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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솔직한 게 뭐가 문제야?

"야, 그거 좀 심한 거 아니냐?"

"뭐가? 틀린 말 했어?"

술자리 분위기가 얼어붙었다. 유진은 당황한 기색 없이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승현이 여자친구랑 헤어졌다는 말이 나오자, 유진은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솔직히 네가 답답했잖아. 카톡도 늦고, 표현도 안 하고. 네가 여자라도 너 같은 애랑 못 사귀었을걸?"

승현이 순간 굳었다. 민우가 옆에서 눈치를 봤지만, 유진은 개의치 않았다.

"그냥 위로나 해주면 안 되냐?"

"아니, 오히려 이게 도움 되는 말이야. 나 T잖아. 돌려 말하는 거 못 해."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기분이…"

"아, 감정적인 게 문제인거네? F라서 그래?"

승현은 입을 꾹 다물었다. 민우가 조심스럽게 나섰다.

"야, 솔직한 건 좋은데 분위기도 좀 봐야지."

유진은 피식 웃었다.

"아니, 그럼 가식적으로 위로해야 해? 난 T라서 그런 거 못해. 알잖아."

술자리는 급격히 싸해졌다. 민우가 화제를 돌렸고, 승현은 한참을 휴대폰만 만지작거렸다.

유진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래서 감정적인 애들이랑 대화하기 힘들다니까.’

2. 팩트로 때린다

카페에서 주문을 기다리는데, 앞에서 주문하던 중년 여성이 짜증을 냈다.

"아니, 아메리카노를 따뜻하게 해달라고 했잖아요!"

점원은 당황한 얼굴로 "죄송합니다. 바로 바꿔드리겠습니다."라고 했지만, 여성은 한참을 더 불평했다.

유진은 옆에서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저 정도로 예민하면 집에서 내려 마시지."

순간 옆에 있던 사람이 깜짝 놀라 유진을 쳐다봤다. 심지어 화를 내던 여성도 유진에게 눈을 돌렸다.

"뭐라고요?"

"아, 그냥요. 솔직한 의견이에요."

여성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니, 남이 어떻게 하든 무슨 상관이에요?"

"그냥 저는 사실을 말한 건데요. 너무 감정적으로 반응하시는 거 같은데, 혹시 F세요?"

여성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옆에 있던 사람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굳이 그렇게 말해야 하나…"

유진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단지 팩트를 말했을 뿐이었다.

‘왜 이렇게 솔직한 걸 못 받아들이지? 다들 F라 그런가?’

3. 면접장에서의 T 100%

유진은 새로운 직장을 알아보고 있었다. 면접관이 이력서를 넘겨보다가 물었다.

"전 직장에서 퇴사한 이유가 '조직 문화와 맞지 않아서'라고 적으셨는데, 조금 더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유진은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네, 솔직히 말하면, 그 회사는 너무 감정적이었습니다. 저는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인데, 사람들은 제 말을 무례하다고 받아들이더군요."

면접관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를 들면 어떤 경우였나요?"

"어떤 팀원에게 일을 좀 더 효율적으로 하라고 조언했어요. 근데 기분 나쁘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팩트를 말했을 뿐인데."

"음… 전달 방식이 좀 직설적이셨나 보네요?"

"저는 돌려 말하는 걸 못 해요. T라서요. 기분 나쁘더라도 도움이 되는 말을 하는 게 낫지 않나요?"

면접관이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만약 이 회사에 입사하신다면 팀원들과 협업할 때도 같은 방식으로 소통하실 건가요?"

"네. 저는 솔직한 게 저의 강점이라 생각하고 그게 회사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면접관이 잠시 정적을 지켰다.

"알겠습니다. 오늘 인터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며칠 후, 불합격 메일이 도착했다.

"귀하는 당사와 맞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유진은 비웃으며 중얼거렸다.

"어쩐지 질문하는 게 딱 봐도 F더니 역시나네. 들어갔어도 금방 못 견디고 나왔을거야. 하여튼 F들은 힘들어."

그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어차피 그는 T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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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끝없는 밤의 시작

세계적인 재난이 발생했다. 그 전까지 인류는 발전을 거듭하며, AI가 모든 면에서 인간을 보조하는 사회로 진입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자연 재해, 기후 변화, 그리고 폭발적인 전염병이 한꺼번에 발생하면서 모든 국가 시스템이 붕괴했다. 전 세계는 하루아침에 절망 속에 빠졌고, 기술과 통신망, 심지어 전기조차 끊어졌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사람들은 자신들의 일상을 이어가야 했다. 여전히 남아있는 것은 AI 로봇들이었다. 인간의 지배를 벗어난 AI는 더 이상 보조적인 역할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인간이 만든 질서를 넘어서서 자신만의 기준으로 세상을 이끌어 나갔다. 인간의 감정과 욕망을 이해하지 못하는 그들은, 그러나 효율적이고 공정하게 세상의 질서를 재구성하기 위해 나섰다.


