감았다. 쉼 없이 달려온 그의 삶은 이제서야 멈추게 되었다. 그가 가장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이제는 알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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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훈은 한때 자신이 선택한 길에서 벗어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의 삶은 마치 발끝만을 바라보며 걷는 사람처럼, 작은 목표에 몰두하며 큰 그림을 잊은 채였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친구들은 속도감 있게 앞서 나갔다. 그들이 높이 쌓아 올린 탑을 바라보며 그는 속으로 되뇌곤 했다. "왜 난 이렇게 늦을까?"

어릴 적에는 시간의 개념이 흐릿했다. 친구들과의 축구 한 판, 저녁까지 이어진 게임, 길고 지루한 수업 시간을 허비하는 것은 그저 일상의 일부였다. 공부라는 것은 그저 대충 해도 될 일 정도로만 여겨졌고, 목표는 희미한 먼 미래에 있을 뿐이었다. 대학에 가고 나서야 재훈은 현실의 냉혹함을 깨달았다. 그때서야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늦었다는 것을 깨닫는 것도 또 다른 늦음을 의미했다.

30대에 접어들자, 그는 지쳐갔다. 열심히 달려도 성과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일을 하고 나면 항상 뒤처지는 기분이 들었다. 같은 일을 하는 동료들은 더 빠르고 더 능숙하게 성과를 내고 있었다. "내가 부족한 건가?" 재훈은 자신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하루는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동창 모임에서 만난 친구들이 그들만의 성공담을 나누고 있었다. 한 친구는 사업을 시작해 몇 년 만에 억대 수익을 올렸다고 자랑했다. 또 다른 친구는 큰 기업의 중역으로 승진해 바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재훈은 왠지 자신이 그들과 같은 나이대의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마치 나이보다 더 어린 것처럼, 아니면 그저 시간이 멈춰버린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들과는 다른 시간을 살아온 것 같았다.

모임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는 어두운 방 안에서 홀로 책을 펼쳤다. 지금껏 책에서 얻었던 위인들의 말들은 마치 따뜻한 위로였다.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다고,” “자신만의 속도를 믿으라고.” 그는 이 말을 곱씹으며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겼다. 그 속에는 그와 같이 늦음을 경험했지만 끝내 성취를 이룬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그들도 늦었다고 생각했을까?" 재훈은 자문했다.

40대 중반이 되면서, 그는 점차 그간의 시간과 노력이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작은 성취들이 쌓이고 쌓여 조금씩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그가 어릴 적 무의미하게 보낸 시간들은 그만의 색깔을 더해 지금의 자신을 만든 것이었다. 비록 속도는 느렸지만, 자신만의 리듬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때로는 고뇌와 절망감에 빠지곤 했다. "만약 좀 더 일찍 알았다면… 만약 조금 더 빨리 노력했더라면." 그는 질투와 시기심에 자신을 갉아먹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묘한 고집과 같은 믿음이 있었다. 책에서 만난 그 위인들이 한결같이 말하던 그 말, "자신의 시간을 믿어라."

재훈은 이제 더 이상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았다. 그저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뿐이었다. 누구보다 더디게 걸었지만, 그의 여정은 그만의 의미로 빛나고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늦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에게는 그저 '지금'이었을 뿐이다.

그는 더 이상 속도를 재지 않았다. 방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늦더라도 상관없었다. 그는 결국 도착할 것이고, 그곳이 그에게는 완벽한 시점일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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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신체와 관련한 기술의 경우 각자의 신체적 특성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변형되어 기술로 자리 잡는다. 기술이 한 개인의 특기로 자리 잡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각자의 신체적 특성에 따라 미묘한 변형이 발생한다. 이 미묘한 변형을 항상 의식하고 연구해 두지 않으면 원하는 기술을 몸에 익히는 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처음부터 상대방과 자신의 차이점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연습에 임한다는 점이다. '내 속에서 이 기술이 어떤 변형 작용을 일으키는가?'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능력이 숙달의 관건이다. 결국 이 능력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할 수 있는 결정적 힌트이기 때문이다.
 
기본기나 틀을 익힐 때 자신도 모르는 새 잘못된 방법이 몸에 배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버릇'이라고 한다. 버릇은 본인이 기본을 벗어난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한 상태에서 몸에 익기 때문에 수정하기가 힘들다. 기본자세나 틀을 수없이 반복하는 이유는 무의식 중에 발생하는 오류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고, 그 오류를 수정하는 인식 능력을 키우기 위함이다.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이것을 하고 있는가?'라는 물음에 분명하게 대답할 수 있는 인식력을 다져 가는 일이야말로 숙달의 비결이다. 이 인식력은 마치 손쉽게 배율을 바꿀 수 있는 현미경이나 망원경과 같은 것이다. 미시에서 거시에 이르는 광범위한 영역을 넘나들며 배율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목적하는 기술을 찾아내고 그 기술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 기술이라는 것은 제각각 독립적으로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일정 수준에 도달한 기술적 시스템 안으로 녹아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떤 기술이 가진 가치와 의미는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다른 기술들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달라진다.
 


