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영은 대학을 졸업하고 첫 직장에 입사했을 때, 그곳에서의 분위기가 늘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케팅 팀의 신입사원으로, 그는 항상 '효율성'과 '성과'라는 두 단어에 얽매여야 했다. 그 회사는 결과가 모든 것을 결정짓는 곳이었다. 성과가 좋지 않으면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매일같이 느끼며 수영은 점점 더 불편함을 느꼈다. 그는 고객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건 숫자와 결과가 아니라, 진정성과 소통이라고 믿었다.
그의 상사인 정 차장은 그와 정반대였다. 차장은 항상 빠르고 정확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을 중시하며, 사람들과의 관계보다는 성과를 강조했다.
"수영 씨, 이렇게 고객을 감동시키려고 애쓰면 시간이 너무 걸려요. 이러다 우리는 언제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어요?"
차장은 몇 번이고 그에게 조언을 주었다. 수영은 차장의 방식이 너무 기계적이고 형식적이라고 생각했지만,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영은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들이 회사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점차 깨달았다. 그는 고객과의 깊은 신뢰를 쌓는 것에 집중하며, 때로는 회사의 방침을 무시하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일하려 했다. 그 방식이 결국 팀 내에서 갈등을 일으키게 되었다.
"수영 씨, 그런 방식은 이미 시대에 뒤떨어졌어요. 계속 고집하면 결국 회사에 피해를 줄 수밖에 없어요."
상사인 차장의 말은 날카로웠다. 결국, 수영은 퇴사를 결심했다. 그는 그때만 해도 자신의 방식이 옳다고 믿었다. 고객을 존중하는 일이 비효율적일지라도, 그것이 결국 더 큰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창업을 시작한 후,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수영은 고객의 진심을 담고자 했지만, 시장은 그가 생각한 것과 달리 '효율'과 '성과'가 중요시되는 곳이었다. 그는 몇 번의 실패를 겪고, 결국 그가 고수했던 방식이 시장의 현실과 맞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10년 후, 수영은 어느 중견기업의 마케팅 팀장으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의 경력이 늘어날수록, 그는 과거의 경험을 되새기며 더욱 현실적인 접근을 중요시하게 되었다. 그가 맡고 있는 팀에는 신입사원 지호가 들어왔다. 지호는 수영의 젊은 시절을 그대로 닮은 사람처럼 보였다. 그는 고객과의 진정성 있는 관계를 강조하며, '성과'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중시했다.
"팀장님, 우리가 이 캠페인을 하는 이유는 단지 매출을 올리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진정으로 도움이 되는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서죠."
지호의 말은 수영에게 과거의 자신을 떠올리게 했다. 그때는 자신도 그렇게 믿었었다. 하지만 수영은 이미 그런 사고방식이 회사의 목표와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후였다.
"지호 씨, 그렇게 생각하는 게 나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우리 팀의 목표는 고객과의 관계를 맺는 것만이 아니라, 결국 결과로 이어져야 하잖아요. 효율성을 고려하면서도 그 진정성을 지켜야 해요."
수영은 지호에게 그런 말을 했지만, 지호는 여전히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날 이후, 수영은 지호가 지나치게 '고객과의 관계'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가 성과를 무시하면서까지 고객의 감정에만 의존하려는 태도는 수영에게 불편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몇 달 후, 팀은 큰 프로젝트에서 실패를 겪었다. 마케팅 전략이 효과를 보지 못하고, 회사는 큰 손해를 입었다. 그 결과, 지호는 자신의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 시작했다.
"팀장님, 제가 잘못했어요. 고객의 진심을 이해하려고 했지만, 그게 시장의 흐름과 맞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지호는 고백했다. 수영은 잠시 침묵을 지키며, 자신이 과거에 겪었던 갈등을 떠올렸다.
"지호 씨, 나도 한때는 그런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죠. 진정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시장의 흐름에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요. 그때의 고집이 지금의 내가 만든 거지만, 때로는 그 고집이 나를 어렵게 만들기도 했어요."
지호는 수영의 말을 깊이 새기며, 자신도 변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제 그는 고객의 마음을 이해하는 동시에,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수영은 창밖을 바라보며, 과거의 자신과 지호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는 고백했다.
"그때는 틀렸지만, 지금은 맞을 수 있어. 인생은 언제나 그때의 선택들이 결국 나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 온다."
그는 이제 더 이상 과거의 고집을 고수하지 않았다. 과거의 실수를 통해 얻은 교훈들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 주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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