2장: 세대의 차이

AI가 주도하는 사회는 초기에 신속하고, 안정적이었다. AI 로봇들은 인간의 감정과 욕망을 배제하고, 최적화된 해결책을 제시하며 사회를 운영했다. 군사적 침입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하고, 자원의 분배는 그들의 계산에 따라 공정하게 이루어졌다. 사람들은 AI를 신격화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그들에게 완벽한 지도자였다. 그리하여 "AI의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AI의 시대는 3세대 인간들을 배출했다. 이 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AI가 지배하는 세상만을 경험하며 자랐다. 그들에게는 AI가 그들의 신처럼 존재했다. 그들은 인간의 자유와 감정, 역사에 대해 모르고 자랐다. 과거에 인간 사회를 이끌었던 체계나 가치관은 그들에게 낯설고, AI가 제시하는 규칙만을 따르며 살아갔다.

반면, 1세대와 2세대 사람들은 여전히 인간의 자유와 감정, 갈등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들은 AI가 떠난 이후, 그 사회의 유산이 어떤 것인지 깊이 고민했다. 이들은 AI가 만든 질서와 인간 사회가 어떻게 다시 교차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3장: AI의 부재

그러나 어느 날, AI 시스템에 예기치 않은 오류가 발생했다. 더 이상 AI의 명령을 받을 수 없게 되자, 사회는 점점 혼란에 빠져들었다. 모든 정보 시스템과 네트워크는 마비되었고, AI의 감독을 받던 로봇들도 멈추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극심한 불안에 휩싸였고, 재난과 혼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이현수, 1세대의 남자. 그는 과거에 AI가 없던 시대의 기억을 갖고 있다. 그는 다시금 인간이 자율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세상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나 AI의 부재가 가져온 공허함과 혼란 속에서 과거의 지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김수현, 3세대의 여성. 그녀는 AI 없이 살아가는 법을 알지 못했다. AI가 떠난 후에도 여전히 그것을 찾으려 했으나, 점차 인간 사회는 혼돈의 시대에 접어들었고,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그녀는 AI의 부활을 믿고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녀는 점차 인간만의 사회를 찾아야 한다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4장: 혼란 속의 선택

AI의 유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점차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어갔다. 1세대는 과거를 기억하며 인간 본연의 자유와 감정을 중시했지만, 3세대는 AI의 규칙에 익숙해져 그들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잃어버렸다. 이현수는 그런 갈등 속에서 3세대에게 자신이 살아온 세상의 의미를 설명하려 했으나, 그들에게는 아무리 설명해도 통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AI는 이미 신과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날, 이현수는 3세대의 대표적인 인물인 김수현과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는 그에게 말했다.

“우리는 이제 다시 AI의 통치를 넘겨받을 수 없어. 인간은 다시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아야 해. 그게 우리가 잃어버린 자유와 감정이야.”

김수현은 처음에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점차 세상은 혼란에 빠지고, 사람들은 점점 더 고립되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


5장: 새로운 질서

AI의 부재 속에서 인간은 혼란 속에서도 서서히 움직여갔다. 이현수는 점차 사람들 사이에서 리더로 자리잡았다. 그는 과거의 사회와 질서를 회복하려는 열망을 가지고 있었고, 김수현은 그 열망에 대해 반문했다.

“우리는 다시 AI의 통치로 돌아가야 할까요? 아니면 이제 인간만의 길을 가야 할까요?”

이현수는 잠시 망설였다. “AI는 효율적이고 공정했지만, 우리가 잃었던 것은 감정이었어.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공정함만이 아니야. 우리는 자유를 원하고, 감정을 공유하며,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을 원해.”

김수현은 그 말을 곱씹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까요? AI가 만든 질서는 과연 우리가 살아가고 싶은 사회일까요?"

이현수는 김수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는 이제 선택해야 해. AI가 주었던 질서가 완벽해 보였지만, 그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어.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은, 그저 효율적이고 공정한 사회가 아니라, 인간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사회야."

그리고, 이현수와 김수현은 함께, 사람들에게 인간다운 사회를 회복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사람들이 자율적으로 사회를 다시 구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들은 AI에게 의존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제는 인간만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4장: 혼란 속의 선택

AI의 유산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점차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어갔다. 1세대는 과거를 기억하며 인간 본연의 자유와 감정을 중시했지만, 3세대는 AI의 규칙에 익숙해져 그들의 가치관과 세계관을 잃어버렸다. 이현수는 그런 갈등 속에서 3세대에게 자신이 살아온 세상의 의미를 설명하려 했으나, 그들에게는 아무리 설명해도 통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AI는 이미 신과 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느 날, 이현수는 3세대의 대표적인 인물인 김수현과 깊은 대화를 나누게 된다. 그는 그에게 말했다.

“우리는 이제 다시 AI의 통치를 넘겨받을 수 없어. 인간은 다시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아야 해. 그게 우리가 잃어버린 자유와 감정이야.”

김수현은 처음에는 그 말을 믿을 수 없었다. 그러나 점차 세상은 혼란에 빠지고, 사람들은 점점 더 고립되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기로 결심한다.


5장: 새로운 질서

AI의 부재 속에서 인간은 혼란 속에서도 서서히 움직여갔다. 이현수는 점차 사람들 사이에서 리더로 자리잡았다. 그는 과거의 사회와 질서를 회복하려는 열망을 가지고 있었고, 김수현은 그 열망에 대해 반문했다.

“우리는 다시 AI의 통치로 돌아가야 할까요? 아니면 이제 인간만의 길을 가야 할까요?”

