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강민은 SNS의 글쓰기 창을 열었다. 손가락이 화면 위에서 망설였다.

“이건 정치 보복이다. 법치가 무너지고 있다.”

그는 그렇게 적었다가 다시 지웠다. 몇 번이고 다시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몇 년 전, 그는 누구보다 ‘공정’을 외쳤다.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된 사건이 터졌을 때, 그는 SNS에 글을 올리며 분노했다. “법 앞에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고 말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의 말에 공감하며 글을 공유했다. 언론에서도 그와 비슷한 주장이 쏟아졌다. 정치인들은 이 논란을 이용해 공격했고, 여론은 급격히 한 방향으로 쏠렸다.

그때 강민은 스스로가 ‘설득’하고 있다고 믿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것은 ‘선동’에 가까웠다.

설득은 어렵다. 논리적 근거를 세우고, 상대방을 이해하며, 타협점을 찾는 과정이다. 그러나 선동은 쉽다. 감정을 자극하고, 편을 가르고, 단순한 구호를 외치면 된다. 사람들은 긴 논의보다 강렬한 메시지에 반응한다.

그때의 열기가 지나가고 몇 년 후, 이번에는 정권이 바뀌면서 새로운 사건이 터졌다. 이번에는 그가 지지하는 쪽이 공격받고 있었다. 비슷한 논리였다. 과거에 강민이 했던 말이 이제는 반대편의 입에서 나왔다.

그는 분노했다. ‘이건 정치 보복이다’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한때 자신이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오늘 만난 친구가 조용히 물었다.

“그때 너는 법 앞에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고 했잖아. 지금은 왜 정치 보복이라고 하는 거야?”

강민은 반박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그는 몰랐다. 선동은 언젠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것을.

사회는 점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었다. 경제는 불안정했고, 미래에 대한 걱정이 커지면서 사람들은 점점 여유를 잃어갔다. 그런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복잡한 논의보다 단순한 답을 원했다. “내 편”과 “네 편”으로 갈라서면 사고는 쉬워졌다. 그리고 SNS는 이를 부추겼다.

140자 남짓한 짧은 글 속에서 복잡한 맥락은 사라졌다. 깊이 있는 토론은 SNS 알고리즘에 의해 묻혔고, 강한 메시지가 살아남았다. 극단적인 주장일수록 빠르게 퍼졌다. “이쪽 편이 아니면 저쪽 편”이라는 단순한 구도가 자리 잡았다.

그 결과, 논리는 사라지고 감정만 남았다. 정치적 논쟁은 점점 대립과 갈등으로 변해갔다. 그리고 선동의 언어는 한 번 시작되면 멈추지 않았다.

강민이 몇 년 전 공정을 외쳤을 때, 그는 그것이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깨달았다. 선동은 결코 한쪽만을 위한 무기가 아니다. 오늘 자신이 던진 돌이 내일은 자신을 향할 수도 있었다.

강민은 다시 스마트폰을 들었다. 아까 썼다 지운 글을 떠올렸다.

“이건 정치 보복이다. 법치가 무너지고 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확신할 수 없었다.

그는 천천히 SNS 창을 닫았다.

728x90
반응형

'단편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98 새로운 질서의 탄생  (2) 2025.02.02
#97 앞서가는 사람들  (0) 2025.02.02
#95 심심한 자유, 의미있는 책임  (1) 2025.01.22
#94 관계와 고독 사이  (0) 2025.01.20
#93 그렇게 음악이 내게 다가왔다  (1) 2025.01.14

쇼피파이로 글로벌 이커머스 정복하기 | 📘 구매하기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