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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진호는 지친 표정이었지만, 그는 뭔가를 기대하는 눈빛을 숨기지 못했다. 코치와의 상담이 오늘의 유일한 휴식이자 희망 같았다. 진호는 코치 앞에 앉자마자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엔 제가 좋아하는 일에 시간을 내기가 너무 어려워요," 진호가 말을 꺼냈다. "일도 바쁘고, 가족도 챙겨야 하고… 하루가 너무 짧아요."

코치는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그를 바라봤다. "좋아하는 일에 시간을 더 쓰고 싶다는 건가요?"

"네, 그게 목표인데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네요. 현실이 제 발목을 잡는 것 같아요."

"현실이요… 그 '현실'이라는 건 대체 어떤 모습일까요?"

진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음… 회사 일도 그렇고, 가정에서도 책임감이 많아요. 할 일이 끝도 없어요. 제 시간이란 게 없죠."

코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당신의 ‘할 일 목록’에서 좋아하는 일은 어디쯤 위치하고 있나요?"

진호는 잠시 말을 망설였다. "사실… 거의 마지막이죠. 하루가 다 끝나고 나서 겨우 조금 하려고 하는데, 그때쯤 되면 이미 너무 피곤해서 제대로 하기도 어렵고요."

"왜 마지막에 배치했나요?"

"다른 일들, 더 중요한 일들이 먼저 있으니까요. 가족을 위한 일, 회사에서의 책임들… 그런 것들이 우선이라고 생각했어요."

코치는 잠시 침묵을 유지하더니, 부드럽게 물었다. "당신의 ‘할 일 목록’ 우선순위를 조금 조정할 수는 없을까요?"

"쉽지 않아요. 중요하지 않은 일들이 아니니까요. 도망갈 수도 없는 일이기도 하고요."

"도망갈 수 없는 일들일까요, 아니면 그렇게 느끼고 있을까요?"

진호는 그 말에 잠시 말을 잃었다.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작게 웃었다. "맞아요. 저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어쩌면 제가 스스로 그럴 수 없다고 벽을 세운 건 아닐까 하고요. 하지만… 다른 일들이 더 중요해 보이니까 계속 뒤로 미루게 돼요."

코치는 그를 향해 미소 지었다. "중요한 일이라 우선순위를 매긴 것도 정말 멋진 태도예요. 하지만 좋아하는 일도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진호는 고개를 저으며 생각에 잠겼다. "좋아하는 일도 중요해요. 사실… 그런 게 있어야 삶이 더 즐거워지니까요.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다른 일에 밀려서 계속 미루게 되네요."

"좋아하는 일에 시간을 조금 더 내기 위해, 혹시 싫어하는 일에 시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진호는 고개를 갸웃했다. "싫어하는 일을 줄이는 건 쉽지 않지 않나요? 그래도 해야 하니까 지금까지 해왔던 거고…"

"아마 줄일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한 시간은 그렇게 만들 수도 있어요."

진호는 눈을 깜빡였다. 그제야 어렴풋하게 무언가 깨달아지는 듯했다. "사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렇게 줄일 수 있는 일들이 있긴 한 것 같아요. 그런데도… 습관처럼 해왔던 것들 때문에 떠올리지 못했던 것 같네요."

코치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그렇군요. 당신의 생각을 조금 바꿔서 좋아하는 일에 더 가까워질 수 있길 바라요."

진호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사실 답은 제가 이미 가지고 있었던 것 같네요. 굳이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었는데 말이에요."

"그 답을 이제 실행해보는 건 어떨까요? 조금씩이라도 좋아하는 일에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요."

진호는 깊은 숨을 내쉬며 마음이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 "그래요. 이제부터는 좋아하는 일에도 우선순위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해볼게요. 그러면 하루하루가 더 의미 있어질 것 같아요."

코치는 진호의 의지를 확인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게 한 걸음씩 시작해보죠. 응원할게요."