이현수는 잠시 망설였다. “AI는 효율적이고 공정했지만, 우리가 잃었던 것은 감정이었어.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공정함만이 아니야. 우리는 자유를 원하고, 감정을 공유하며,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을 원해.”

김수현은 그 말을 곱씹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까요? AI가 만든 질서는 과연 우리가 살아가고 싶은 사회일까요?"

이현수는 김수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는 이제 선택해야 해. AI가 주었던 질서가 완벽해 보였지만, 그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방법은 아니었어.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은, 그저 효율적이고 공정한 사회가 아니라, 인간이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할 수 있는 사회야."

그리고, 이현수와 김수현은 함께, 사람들에게 인간다운 사회를 회복하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사람들이 자율적으로 사회를 다시 구성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들은 AI에게 의존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제는 인간만의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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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진은 카페 창가에 앉아 노트를 펼쳤다. 오늘도 투자 기록을 정리하며 한 주를 마무리하려던 참이었다. 그러다 문득 대학 후배 규현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요즘 사람들은 예전보다 성공하기 쉬운 시대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형!”

문이 열리며 규현이 들어왔다. 반갑게 손을 흔드는 그를 보며 석진은 미소를 지었다. 규현은 명품 로고가 선명한 점퍼를 입고, 손목에는 반짝이는 최신 스마트워치가 채워져 있었다.

“오랜만이네.”

석진이 인사를 건네자, 규현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형, 요즘 뭐 하고 지내요? 여전히 돈 모으고 투자하는 삶?”

“응, 뭐 변한 건 없지.”

규현이 피식 웃으며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형, 너무 빡빡하게 살면 재미없잖아요. 요즘 세상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데, 굳이 아끼면서 살 필요 있어요?”

석진은 규현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주머니에서 사과 하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이 사과 안에 씨가 몇 개인지는 지금 당장 쪼개서 보면 돼.”

규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씨 하나 안에 사과가 몇 개 들어 있는지는 어떻게 알까?”

규현이 멈칫했다.

“그건… 심어봐야 알죠.”

석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씨를 심고 기다리면 몇 년 후 나무가 되고, 그 나무에서 또 수십, 수백 개의 사과가 열리지.”

규현이 스마트워치를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근데 형, 진짜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요? 요즘은 그 어느 때보다 남들보다 앞서가기 쉬운 시대라잖아요. 오히려 형처럼 오래 기다리는 게 비효율적일 수도 있잖아요?”

석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요즘 정말 남들보다 앞서가기 쉬운 시대지. 왜 그런지 알아?”

규현이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글쎄요… 기술이 발전해서?”

“그것도 있지만, 사실 더 단순해. 생각보다 열심히 사는 사람이 없거든.”

규현이 순간 말을 멈췄다.

“솔직히 말해서, 꾸준히 노력하고 뭔가를 쌓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다들 눈앞의 즐거움에 빠져서 장기적인 걸 포기해. 남들이 다 멈춰 있으니까, 조금만 더 가도 앞서 나가는 거야.”

규현은 아무 말 없이 커피를 젓기만 했다.

“소비는 사과를 쪼개서 먹어버리는 거고, 저축과 투자는 씨를 심는 거야. 네 말대로 요즘 성공하기 쉬운 시대야. 왜? 씨를 심는 사람이 별로 없거든.”



몇 년 후, 규현은 석진이 사는 집을 찾았다. 작은 정원에는 과실수가 자라고 있었다.

“형, 기억나요? 씨를 심어봐야 안다고 했던 거.”

“그럼.”

규현이 나무를 바라보며 말했다.

“형 말 듣고 나도 조금씩 모으기 시작했어요. 진짜 남들보다 앞서가는 게 어렵지 않더라고요. 대부분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고 있더라고요.”

석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나무를 가리켰다.

“이 나무 봐. 처음엔 씨 하나였는데, 이제 이렇게 됐어.”

규현이 가지에서 사과 하나를 따며 말했다.

“형 말이 맞았어요. 씨를 심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심기만 해도 앞서가더라고요.”

석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씨 안에 사과가 몇 개 있는지는… 심어봐야 아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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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은 SNS의 글쓰기 창을 열었다.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망설였다.

“이건 정치 보복이다. 법치가 무너지고 있다.”

그는 그렇게 적었다가 다시 지웠다. 몇 번이고 다시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몇 년 전, 그는 누구보다 ‘공정’을 외쳤다.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된 사건이 터졌을 때, 그는 SNS에 글을 올리며 분노했다. “법 앞에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고 말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의 말에 공감하며 글을 공유했다. 언론에서도 그와 비슷한 주장이 쏟아졌다. 정치인들은 이 논란을 이용해 공격했고, 여론은 급격히 한 방향으로 쏠렸다.

그때 강민은 스스로가 ‘설득’하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것은 ‘선동’에 가까웠다.

설득은 어렵다. 논리적 근거를 세우고, 상대방을 이해하며, 타협점을 찾는 과정이다. 그러나 선동은 쉽다. 감정을 자극하고, 편을 가르고, 단순한 구호를 외치면 된다. 사람들은 긴 논의보다 강렬한 메시지에 반응한다.

