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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왕은 인접국과의 회담에서 거만하게 자신의 지식을 과시하며 상대국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대화를 이끌어갔다. 회담은 결국 기대와는 다르게 끝났고, 외교 관계에 미묘한 불화가 생겼다. 그러나 왕은 이를 전혀 문제로 여기지 않고 있었다. 이를 염려한 신하 세로는 왕에게 조언하기로 결심했다.

세로는 왕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폐하, 이번 외교에서 인접국이 불편함을 느꼈던 것 같사옵니다. 폐하의 고귀한 지혜를 따르는 데는 부족함이 없으나, 조금 더 부드럽게 그들의 자존심을 배려했더라면 관계가 더 유연해졌을지 모르옵니다."

왕은 세로의 말을 듣자마자 얼굴을 찌푸렸다. "감히 나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려 드는 것이냐, 세로? 내 지혜를 네가 무엇이라도 판단할 수 있다는 말이냐?"

세로는 당황하며 잠시 말을 멈췄다. 자신의 진심 어린 조언이 오히려 왕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걸 깨달은 순간이었다. 그 이후 세로는 조언을 조심스러워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렸고, 그는 밤마다 고민했다. '어떻게 해야 왕께서 나의 충언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실까?'

며칠간 생각을 거듭한 세로는, 왕의 강점과 자신의 부족함을 먼저 인정하고 나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하리라 판단했다.


다시 왕을 알현한 세로는 깊이 고개를 숙이며 겸손한 태도로 말했다. "폐하, 제 작은 목소리를 들어주심에 감사하옵니다. 폐하께서는 학문과 예술, 지혜와 재능 면에서 모든 백성의 본보기가 되시옵니다. 저와 같은 미천한 자는 폐하의 앞에서 감히 지식을 논할 수도 없사옵니다."

왕은 미소를 지으며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너도 나의 가치를 아는구나. 그게 옳다, 세로."

세로는 계속해서 왕을 칭찬한 뒤,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저같이 무지한 자가 감히 말씀드리긴 송구하오나, 작은 외교 경험 하나만은 제게 허락된 미약한 재주인 듯하옵니다. 폐하께서 인접국의 감정을 조금 더 배려하신다면, 폐하의 지혜가 더욱 빛날 수 있을 것이라 믿사옵니다."

왕은 세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그들이 내 지혜를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고… 내가 그들을 다독이지 않은 탓이라는 말이냐?"

세로는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폐하의 지혜는 누구나 감탄할 만하지만, 사람들이 감정적으로도 다가올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다면 폐하를 더욱 따를 것입니다."

왕은 잠시 깊이 생각하더니 이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보아하니 그들이 나를 무시한 것이 아니라 다독임을 원했던 것이로구나. 네 말이 일리가 있다."


그날 이후 왕은 세로의 조언을 따랐고, 외교 문제를 보다 섬세하게 다루기 시작했다. 왕국의 외교 관계는 점점 더 안정되었으며, 왕은 세로의 충언을 진심으로 감사하게 되었다.

얼마 후, 왕은 모든 신하 앞에서 선포했다. "내가 믿는 세로를 험담하거나 그를 무시하려는 자는 처벌받을 것이다. 그는 나의 충직한 조언자이니라!"

그 말을 들은 신하들은 세로에게 감탄과 존경의 눈빛을 보내며 그의 지혜를 다시금 인정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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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 숲 속, 여우, 너구리, 올빼미, 그리고 고슴도치는 모두 한때 같은 꿈을 품고 모였다. 그들이 처음 만난 건 숲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고자 각자 모험을 떠나온 날이었다. 먹이가 부족해지거나 서식지가 훼손되는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어떻게 하면 숲을 더 평화롭고 풍요로운 곳으로 만들 수 있을지 밤늦도록 논의했다.

처음에는 많은 동물들이 모임에 참여했다. 다람쥐, 족제비, 심지어 토끼들까지도 자신의 문제를 가져와서 서로 의견을 나누었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해결책을 제안했다. 고슴도치는 땅을 더 비옥하게 만드는 법을 제안했고, 올빼미는 밤에도 안전하게 먹이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했다. 여우와 너구리도 나름의 경험과 지혜를 더했다. 숲의 동물들은 매달 초마다 이 모임에 모여,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가며 희망을 키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동물들은 하나둘 모임에서 떠나기 시작했다.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각자의 생활이 바쁘고, 각자의 가족을 돌보는 것도 점점 어려워졌다. 서로의 생각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같은 목표를 품었더라도, 먹이를 구하는 방식이나 살아가는 터전의 차이에서 비롯된 다른 관점들은 때로는 모임에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숲의 모임은 소수의 동물만 남게 되었다. 이제는 여우, 너구리, 올빼미, 그리고 고슴도치만이 남아 있었다. 이들은 여전히 매달 초 작은 나무 밑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더 이상 큰 모임은 아니었지만, 각자 삶에서 마주하는 어려움과 도전들을 함께 이야기하며 서로에게 작은 힘을 주었다.

그날도 고슴도치는 땅을 파며 숲을 더 풍요롭게 할 새로운 아이디어를 이야기했다. 올빼미는 밤에 겪는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안전하게 먹이를 구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안했다. 여우는 주변 숲의 변화를 전하며, 앞으로의 어려움에 대해 모두가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너구리는 더 강한 쉼터를 만드는 법에 대해 조언을 나눴다.

모임은 이제 작아졌지만, 남은 동물들에게는 이 시간이 소중한 자극이 되었다. 숲의 다른 동물들은 각자의 길로 떠났지만, 이 작은 무리만은 서로를 통해 다시금 힘을 얻고, 더 나은 숲을 향해 각자 최선을 다했다.

언젠가 더 많은 동물들이 이 모임으로 돌아오게 될지, 아니면 남은 이들마저 사라지게 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여우, 너구리, 올빼미, 고슴도치는 오늘도 이 작은 만남이 자신들에게 큰 의미를 준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같은 지향점을 품고, 서로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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