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과 민석은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분야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성공'을 이루어가고 있었다.
강준은 사회사업가였다. 평범한 직업이었지만,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때 그가 느끼는 충만감이 모든 보상처럼 여겨졌다. 매일 작은 성공과 실패를 경험하면서도 그는 일에 대해 나름의 자부심을 가졌다. 강준은 항상 바쁜 일정 속에서도 지역 행사에 참여하거나 자원봉사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세우려 했다. 그런 그의 삶은 잔잔한 호수처럼 조용하고, 변화는 느렸지만 한결같았다.
민석은 투자 전문가로, 속도감 있게 성장해 온 인물이었다. 그는 업계에서 손꼽히는 전략가로 자리 잡았고, 위험을 감수하며 빠르게 실적을 쌓아가며 성공의 길을 걷고 있었다. 민석에게 성공은 목표에 닿는 순간순간의 쾌감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증명해야 하는 그의 삶은 늘 긴장감으로 가득했고, 성공이란 매 순간 달성해야 할 목표이자, 시시각각 변화하는 숫자로 표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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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후, 두 사람은 동문회에서 재회했다. 오랜만에 만난 이들은 서로에게 다른 세계의 사람처럼 느껴졌다. 강준의 주위에는 그가 도운 사람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웃고 있었고, 민석은 동창들 사이에서 성공한 인물로 주목받고 있었다. 그러나 강준과 민석은 서로의 삶을 보고 감탄과 의문이 교차하는 시선을 느꼈다.
둘은 대화 중 과거 학교 축제 이야기를 나누며 웃었다. 학창 시절 강준은 무대 뒤에서 일을 도맡아 했고, 민석은 사람들 앞에서 결과물만 보던 성격이었다. 강준은 사람들이 무대에 집중하도록 돕는 일이 즐거웠고, 민석은 어떻게든 무대 위에 서는 것이 목표였다. 그들의 사고방식은 그대로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졌음을 둘 다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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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 가까워지자 사람들이 하나둘 자리를 떠났고, 강준과 민석만이 남았다. 민석이 조심스레 물었다.
“강준, 넌 일하면서 느끼는 게 뭐야? 난 매일 숫자에 쫓기다 보니 가끔은 너무 허무해질 때가 있더라.”
강준은 잠시 생각하더니, 조용히 답했다.
“음... 나도 늘 행복한 건 아니야. 매번 성과가 크게 눈에 띄지 않아서, 가끔은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고. 하지만 그 작은 변화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있잖아. 그런 걸 느끼면 내가 걸어온 길에 의미가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돼.”
민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겼다. 그는 수많은 목표를 달성하고 있지만, 그것이 자신의 삶에 정말 깊이를 더해주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품어 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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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후, 민석은 대규모 거래에서 예상치 못한 큰 손실을 입게 되었다. 신문에 이름이 오르내릴 정도의 상황이었고, 모든 것이 잘못된 길로 흘러갔다. 그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매일 밤을 지새웠고, 삶의 방향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강준이 불쑥 찾아와 말했다.
“민석아, 실패도 한 과정일 뿐이야. 네가 지금껏 쌓아온 건 그대로 남아 있을 테니, 잠시 멈추고 돌아봐도 괜찮아.”
그 말을 들은 민석은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그는 이번 기회를 통해 더 이상 숫자와 결과에만 몰두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후 민석은 그동안 바쁘다는 이유로 지나쳤던 일들을 조금씩 되돌아보았다.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 일에 대한 자신의 태도까지 그는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삶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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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후, 민석은 자신을 위해 새로운 투자를 시작했다. 빠르게 성과를 내는 대신, 자신이 관심 있는 사회적 가치를 가진 프로젝트에 투자하며 천천히 결과를 기다렸다. 여전히 숫자로 보여지는 성과도 중요했지만, 이제 그는 그것을 넘어서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성공을 느꼈다.
강준과 민석은 시간이 지날수록 서로의 성공을 존중하며 삶의 다양한 무게를 공유하는 친구로 남았다. 사람들은 두 사람을 각각 존경과 신뢰의 대상으로 바라보았고, 그들의 성공이 각자의 방식대로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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