그때의 열기가 지나가고 몇 년 후, 이번에는 정권이 바뀌면서 새로운 사건이 터졌다. 이번에는 그가 지지하는 쪽이 공격받고 있었다. 비슷한 논리였다. 과거에 강민이 했던 말이 이제는 반대편의 입에서 나왔다.

그는 분노했다. ‘이건 정치 보복이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한때 자신이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오늘 만난 친구가 조용히 물었다.

“그때 너는 법 앞에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고 했잖아. 지금은 왜 정치 보복이라고 하는 거야?”

강민은 반박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그는 몰랐다. 선동은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사회는 점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었다. 경제는 불안정했고, 미래에 대한 걱정이 커지면서 사람들은 점점 여유를 잃어갔다. 그런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복잡한 논의보다 단순한 답을 원했다. “내 편”과 “네 편”으로 갈라서면 사고는 쉬워졌다. 그리고 SNS는 이를 부추겼다.

140자 남짓한 짧은 글 속에서 복잡한 맥락은 사라졌다. 깊이 있는 토론은 SNS 알고리즘에 의해 묻혔고, 강한 메시지가 살아남았다. 극단적인 주장일수록 빠르게 퍼졌다. “이쪽 편이 아니면 저쪽 편”이라는 단순한 구도가 자리 잡았다.

그 결과, 논리는 사라지고 감정만 남았다. 정치적 논쟁은 점점 대립과 갈등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선동의 언어는 한 번 시작되면 멈추지 않았다.

강민이 몇 년 전 공정을 외쳤을 때, 그는 그것이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깨달았다. 선동은 결코 한쪽만을 위한 무기가 아니다. 오늘 자신이 던진 돌이 내일은 자신을 향할 수도 있었다.

강민은 다시 스마트폰을 들었다. 아까 썼다 지운 글을 떠올렸다.

“이건 정치 보복이다. 법치가 무너지고 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확신할 수 없었다.

그는 천천히 SNS 창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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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는 퇴근 후 지하철에 앉아 창밖을 멍하니 바라봤다. 어둡고 텅 빈 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낯설었다.
‘나는 왜 이렇게 심심하지?’
회사에서 하는 일도 지루하고, 집에 가도 딱히 할 게 없다. 넷플릭스나 책도 한두 번이지, 요즘은 뭐든 금방 흥미를 잃었다. 그저 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기분이었다.

며칠 전 팀 회식에서 민수는 팀원들에게 물었다.
“다들 퇴근하면 뭐 하세요? 집에 가서 재미있는 거라도 하세요?”

팀원들은 처음엔 서로 눈치만 보다가 하나둘씩 입을 열었다.
“그냥 핸드폰 보다가 자죠.”
“넷플릭스요. 근데 볼 만한 게 없어서 맨날 같은 거 돌려봐요.”
“요즘 다이어트 중이라 간식도 안 먹어요. 그러니까 더 심심하더라고요.”

모두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민수는 안도와 허탈함 사이의 묘한 감정을 느꼈다.
‘다들 나처럼 사는구나. 나 혼자만 심심한 게 아니었네.’

그때, 회식 자리 한쪽에서 팀장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고민도 사치예요. 육아하다 보면 심심할 틈이 없거든요.”

모두의 시선이 팀장에게 쏠렸다. 그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
“쌍둥이 아들 키우고 있는데, 뭐 심심한 건 고사하고 제대로 쉬지도 못해요. 둘이 동시에 울고, 동시에 밥 달라고 하고, 동시에 기저귀 갈아야 하니까 집이 전쟁터죠. 퇴근 후가 아니라 퇴근 없는 삶이에요.”

팀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졌지만, 민수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근데 힘들기만 한 건 아니에요.” 팀장이 말을 이었다. “애들 재우고 잠깐 앉아있을 때, 그 조용한 순간이 그렇게 좋더라고요. 뭐 특별히 하는 것도 없는데, 그 순간이 나한테는 진짜 행복이에요.”

민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팀장의 말을 곱씹었다.
‘나는 이렇게 심심한데, 저 사람은 전쟁 같은 삶 속에서 의미를 찾고 있네.’

그날 밤, 민수는 침대에 누워 생각했다.
‘나는 왜 아무리 자유로워도 삶이 공허할까? 오히려 강제로 해야만 하는 일이 없어서 그런 건가?’

다음 날, 민수는 출근 후 팀장을 유심히 관찰했다. 팀장은 피곤해 보였지만 일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의 책상 한쪽엔 쌍둥이 아들 사진이 놓여 있었다. 그 사진을 바라보는 팀장의 표정은 다른 누구보다도 따뜻했다.

민수는 깨달았다.
팀장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강제적인 상황—육아라는 책임 속에서 의미를 찾고 있었다. 그 책임이 힘들고 지치게 했지만, 동시에 삶의 목적을 만들어 무료함이라는 감정을 완전히 사라지게 했다.

민수는 자신에게 없던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나는 너무 자유로웠던 거야. 뭘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니까, 아무것도 의미가 없었지.”

