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민의 하루는 유튜브 영상과 함께 시작되고 끝났다. 그는 잠에서 깨자마자 스마트폰을 집어 들어 유튜브를 켜고, 알람보다 더 자극적인 영상들을 시청했다. 처음에는 다큐멘터리나 시사 프로그램을 즐겨 봤지만, 이내 그를 사로잡은 건 "아무도 모르는 진실"이나 "숨겨진 이야기"를 다룬 영상들이었다. 기성 매체에서 다루지 않는 정보들이 주를 이루었고, 그는 점점 상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주제들에 깊이 빠져들었다.
지민은 회사에서든 친구 모임에서든 그가 얻은 새로운 정보를 나누고 싶어 했다. "사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게 있어. 진짜 진실은 숨겨져 있는 법이지,"라며 이야기의 실마리를 풀어갈 때, 그의 눈빛은 빛났다. 그러나 지민이 말할 때마다 사람들은 피곤한 기색을 보이거나, 대화를 얼른 마치려는 듯 급히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회사에서는 "지민 씨, 그만하고 일이나 좀 하자,"라는 핀잔을 들었고, 친구들은 "또 그런 얘기야?"라며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민은 점점 현실의 대화에서 멀어졌다. 그가 진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사람들은 온라인에 있었다. 유튜브의 댓글란에는 그가 보는 영상을 보고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곳에서 그는 "역시 나만 그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었어,"라며 안도감을 느꼈다. 누군가 그의 댓글에 "정말 맞는 말이에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라고 달아줄 때마다, 지민은 자신이 옳은 길을 걷고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
하지만 간혹 그를 의심의 그림자가 덮쳤다. 한밤중에 문득 "내가 정말 맞는 길을 가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때면, 잠시 불안감이 밀려오곤 했다. 그런 순간에도 그는 곧바로 유튜브를 열어 댓글을 확인했다. 다른 사람들의 지지와 공감이 담긴 말들, "지민님 같은 사람들이 더 필요해요"라는 댓글은 그의 불안을 잠재우고 다시 한번 신념을 다지게 만들었다. 그들은 지민에게 확신을 주었고, 그로 인해 지민은 자신이 깨달은 진실을 더욱 굳게 믿었다.
그의 일상은 점점 단순해졌다. 아침부터 밤까지 영상 시청과 댓글 확인, 그리고 관련 커뮤니티에서의 활동으로 가득 찼다. 회사에서는 일을 놓치는 일이 잦아졌고, 동료들의 눈초리는 점점 차가워졌다. "지민 씨, 이러다 진짜 큰일 나요,"라는 상사의 말에도 그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회사가 자신을 억압하고, 진실을 알지 못하게 하려는 시도로 느껴졌다. 결국 퇴사한 그는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유튜브에 쏟기 시작했다.
가족들과의 대화는 점점 더 어색해졌다. 지민이 식탁에 앉아 최근 본 영상 이야기를 꺼낼 때면, 가족들은 대개 그를 무시하거나 흘려듣기 일쑤였다. 동생은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었고, 어머니는 지민의 말을 듣다가 한숨을 쉬었다. "지민아, 그런 얘기 그만 좀 하고 밥이나 먹어." 그러나 지민은 대답 대신 슬그머니 휴대폰을 꺼내 다시 영상을 재생했다.
그의 삶은 점차 단절의 길로 접어들었다. 예전엔 주말마다 만났던 친구들과의 약속도 사라졌고, 현실에서의 대화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만이 그의 유일한 소통이 되었다. 그곳에서 그는 여전히 열띤 논쟁을 벌였고,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정보를 공유했다. 때로는 다른 의견을 비판하기도 하며, "이건 다 알고 보면 조작된 거야. 아직 모른다면 제대로 된 정보를 찾아봐,"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그는 어느 순간 자신의 지식이 오히려 현실과의 연결을 끊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그는 유튜브로 돌아가 "정말 공감돼요. 저도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어요"라는 댓글을 읽으며 다시 위로를 받았다. 그렇게 그는 온라인의 세계에서 점점 더 깊이 길을 잃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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