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는 서울에서 손꼽히는 유통업체의 CEO다. 젊은 시절, 그는 가난한 가정에서 자라나 남들보다 훨씬 불리한 출발선을 딛고 일어섰다. 끈기와 수완을 무기로, 태호는 차근차근 재산을 모아 지금은 몇백억 대의 사업을 운영하는 성공한 인물이 되었다. 그러나 그 뒤에는 언제나 자신을 합리화하는 모호한 변명이 따라다녔다.
태호는 10년 전, 온라인 유통 시장에 발을 들였다. 처음에는 정직하게 운영하려 했지만, 사람들의 소비 패턴을 분석하던 중 깨달았다. 고객들이 저렴한 가격과 빠른 배송을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공급망을 최대한 압박하고, 불법 하청 업체들과 손을 잡았다. 그곳은 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조차 지급하지 않았지만 태호는 이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자신에게 비난의 목소리가 들려와도 태호는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사람들이 싸고 빠르게 받고 싶어 하잖아. 나도 먹고 살아야지. 누구라도 나처럼 성공을 원한다면 같은 선택을 했을 거야.” 그의 눈에는 자신의 사업 방침이 단지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합리적인 선택에 불과했다.
몇 년 후, 태호의 유통업체는 급성장했지만, 그와 경쟁하려는 회사들도 많아졌다. 그중 한 경쟁사가 빠른 배송 서비스로 인기를 끌자, 태호는 그 회사를 몰락시키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조직적으로 가짜 리뷰와 악성 루머를 퍼뜨려 그 회사를 공격했고, 결국 그 경쟁사는 문을 닫았다. 해당 회사의 대표는 빚더미에 앉았지만, 태호는 이를 자신의 책임으로 보지 않았다. 그는 지인들에게 태연히 말했다.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내가 아니었어도 누군가 그 회사를 무너뜨렸을 거야.” 그는 자신이 단지 ‘비즈니스의 법칙’을 따랐다고 생각했고, 그 과정에서 피해를 본 사람들의 고통에는 눈을 감았다.
사업이 커질수록 세금도 늘어났고, 태호는 점점 불편해졌다. 그는 고액의 세금을 내는 것이 억울하다며 회사 자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고, 세금을 포탈하기 시작했다. 국세청의 조사가 시작되었을 때도 그는 웃으며 말했다. “모두가 탈세 정도는 하는 거야. 부당한 세금에서 나를 보호하는 건 당연하지.” 태호는 국가가 매긴 세금을 피할 권리가 있다고 믿었고, 자신을 피해자로 여겼다. 자신을 ‘부당한 시스템에 맞서는 현명한 사업가’라고 여기며, 주위 사람들에게도 같은 논리를 설파했다.
결국 태호는 수십억 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되었다. 검사와 판사, 방청석의 사람들은 그의 비뚤어진 논리에 혀를 내둘렀지만, 태호는 미동도 없었다. 오히려 그는 법정에서 늘 하던 말을 되풀이했다. “그 밖에 어쩔 도리가 없었어요. 누가 됐든 나와 같은 상황이었다면 같은 선택을 했을 겁니다.”
그의 목소리는 흔들림 없이 단호했고, 얼굴엔 미묘한 자부심마저 감돌았다. 방청석에서는 속삭임이 흘러나왔지만, 그는 조금도 위축되지 않았다. 태호는 그 말이 결코 변명이 아닌 진실이라고 믿고 있었다. 자신이 진정 피해자이며, 불가피한 선택을 했을 뿐이라는 그 믿음은 그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그는 철저히 자기 자신에게 속아 있었고, 오히려 법정에 서서도 스스로를 피해자라고 확신했다. 그 모습에 법정에 모인 사람들, 그의 옛 동료와 친구들, 그리고 피해자들은 오싹함을 느꼈다. 이 사람에게는 반성의 여지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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