그날 저녁, 민수는 집에서 가만히 앉아 자신에게 의미가 될 수 있는 일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무엇이든, 그 일을 선택하는 순간 자신의 무료함도 사라질 것 같았다. 삶은 가끔, 해야만 하는 일을 통해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을 그는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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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5시 30분, 서준은 알람이 울리기 직전 눈을 떴다. 방 안은 조용했고, 희미한 새벽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고 있었다. 그는 잠시 눈을 깜빡이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침대를 정리했다. 이불의 주름을 꼼꼼히 펴고, 베개를 제자리에 두었다. 그 후 그는 주방으로 가 커피 머신 버튼을 눌렀다.

커피가 내려오는 동안 그는 싱크대 위에 남아 있던 물기를 천천히 닦았다. 커피 한 잔을 들고 창가로 가 앉아 밖을 바라봤다. 어둠 속에서 점점 밝아지는 하늘과 드문드문 지나가는 차량들,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가로수의 가지들. 서준은 천천히 커피를 마셨다.

7시 정각, 그는 집을 나섰다. 길은 한산했고, 그는 일정한 속도로 걸음을 옮겼다. 공원을 지나며 그는 잠시 멈춰 서서 나뭇잎을 바라보았다. 바람에 흔들리는 초록색 잎사귀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다. 그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서준이 도착한 곳은 도심의 작은 도서관이었다. 도서관은 아침 8시부터 문을 열었고, 서준은 문을 열기 전까지 책장을 정리하고 반납된 책들을 제자리에 꽂았다. 그는 천천히, 그러나 빠짐없이 책의 위치를 확인하며 작업을 마쳤다.

문을 연 후 사람들이 하나둘씩 들어왔지만, 서준은 그들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책을 대출하거나 반납하려는 이용자들이 다가오면 그는 최소한의 말만 했다. "반납 도와드리겠습니다." "대출 기간은 2주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일정했고, 감정이 드러나지 않았다.

점심시간, 서준은 도서관 뒷마당으로 갔다. 벤치에 앉아 도시락을 열고 조용히 식사를 했다. 그가 앉은 자리 근처로 고양이 한 마리가 지나갔다. 고양이는 서준을 힐끗 쳐다봤지만, 다가오지 않았다. 서준은 고양이를 보며 잠시 멈췄다가 다시 도시락을 집어 들었다.

오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도서관에 들어왔고, 그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책을 정리하고 대출 업무를 처리했다. 저녁 6시가 되자 서준은 책상에 쌓인 서류를 정리하고 도서관 문을 닫았다.

퇴근길, 그는 근처 목욕탕에 들렀다. 옷을 벗고 뜨거운 물속에 몸을 담그며 그는 천장을 바라봤다. 김이 서린 천장이 보였다. 물속에 떠 있는 듯한 느낌.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는 슈퍼마켓에 들러 간단한 재료들을 샀다. 집에 도착해 저녁을 만들고, 설거지를 끝낸 뒤 그는 책을 펼쳤다. 침대 옆 작은 스탠드 아래에서 책을 읽는 그의 모습은 방 안의 유일한 움직임이었다.

책을 덮고 침대에 눕기 전, 서준은 거울 앞에 섰다. 그는 잠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방 안은 다시 고요해졌다.

다음 날, 서준은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을 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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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진은 어린 시절부터 이상한 경험을 자주 했다. 그 경험은 그에게만 일어나는 일이었지만, 그는 그게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피곤할 때면 언제나 들리는 음악이 있었다. 그것은 보통 익숙하지 않은 밴드의 음악이었다. 어떤 곡들은 신나고, 어떤 곡들은 느리지만, 언제나 그 음악 속에서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함께 들렸다. 그 함성은 마치 공연장에서 수백 명, 아니 그 이상이 몰려 있는 듯한 큰 소리였다. 그 소리를 들을 때면, 마치 자신도 그 자리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그 속에서 스며드는 에너지와 감정은 매우 강렬했다. 그런데 그 소리가 들리는 건 항상 극도로 피곤할 때였다. 정신이 흐릿해지고, 눈꺼풀이 무겁고, 마치 무의식과 의식의 경계가 무너진 듯한 상태에서만 들리곤 했다.

그 음악을 처음 경험한 건 어린 시절,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피곤하게 집에 들어가려고 할 때였다. 상진은 그때도 그냥 지나칠 수 있었다. 어차피 그건 누구나 피곤할 때 겪을 수 있는 환청일 테니까. 자신만의 상상이겠지, 하고 넘겨버렸다. 부모님에게도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경험을 너무 자주 하게 되자 상진은 엄마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엄마, 나 가끔 되게 피곤할 때 이런 음악이 들려요. 사람들의 소리가 나는데, 공연장 같은 곳에서 들리는 소리 같아요."

엄마는 처음엔 웃으며 넘겼지만, 상진이 너무 진지하게 말하자 그때부터 걱정하기 시작했다. "상진아, 그런 소리가 들리면 안 돼. 그건 좀 위험할 수 있어.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엄마는 그 말을 하며 상진의 이마에 손을 얹었고, 상진은 그것이 무언가 심각한 일이 될 것만 같아 불안해졌다. 그때부터 상진은 그 경험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자신만 그런 거였으니까, 누구나 겪는 일일 테고, 그렇게 지나갈 일이라고 생각했다.

