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는 항상 실수하지 않는 것을 목표로 살아왔다. 초중고 시절 내내 반장과 회장을 도맡으며 성적 우수자로서 선생님과 부모님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입사한 대기업에서도 철저한 계획과 성실함으로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녀의 완벽주의는 승진으로 이어졌고, 회사 내에서도 누구보다 빠르게 인정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녀는 자신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과거의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복잡한 문제들이 점점 더 많이 찾아왔다.
결정적인 위기는 해외 파트너와의 중요한 협상 자리에서 발생했다. 이 프로젝트는 회사의 핵심 사업과 직결된 큰 계약으로, 성공 여부에 따라 회사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었다. 수지는 완벽한 스크립트를 준비해 자신만만하게 발표를 시작했다. 하지만 협상 도중 파트너 측에서 갑작스럽게 예산 삭감과 일정 변경을 요청했고, 수지는 순간적으로 당황했다. 예상치 못한 변수에 맞춰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무리하게 기존의 계획을 고집하려 했다.
회의실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파트너 측은 불만을 표했고, 협상은 순식간에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회사는 수백만 달러의 손해를 입을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다. 그때, 선배인 정현이 나섰다. 그는 침착하게 상황을 정리하고, 파트너와의 대화에서 핵심 쟁점을 파악해 협상의 방향을 재조정했다. 정현의 유연한 대처 덕분에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지만, 수지는 자신이 저지를 뻔한 실수의 심각성에 크게 충격을 받았다.
회의가 끝난 후, 수지는 죄책감에 휩싸여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때 정현이 다가와 조용히 말했다. “수지, 실수할까 봐 너무 조심스러워하지 마. 실수를 피하려고만 하면 오히려 더 큰 위기를 만들 수 있어. 중요한 건 변화하는 상황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하는 거야. 완벽한 계획이라도 현실은 언제든 달라질 수 있거든.”
정현의 말은 수지의 마음에 깊이 박혔다. 그녀는 그동안 ‘실수하지 않는 것’이 곧 성공이라 믿으며, 철저한 준비와 완벽한 계획만이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 생각해 왔다. 그러나 오늘의 경험은 그녀에게 실수를 감수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현실 속에서 완벽주의는 오히려 장애물이 될 수 있었다.
며칠 후, 수지에게 또 다른 기회가 찾아왔다. 이번에도 해외 파트너와의 협상 자리였지만, 그녀는 이번에 다르게 준비했다. 완벽한 스크립트를 버리고, 핵심 키워드와 대안만 머릿속에 정리해 두었다. 상황에 따라 즉흥적으로 대처해보자는 다짐과 함께 회의에 들어갔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날아들었을 때, 수지의 손은 잠시 떨렸고, 발음도 매끄럽지 않았다. 버벅거리며 단어를 몇 번이나 잘못 말했지만, 도망치지 않았다. 자신의 의견을 진솔하게 피력하며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정현의 말처럼, 상황에 맞춰 자신을 열어두고 실수를 감수하는 태도를 배워가고 있었다.
회의가 끝난 후, 발표는 완벽하지 않았고 협상도 완전한 성공이라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팀원들은 그녀를 격려했다. “수지, 오늘 정말 많이 달라졌어. 상황에 잘 적응하고 유연하게 대처했어.” 정현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게 바로 진짜 실력이야.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게 성장의 과정이니까.”
수지는 그날 이후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완벽주의를 내려놓고, 유연하게 대처하며 실수를 받아들이는 용기를 배워갔다. 과거의 모범생 태도는 그녀를 지금의 자리까지 이끌었지만, 이제는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더 큰 자신감을 얻고 있었다. 실수를 감수하는 용기야말로 앞으로 나아가는 힘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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