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우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랐다. 그에게는 남들처럼 가지고 싶은 것을 쉽게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부모의 싸움과 찬바람이 새어 들어오던 좁은 방, 늘 텅 빈 냉장고는 그의 어린 시절의 전부였다. 학교에서는 늘 낡고 해진 옷을 입고 다녔고, 친구들이 자랑하는 새 학용품이나 장난감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것이 그에게 익숙해졌다. 그러나 때로는 친구들이 불쌍한 듯 다가와 과자를 나누어주거나, 선생님이 따뜻한 눈길로 그의 어깨를 두드려줄 때면, 그 순간만큼은 마음이 조금이나마 위로받는 듯했다. 성우는 자신이 어렵다는 걸 드러낼 때 사람들에게서 잠깐이라도 따뜻한 시선을 받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것은 그에게 작은 안식처와도 같았다.
시간이 흘러 성우는 사회에 나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고, 예전처럼 힘든 생활은 아니었지만, 동정심을 끌어내는 습관은 몸에 깊이 배어 있었다. 이제 그는 정기적으로 해외여행을 갈 만큼의 여유도 생겼고, 삶은 확실히 나아졌지만, 여전히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어려움을 먼저 이야기하곤 했다. 누군가 관심을 보여주는 것, 그의 이야기에 공감해주는 것이 그에겐 중요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직장 동료들도 성우의 이야기를 듣고 진심으로 그를 안쓰러워했다. "성우 씨가 힘들면 우리도 함께 힘든 거죠,"라며 응원을 보내던 사람도 있었고, 점심을 살뜰히 챙겨주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성우가 예전처럼 어려운 상황이 아님을 눈치채기 시작했다. SNS에 올라온 해외여행 사진이나, 가끔 성우의 차에서 들려오는 최신 모델의 스마트폰 소식이 다른 직원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성우 씨가 맨날 돈이 없다고 하더니… 근데 작년에도 유럽 다녀오지 않았어?"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묻자, 또 다른 누군가가 고개를 끄덕이며 은근히 그에게 피로감을 느꼈다.
성우는 점차 변화하는 분위기를 감지했다. 예전 같지 않은 사람들의 반응에 불안감이 밀려왔고, 그래서 그는 자신의 어려움을 더 노골적으로 강조하기 시작했다. 점심시간에 동료들이 가볍게 이야기를 나눌 때면 그는 "요즘 정말 빠듯해요. 돈이 없어서 큰일입니다"라고 아무렇지 않게 끼어들었다. 사람들의 눈빛이 피곤해지는 걸 느끼면서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자신이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이제는 일종의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었고, 그것이 자신을 세상과 연결하는 유일한 방식이라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사람들은 그를 점점 더 피했다. 회사 회식 자리에서도, 점심시간에도 누군가가 성우의 곁에 앉지 않으려고 애쓰는 듯했다. 겉으로는 예의 바르게 대하지만, 그의 말이 나오면 묘하게 분위기가 가라앉고 사람들은 곧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돌렸다. 아무도 직접적으로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성우의 과장된 어려움 호소에 대한 불편함은 은근히 퍼져나갔다.
성우는 혼자 남아 있음을 깨달았다. 자신이 외로워진 이유를 깊이 이해하지 못한 채로 그는 여전히 힘들다고 말했지만, 이제는 그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았다. 주변의 침묵과 거리 두기는 그의 말들을 더 이상 허공에 울리지 않았다. 그는 결국 자신이 만든 고립 속에서 완전히 고독해졌고, 사람들이 자신에게서 멀어진 이유를 뒤늦게 깨달으며, 그의 세상은 아무런 답도 없이 조용히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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