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진은 아이를 자유롭게 키우고 싶었다. 유아교육 전문가로 일하며 사교육에 시달리던 아이들의 고통을 너무나도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압박감에 눌려 웃음을 잃는 모습을 보며, 수진은 자신의 아이만큼은 마음껏 놀고 어울리며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자라길 바랐다. "아이의 행복은 지금 이 순간에 있다"라는 확신으로 아이를 키우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국 사회의 분위기는 수진의 이상과 거리가 멀었다. 주변 엄마들 사이에서 오가는 이야기는 언제나 비슷했다. "우리 애는 벌써 영어 유치원 다녀." "한글 교습을 안 하면 초등학교 들어가서 힘들다던데." "수학 문제집 하루에 몇 장씩 풀리냐?" 수진은 애써 무심한 척했지만, 점점 불안감이 스며들었다. 주변에는 사교육을 선택한 부모들만 보였고, 그 선택이 실패로 끝난 사례를 찾기도 어려웠다. 혹시라도 내 아이만 다른 길을 걷다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수진은 계속해서 확신과 의구심 사이를 오가며 마음이 흔들렸다.
어느 날, 수진은 아이와 함께 공원에 나갔다. 아이는 그네를 타며 친구들과 장난을 쳤고, 해맑게 웃었다. 그 순간 수진은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 ‘이렇게 웃는 아이의 모습을 지켜주는 게 진짜 교육이 아닐까?’ 그러나 이 생각도 오래가지 않았다. 엄마 모임에서 사교육 이야기가 쏟아질 때마다, 다시 불안감이 찾아왔다. "내가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걸까?" 마음속 깊은 곳에서 끊임없이 의구심이 일었다.
아이가 다섯 살이 되었을 때, 수진은 유아 체육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사교육보다는 신체 활동을 통해 아이가 마음껏 몸을 움직이며 놀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했다. 아이는 체육 수업에서 즐겁게 놀았고, 체육 선생님도 아이의 활발함과 성격을 칭찬해 주었다. 수진은 다시 확신을 가졌다. “아이의 행복이 무엇보다 중요해. 지금 잘 하고 있어.” 그러나 며칠 뒤, 친구의 아이가 이미 한글과 수학 학습을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수진은 또다시 흔들렸다. “나도 조금 더 일찍 시작했어야 했나?” 그런 생각이 자꾸만 스쳐 지나갔다.
몇 주 뒤, 수진은 도서관에서 아이와 시간을 보냈다. 아이는 동화책을 즐겁게 듣고 그림을 따라 그리며 행복해했다. 아이가 책을 통해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모습을 보며, 수진은 다시 한 번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신을 되찾았다. “책을 즐기고, 마음껏 상상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데.” 하지만, 이 확신도 오래 가지 않았다. 또다시 한 모임에서 다른 엄마가 말했다. “우리 애는 벌써 구구단을 외우기 시작했어.” 수진은 또다시 흔들렸다. "이렇게 놔둬도 괜찮을까? 나중에 학교에 가서 힘들면 어쩌지?"
수진은 고민 끝에 결국 아이를 한글 학습 교재로 시작해보기로 결심했다.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조금씩 가르쳐 보자.” 하지만 몇 주 지나지 않아, 아이는 금세 흥미를 잃었다. 수진도 점점 학습 시간을 줄여갔다. 아이가 그저 책을 읽고 놀이에 집중하는 시간이 훨씬 더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다. 수진은 마음을 다잡고 다시 확신을 가졌다. "역시 지금 아이에게 필요한 건 공부가 아니라 놀이야."
하지만, 이러한 다짐도 오래가진 않았다. 친구의 아이가 과학 캠프에 참가해 대회에서 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수진은 또다시 불안했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 내가 지금 해줄 수 있는 일이 더 있지 않을까?" 흔들리는 확신 속에서 그녀는 매일 밤 아이를 재운 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모든 선택의 결과는 아이에게 돌아갈 것이고, 그 책임은 오롯이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무게가 수진의 마음을 짓눌렀다.
수진은 결국 또다시 결정을 내려야 했다.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뭘까?” 그녀는 아이가 지금 이 순간을 행복하게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의 미래를 대비하는 일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였다. 수진은 여전히 매 순간 확신과 의구심 사이에서 흔들렸지만, 그녀는 어느새 깨닫고 있었다. 완벽한 선택이란 없고, 모든 부모는 이렇게 흔들리며 살아간다는 것을. 중요한 건 흔들림 속에서도 아이의 행복을 지켜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 과정임을.
그렇게 수진은 오늘도 흔들리면서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아이의 천진난만한 웃음이 가슴에 깊이 새겨지도록, 오늘도 자신의 흔들리는 확신을 다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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