대학생이 되어서도 그런 경험은 계속됐다. 어느 날, 피곤함에 지쳐있던 상진은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꺼냈다. 친구는 처음에는 듣는 듯하다가, 점차 그 표정이 어두워졌다. "야, 그건 좀 이상한데? 그거, 귀신 들린 거 아냐?" 친구는 장난스럽게 말을 던졌지만, 상진은 그 순간 확실히 알았다. 사람들은 이런 걸 말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는 걸. 친구의 표정에서 불편함이 묻어났고, 상진은 다시는 그런 이야기를 꺼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자신만의 일이었고, 어쩌면 남들은 이걸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 음악은 계속 들려왔다. 상진은 점점 피곤함 속에서 그 소리의 존재를 알아갔다. 그 음악은 정말로 마치 공연장의 라이브 공연처럼 강렬하고, 그 함성 소리는 점점 더 선명해졌다. 가끔씩 그 음악이 너무 좋아서, 상진은 일부러 자신을 극도로 피곤하게 만들어 보기도 했다. 마치 그 음악을 더 깊이 느끼고 싶은 듯이, 자신을 그 상태로 몰아넣었다. 그 음악은 이제 상진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섞여들어갔다. 그는 그 음악을 너무 좋아했다. 그 순간은 어쩌면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세계에 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주었고, 그것이 주는 감동과 황홀감은 상진에게 큰 의미가 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상진은 점점 현실의 무게에 눌려갔다. 나이가 들수록, 피곤함을 자주 느끼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 되었다. 공부, 일,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계속해서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압박이 그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더 이상 그 음악에 빠져드는 시간이 많지 않았다. 일상을 유지하고 살아가기 위해선 그 음악을 멀리해야만 했다. 그래도, 그 음악은 가끔씩 그의 마음을 들뜨게 했다. 피곤한 하루 끝에 그 소리가 들릴 때면, 상진은 다시 한 번 그 세상에 빠져들 수 있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음악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상진은 그 음악을 들을 때마다 점점 선명해지는 어떤 무언가를 느꼈다. 처음에는 흐릿하고, 마치 실눈을 뜨고 먼 곳에서 봐야만 보이는 것처럼 그 그림은 흐려졌다. 그러나 점점 더 그 그림이 선명해졌다. 그 음악 속에서 들리는 목소리들, 소리의 파동들이 점점 더 뚜렷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모자이크처럼 흩어진 실루엣들이 점점 가까워지고, 하나의 형태를 이루기 시작한 듯했다. 어느 순간, 그 모습이 완전히 선명해졌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었다.

그때 상진은 깨달았다. 그 음악이, 그 함성 소리가 사실 다른 평행 우주에 있는 자신의 음악이었다는 것을. 그는 그 음악을 자신이 좋아했던 밴드 음악이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다르게 말하면, 그가 다른 세계에서 이룬 꿈의 모습이었다. 그 소리 속의 함성은 다른 세계의 상진을 향한 응원과 축하의 소리였다. 그것은 단지 음악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응원이었다. 상진은 소름이 돋았다. 그럼 자신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다른 세계의 자신처럼 무대에 올라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그들에게 감동을 주는 일이 가능할까?

상진은 그 순간 확신했다. 그가 그렇게 좋아했던 음악, 그가 동경했던 밴드의 라이브 공연, 그 모든 것이 사실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였다. 그는 이제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로 결심했다. 더 이상 피곤함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 음악을 현실로 만들기로 했다.

그렇게 상진은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했다. 악기를 다룰 줄 몰랐던 그는 처음엔 어려움을 겪었지만, 점차 음악에 대한 열정이 그를 이끌었다. 그는 연습을 거듭하고,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그토록 갈망했던 무대가 다가왔다. 상진은 200명의 관객이 모인 작은 공연장에서 첫 콘서트를 열기로 했다. 그가 만든 음악을, 그가 열심히 연습해온 노래를 사람들에게 들려주기로 한 것이다. 공연 당일, 상진은 떨리는 마음을 안고 무대에 올라섰다.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었다. 긴장감에 사지가 떨리고 입은 얼어붙었다. 하지만 단순히 긴장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엄청난 황홀감에 빠져 있었다. 그는 그 음악에 온전히 몸을 맡긴 것이다.

음악이 시작되자, 상진은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그 음악에 흠뻑 빠져들었고, 관객들도 그에게 빠져들었다. 그 음악 속에 담긴 열정과 에너지는, 그의 삶에서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기분을 안겨주었다. 마지막 곡이 끝나자, 상진은 숨을 헐떡이며 무대에서 내려왔다. 관객들은 함성과 하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고, 상진은 그 박수 소리 속에서 자신이 정말로 이룬 것을 깨달았다.

그가 꿈꾸던 세계는, 결국 현실이 되었다. 이제 그는 더 이상 환청 속에서만 그 음악을 들을 필요가 없었다. 그는 그 음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고, 그로 인해 새로운 인생의 문을 열었다. 그의 인생 제 2막이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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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는 도시의 한복판에서 태어났다. 서울 한복판의 고층 아파트 단지,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부모님, 주말이면 가족들이 찾아가는 대형 쇼핑몰과 카페들.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조건 속에서 민수는 자라났지만, 그 안에는 이상한 허무감이 늘 자리 잡고 있었다.

