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솔직한 게 뭐가 문제야?
"야, 그거 좀 심한 거 아니냐?"
"뭐가? 틀린 말 했어?"
술자리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유진은 당황한 기색 없이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승현이 여자친구랑 헤어졌다는 말이 나오자, 유진은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솔직히 네가 답답했잖아. 카톡도 늦고, 표현도 안 하고. 네가 여자라도 너 같은 애랑 못 사귀었을걸?"
승현이 순간 굳었다. 민우가 옆에서 눈치를 봤지만, 유진은 개의치 않았다.
"그냥 위로나 해주면 안 되냐?"
"아니, 오히려 이게 도움 되는 말이야. 나 T잖아. 돌려 말하는 거 못 해."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기분이…"
"아, 감정적인 게 문제인거네? F라서 그래?"
승현은 입을 꾹 다물었다. 민우가 조심스럽게 나섰다.
"야, 솔직한 건 좋은데 분위기도 좀 봐야지."
유진은 피식 웃었다.
"아니, 그럼 가식적으로 위로해야 해? 난 T라서 그런 거 못해. 알잖아."
술자리는 급격히 싸해졌다. 민우가 화제를 돌렸고, 승현은 한참을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다.
유진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래서 감정적인 애들이랑 대화하기 힘들다니까.’
2. 팩트로 때린다
카페에서 주문을 기다리는데, 앞에서 주문하던 중년 여성이 짜증을 냈다.
"아니, 아메리카노를 따뜻하게 해달라고 했잖아요!"
점원은 당황한 얼굴로 "죄송합니다. 바로 바꿔드리겠습니다."라고 했지만, 여성은 한참을 더 불평했다.
유진은 옆에서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저 정도로 예민하면 집에서 내려 마시지."
순간 옆에 있던 사람이 깜짝 놀라 유진을 쳐다봤다. 심지어 화를 내던 여성도 유진에게 눈을 돌렸다.
"뭐라고요?"
"아, 그냥요. 솔직한 의견이에요."
여성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니, 남이 어떻게 하든 무슨 상관이에요?"
"그냥 저는 사실을 말한 건데요. 너무 감정적으로 반응하시는 거 같은데, 혹시 F세요?"
여성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옆에 있던 사람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굳이 그렇게 말해야 하나…"
유진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단지 팩트를 말했을 뿐이었다.
‘왜 이렇게 솔직한 걸 못 받아들이지? 다들 F라 그런가?’
3. 면접장에서의 T 100%
유진은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고 있었다. 면접관이 이력서를 넘겨보다가 물었다.
"전 직장에서 퇴사한 이유가 '조직 문화와 맞지 않아서'라고 적으셨는데, 조금 더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유진은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네, 솔직히 말하면, 그 회사는 너무 감정적이었습니다. 저는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인데, 사람들은 제 말을 무례하다고 받아들이더군요."
면접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를 들면 어떤 경우였나요?"
"어떤 팀원에게 일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하라고 조언했어요. 근데 기분 나쁘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팩트를 말했을 뿐인데."
"음… 전달 방식이 좀 직설적이셨나 보네요?"
"저는 돌려 말하는 걸 못 해요. T라서요. 기분 나쁘더라도 도움이 되는 말을 하는 게 낫지 않나요?"
면접관이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만약 이 회사에 입사하신다면 팀원들과 협업할 때도 같은 방식으로 소통하실 건가요?"
"네. 저는 솔직한 게 저의 강점이라 생각하고 그게 회사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면접관이 잠시 정적을 지켰다.
"알겠습니다. 오늘 인터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며칠 후, 불합격 메일이 도착했다.
"귀하는 당사와 맞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유진은 비웃으며 중얼거렸다.
"어쩐지 질문하는 게 딱 봐도 F더니 역시나네. 들어갔어도 금방 못 견디고 나왔을거야. 하여튼 F들은 힘들어."
그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어차피 그는 T니까.
'단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100 최고 권력자의 고독한 싸움 (1) | 2025.02.23 |
---|---|
#98 새로운 질서의 탄생 (1) | 2025.02.02 |
#97 앞서가는 사람들 (0) | 2025.02.02 |
#96 선동은 결국 자신을 향한다 (0) | 2025.02.02 |
#95 심심한 자유, 의미있는 책임 (1) | 2025.01.22 |
쇼피파이로 글로벌 이커머스 정복하기 | 📘 구매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