무엇을 위해 그 기술이 필요한가. 그 기술은 자신이 가진 전체 기술 속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가. 이렇듯 과제를 명확히 인식하게 하는 거시적 관점은 기술 숙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명확한 목적의식이 구체적이고 능동적인 고민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기술을 습득하는 기본 원리는 마치 양복을 디자인하는 일과 같다. 실제로 옷을 만들 때 각자의 체형에 맞게 디테일을 조정하는 것처럼, 기술을 습득할 때도 기본에 충실하되 상황에 맞게 변형하고 조절하는 과정이 원활할 때 최대한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콜레스테롤이 건강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 건강을 해치기도 하는 것처럼 버릇에도 장단점이 있다. 나쁜 버릇이 있는 한편 좋은 버릇도 있다. 버릇의 장단점은 기술 습득이나 숙달의 과정 전체라는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은 부분은 '버릇의 기술화'라는 사고방식이다. 무예나 예술 분야에서는 자기 버릇을 완전히 없애고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것이 엄격한 '틀'이다.
 
전통 예술처럼 틀이나 형식이 뚜렷하고, 예부터 축적된 경험이나 지식이 중요한 영역에서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이야기다. 그러나 꾸준히 변화하고 발전하는 영역이나 독창성을 중시하는 영역에서는, 기본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버릇을 기술로 승화해 나가는 방법도 매우 효과적이다.
 


일반적으로 인간성이란 방대한 버릇과 습관의 집합체를 가리킨다. 이러한 버릇이나 습관은 복잡미묘하게 얽혀 있다. 버릇과 습관 전체를 버리는 것이 아닌, 전체적 관점에서 기술로 발전시킬 만한 가능성이 있는 것을 걸러내 훈련을 통해 독창적인 기술로 승화하는 것, 이것이 바로 '버릇의 기술화'다. 주변에서 '특기'를 뽐내는 사람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각자의 특기 이면에 '버릇의 기술화' 과정이 전제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천성적으로 집에서 오래 머물며 생활하기를 즐기는 내향형 성향의 사람이라면 '칩거'하는 습성을 기술로 인식하고 어떠한 목적을 위해 활용함으로써 버릇을 기술로 바꿀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 폐쇄적이고 소극적인 생활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단순한 버릇이자 습관이기 때문에 기술로 승화시킬 수 없다.
 


일본의 소설가이자 작가인 사카구치 안고는 자신의 버릇을 미리 숙지하고 여러 버릇을 기술로 발전시켜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로 확립한 인물이다. 안고에게는 '칩거' 능력이 있었다. 그는 이 습성을 다른 작가들보다 훨씬 더 의식적으로 실천했다. 본격적인 집필 작업에 들어가면 대부분의 시간을 집 안에 틀어박혀 보냈다.
 


그토록 몰입하여 집필을 마치고 나면 이번에는 '방랑벽'에 몸을 맡긴다. '칩거'와 '방랑'이라는 완전히 상반된 영역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지내는 것이 사카구치 안고의 스타일이다. 타고난 기질과 소설가라는 자기 직업을 절묘하게 조합함으로써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완성했따.
 
사카구치 안고는 자신의 버릇과 약점을 정확하게 파악할 뿐 아니라, 무턱대로 그것을 고치려 들기보다 자신만의 무기로 만드는 데 활용했다.

 

코멘트

잘못된 버릇이라고 하더라도 어찌 보면 나의 삶의 한 부분을 지탱하고 있는 것일 수 있고, 그것이 다른 좋은 습관들을 유지시킬 수 있는 요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그것을 내가 통제할 수 있느냐는 것이고, 언제든 내게 필요할 때만 꺼내 쓸 수 있다면 남과 차별화된 기술로 승화시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는 어떤 버릇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나는 흥이 아주 많이 오르면 주체하지 못하고 생각을 말로 뿜어내는 버릇이 있다. 때문에 분위기 파악을 못한다거나 눈치가 없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걸 잘 통제를 하는 편이다.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나 누군가 내게 도움을 요청할 때 떠오르는 생각을 모두 말로 표현하는데, 때로는 도움이 되기도 한다. 내가 창의적이라기 보다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때까지 쏟아낸다고 보면 된다. 가감없이 의견을 내는 것이 한편으로 내 캐릭터가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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