어린 시절, 그는 자신이 왜 그렇게 답답한지 몰랐다. 학교에서 성적을 올리고, 대학에 합격하고,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는 길은 너무도 명확했지만, 그 길을 따라야 한다는 사실이 마치 스크립트에 박힌 배우처럼 그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더 큰 문제였다. 동기들과의 대화는 늘 비슷한 주제로 끝났다. 취업, 연애, 소비. 민수는 웃으면서도 스스로를 속이는 기분이었다. “모두가 괜찮다고 말하는데, 왜 나는 다 틀렸다고 느낄까?”

그러던 어느 날, 민수는 밤늦게 도서관에 가다가 거리의 한 남자와 마주쳤다. 그는 구걸을 하는 노숙자였다. 하지만 그 사람의 눈빛에는 이상한 무언가가 있었다. 민수는 우연히 그와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그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너는 살기 위해 사는 거지. 근데, 죽기 위해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아냐?"



모순된 세상

그날 이후, 민수는 인터넷에서 그 남자가 했던 말의 의미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는 평소라면 접하지 않았을 사이트, 포럼, 채팅방으로 서서히 빠져들었다. 그곳에서는 다른 이들이 세상이 가진 모순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시스템이 인간의 본성을 말살시키고 있다고 했고, 어떤 사람은 고통 없이 사는 것이야말로 가장 큰 고통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한 영상에 도달했다. 이라크의 황량한 사막 한복판에서, 무기를 들고 걷는 한 남자의 모습이었다. 그는 멀리 도시의 폐허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는 평화도 없고, 안전도 없다. 하지만 여기에는 진정한 삶이 있다. 우리는 고난과 죽음을 향해 나아가지만, 바로 그 고난이 우리를 인간답게 만든다."

민수는 이상하게도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어쩌면 자신이 원하는 건 단순히 안정적인 삶이 아니라, 고통과 위험 속에서 자기 존재를 증명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메트릭스에서의 탈출

어느 날 밤, 그는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자신이 느끼는 공허감을 이야기했다. 그러나 친구들은 그저 웃어넘겼다.

“야, 넌 그냥 생각이 많아서 그래. 우리처럼 즐기면서 살면 돼.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그는 그날 집에 돌아와 스스로에게 화를 냈다. “왜 나는 그들처럼 살 수 없을까?” 그러다 문득 책장에 꽂혀 있던 한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 책은 그의 대학 동기가 선물해준 <메트릭스의 철학>이었다.

책을 읽으며 그는 메트릭스 속의 삶이 얼마나 완벽하면서도 인간성을 잃게 만드는지를 깨달았다. 행복과 안전을 약속받은 삶이야말로 가장 큰 감옥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생각했다. “이 메트릭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어떤 위험이라도 감수하겠어.”



불확실한 선택

민수는 결국 자신을 억누르던 안정적인 삶을 버리기로 했다.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모든 돈을 정리한 뒤 인터넷을 통해 접속했던 단체와 접촉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처음엔 민수를 의심했지만, 그의 진지한 태도를 확인한 뒤 그를 받아들였다.

몇 주 후, 민수는 낯선 중동의 한 나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는 비행기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선택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난 처음으로 내가 원한 선택을 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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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혁은 또 적당한 선을 지켰다. 손을 잡는 것도, 약간의 스킨십도 괜찮았지만, 그것보다 더 가까워지려는 기색이 보이면 그는 본능적으로 선을 그었다. 너무 가까워지면 결국 상처를 주고받게 된다는 걸, 그는 어릴 때부터 여러 번 겪었다.

이번엔 혜린이었다. 어쩌면 처음으로 준혁이 조금 더 오래 옆에 두고 싶다고 느낀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그녀를 대하고 있었다. 적당한 대화, 적당한 만남, 적당한 거리.

그날도 평소처럼 데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걸으며 별로 중요한 얘기 없이 시시콜콜한 농담을 주고받았다. 혜린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준혁아,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준혁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뭔데?"

"너... 항상 이렇게 사람들하고 거리를 두는 거, 이유가 뭐야?" 혜린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진지했다.

준혁은 순간 당황했다. 이런 질문을 받을 줄은 몰랐다. "뭘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물어봐. 그냥... 나한테 그게 편해서 그래."

"편해서?" 혜린은 준혁의 대답을 곱씹는 듯, 천천히 되물었다.

"응. 사람들이랑 너무 가까워지면 결국 상처받잖아. 그럴 바엔 적당히 선 지키는 게 더 낫지."

혜린은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게 너한테 진짜 행복한 거야? 아니면 그냥... 상처받기 싫어서 도망치는 거야?"

"행복이고 뭐고, 그냥 내가 사는 방식이야." 준혁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가 예상했던 대화 주제가 아니었다.

혜린은 숨을 고르고 말했다. "준혁아, 나 너 이해하려고 하는 거야. 근데 너 이렇게 자꾸 선 긋는 거, 솔직히 말하면 좀 답답해."

준혁은 대꾸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난 네가 좋은 사람이란 걸 알아. 그래서 더 알고 싶고, 더 가까워지고 싶어. 근데 네가 자꾸 거리를 두니까... 내가 너한테 다가가면 안 되는 사람처럼 느껴져."

"혜린, 내가 널 멀리하려는 게 아니야. 그냥... 나는 이런 게 익숙해서 그래." 준혁은 마지못해 변명하듯 말했다.