진호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알고 있었던 답이지만, 오늘의 대화 덕분에 그 답을 행동으로 옮길 용기를 얻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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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현은 30대 초반에 창업한 IT 스타트업을 수년 만에 업계 정상으로 올려놓았다. 사람들은 그를 '살아있는 전설'이라 칭송하며 그의 성공을 부러워했다. 그러나 정작 재현은 그 누구보다 불안했다. 매출이 조금만 떨어져도 불안에 떨었고, 작은 손해라도 생기면 밤새 고민했다. 휴식은 사치로 여겨졌고, 돈을 쌓아가는 것만이 그의 삶의 목적이자 유일한 가치였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재현의 모습이 안타까웠다. 친구들과 동료들은 그에게 여러 번 충고했다. "재현아, 그렇게 일만 하지 말고 가끔은 쉬어. 이번 주말에 우리랑 등산 가자, 네가 좋아하는 바비큐도 준비할 테니까." 동료인 준혁이 말했다. "회사가 잘 나가고 있잖아. 너무 걱정하지 말고 여유를 좀 가져."

그러나 재현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너희는 성공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르니까 그렇게 쉽게 말하는 거야. 나한테 집중하라고 한 거야? 아니면 내 사업을 망치려는 속셈이 있는 거야?" 친구들은 더 이상 말하지 못했다. 그들은 재현의 고집과 스트레스가 불러온 냉담한 태도에 씁쓸함을 느꼈다.

시간이 지나면서 재현의 몸은 점점 망가져 갔다. 수면 부족과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그는 만성 위염과 두통에 시달렸고, 불면증은 점점 심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심장마비가 그를 덮쳤다. 응급실로 실려 가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의사는 그에게 지금처럼 살다가는 오래 버티기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병실에 누워있던 재현은 자신이 쌓아온 모든 돈과 성공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수백억 원의 자산을 가지고 있었지만, 정작 맛있는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도,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 즐길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병원에서 회복하는 동안 재현은 자신이 그동안 무엇을 위해 달려왔는지 자문하게 되었다. 젊은 시절 그는 돈만이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가족, 친구, 심지어 자신의 건강까지 희생했다. 그러나 막상 죽음의 문턱까지 다다라보니 성공과 돈이 얼마나 허무한지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퇴원 후 새로운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우선, 자신의 자산 중 일부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기 시작했다. 그는 어린이 병원에 정기적으로 기부금을 전달하며, 소외된 이웃을 돕는 프로젝트에도 헌신했다. 병마와 싸우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기부금은 물론이고, 사회적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에도 자금을 지원했다. 그의 변화는 단지 기부에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직접 공공의 일에 참여하고, 봉사활동을 통해 어려운 사람들을 돕기 시작했다. 이제는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도 열정을 쏟았다.

재현은 회사를 경영하는 태도 역시 완전히 바꾸었다. 이전처럼 작은 실수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기보다는, 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받아들이고 실패도 과정의 일부로 인정했다. 그는 팀원들에게 휴식을 장려하며, 회사를 떠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라고 독려했다. 그리고 자신도 매주 일정 시간을 비워두고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거나 자연 속에서 명상하며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그의 갑작스러운 변화를 이해하지 못했다. "왜 갑자기 자선 활동에 그렇게 열을 올리는 거야?" "재현이 돈을 쉽게 쓰기 시작했다니, 그답지 않아." 예전과 달라진 그의 태도에 사람들은 의아해했다. 그러나 재현은 더 이상 그들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았다. 그에게 있어 진정한 성공은 더 이상 돈을 쌓는 것이 아니라, 그 돈을 어떻게 가치 있게 사용하는지에 달려 있었다.

그는 과거의 자신에게 돌아가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이제는 걱정과 불안 대신, 타인에게 기쁨과 도움을 줄 수 있는 삶을 선택한 것이다. 그렇게 그는 새롭게 태어났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재현은 그 어떤 때보다 더 행복했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그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진정한 성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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