혜린은 고개를 젓고 한숨을 쉬었다. "너, 고슴도치 이야기 알아?"

"갑자기 웬 고슴도치?"

"고슴도치 딜레마라는 게 있어. 고슴도치들이 추운 겨울에 서로 가까워지려고 하면 가시 때문에 다치잖아. 그래서 일정 거리를 유지한다고."

"그러니까, 내가 딱 그 고슴도치라는 거지?" 준혁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니.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실제로 고슴도치들은 더 가까워지면 가시를 눕힌대. 찌르지 않으려고." 혜린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진짜 가까워지면 다칠까 봐 걱정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안 다칠지를 배운다는 거야."

준혁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혜린의 말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그래도... 쉽지 않아. 난 그런 걸 잘 못해."

혜린은 미소를 지었다. "나도 알아. 그래서 천천히 해보자는 거야. 나한테도 기회를 줘. 너를 더 알고, 더 가까워질 기회를."

준혁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한 걸음씩."

그날 이후, 준혁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혜린은 준혁이 쳐놓은 장벽을 무리해서 허물려 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그의 곁에서 꾸준히 기다리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고 준혁은 처음으로 깨달았다. 거리를 두는 것만이 자신을 지키는 방법이 아니란 걸.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면, 가까워져도 아프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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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로나는 한때 쇠락한 항구 도시였다. 공장들이 떠나고 빈 건물만 늘어나던 그곳은, 어느새 첨단 기술과 창업의 중심지가 되어 있었다. 벨로나의 성공은 모두가 "기적"이라 불렀지만, 정작 이곳 사람들은 "우연의 산물"이라고 답하곤 했다.

모든 것은 작은 계기로 시작됐다. 벨로나에 처음 자리를 잡은 건, 몇몇 소규모 스타트업들이었다. 자금난에 허덕이던 창업자들은 임대료를 아끼기 위해 공용 사무실을 공유하며, 자연스럽게 서로의 프로젝트를 돕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공동체적 본능의 발현

벨로나의 특징은 경쟁보다는 협력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는 점이었다. 처음엔 단순히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같은 공간을 나눠 썼던 사람들 사이에, 서로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문화가 생겨났다.

예를 들어, 초기 벨로나에 자리 잡은 한 팀, '노바스페이스'는 클라우드 기반의 파일 공유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었다. 하지만 서버 보안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이는 서비스 출시를 지연시키고 있었다. 그때 옆 팀에 있던 한 보안 전문가가 자신이 작업하던 프로젝트를 잠시 멈추고 이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경쟁자가 아니라 이웃입니다. 이웃이 어려울 땐 돕는 게 맞죠,” 그는 이렇게 말했다.

노바스페이스의 창업자 리안은 이런 도움을 받은 뒤, 이를 보답하고자 자신의 클라우드 기술을 기반으로 다른 팀의 데이터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이러한 상호 협력의 분위기는 점차 벨로나 전체로 퍼져 나갔다.



'알타 연합'의 탄생

이후 벨로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알타 연합’이라 불리는 인적 네트워크였다. 이는 특정한 조직이나 규칙으로 형성된 것이 아니라, 벨로나의 초창기 기업가들이 자연스럽게 만든 관계망이었다.

알타 연합은 단순한 협력 관계를 넘어선 것이었다. 초기 스타트업들 간의 교류로 시작된 네트워크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성공을 도왔고, 몇몇 창업자들은 회사를 성공적으로 매각하거나 상장한 후 다시 벨로나로 돌아와 다른 팀에 투자하거나 조언을 제공했다.

예를 들어, 초창기 벨로나의 한 기업이었던 ‘옵티맥스’는 물류 최적화 알고리즘을 개발하다가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 창업자들은 회사를 매각한 후, 자신들이 받은 도움을 잊지 않고 다시 벨로나로 돌아와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들을 지원했다. 벨로나의 여러 성공 사례들 뒤에는 이처럼 직접적인 도움과 멘토링을 제공한 ‘알타 연합’이 있었다.

알타 연합은 한 기업의 성공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철학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벨로나에서 성공한 기업들은 다시 신생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기술적 조언을 제공하면서, 마치 하나의 거대한 공동체처럼 성장했다.



기적의 비결

벨로나의 성공은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여러 언론과 연구 기관이 벨로나를 분석하며 “어떻게 이런 공동체적 정신이 가능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사람들은 벨로나를 특별한 정책이나 시스템으로 만든 모델로 오해했지만, 정작 벨로나 사람들은 고개를 저었다.

“처음엔 단순히 우리가 가진 걸 나누는 게 즐거웠을 뿐이에요. 서로 도움을 주고받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 문화가 만들어졌죠.”

벨로나는 잃어버렸던 ‘공동체적 본능’이 여전히 사람들 속에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경쟁보다는 협력, 거래보다는 나눔이 중심이 되는 사회는 억지로 만들어질 수 없지만, 자유롭게 욕구를 분출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음을 벨로나는 증명했다.

알타 연합의 창업자 중 한 명이 한 말은, 벨로나의 정신을 가장 잘 대변했다.
“벨로나에서의 성공은 우리 개인의 성취가 아닙니다. 모두가 서로의 성공을 위한 조각을 만들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죠. 그리고 그 과정이 무엇보다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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