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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수는 평범한 회사원이자 소시민이었다. 매일 아침 출근해 동료들과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고, 저녁이면 집으로 돌아와 소소한 휴식을 즐기는, 그저 그런 일상이었다. 그는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보다는, 어지간한 일은 그냥 지나치고 살았다. 가끔 사람들이 타인을 비난하거나 비판하는 장면을 보면 '다들 사정이 있겠지'라며 애써 무관심한 척 고개를 돌리곤 했다.

어느 날, 출근길에 민수는 노숙자를 둘러싸고 비난을 쏟아내는 무리를 보았다. “저렇게 사는 건 본인 책임이지. 왜 사람들한테 짐만 되나 몰라.” 그들의 차가운 목소리에 노숙자는 무기력하게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그날따라 이 광경이 민수의 마음에 이상하게도 오래 남았다. ‘저 사람에게 정말 모든 책임이 있는 걸까?’ 민수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하지만 생각에 잠길 틈도 없이 회사로 향하며 그 장면을 잊으려 애썼다.

그러나 그날 이후 민수의 일상은 이전과 달라졌다. 점심시간이면 동료들이 서로의 행동을 지적하며 평가하는 이야기가 예전보다 더 크게 들려왔다. “이러니까 사람들이 게을러지는 거지.”, “그렇게 살면 안 되지.” 그는 자신도 모르게 동료들이 서로를 끊임없이 도덕적 기준으로 재단하는 모습을 목격하며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제까지는 당연하게 여겼던 대화들이 이제는 낯설고도 거북하게 다가왔다.

시간이 흐르면서 민수는 자신의 일상 어디에나 도덕적 평가와 비난이 도사리고 있음을 깨달았다. 심지어 자신이 말하거나 행동하는 모든 것 역시 누군가의 도덕적 잣대에 의해 평가받고 있었다. 그가 평소 즐기던 소소한 취미나 개인적인 선택조차도 언제든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지 사람들은 서로에게 날을 세우며 작은 실수나 취향마저 문제 삼았다.

민수는 점점 숨이 막히는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 어느 날 오랜 친구들과의 모임에서도, 친구들은 서로의 생활방식을 비판하고 있었다. “넌 아직도 그렇게 무계획하게 살고 있어?” “그 나이에 아직도 결혼 생각이 없다고?” 그들은 서로의 결정을 평가하며 우월감을 느끼고 있었다. 민수는 어쩐지 그들과 대화하는 것이 더 이상 편하지 않았다. 이제는 친구들과의 자리조차도 서로를 평가하고 재단하는 공간으로 변해버렸음을 깨달으며 그는 혼란스러웠다.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변해버린 걸까?’

어느새 민수는 ‘도덕적 지옥’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있었다. 이 사회에서 도덕이란 서로를 이해하고 돕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남을 쉽게 판단하고 얽매기 위한 도구가 되어 있었다. 그 누구도 타인의 상황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마치 답을 아는 것처럼 당연하게 비난과 조소를 퍼붓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잣대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아, 이를 벗어나는 모든 이를 정죄했다. 민수는 스스로도 어느새 이런 감시와 평가의 시선 속에 갇혀버렸음을 느꼈다.

그는 더 이상 이 상황을 견디고 싶지 않았다. 민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 도덕적 지옥에서 탈출할 방법을 찾기로 했다. 육체적으로 도망칠 곳은 없었기에, 그는 마음속으로 단단히 결심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남을 판단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하는 거야.’ 그는 주변 사람들이 무엇을 하든 더 이상 쉽게 평가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다른 사람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할 때마다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을 거야’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며 자신의 도덕적 잣대를 내려놓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민수는 자신의 내면을 자유롭게 풀어주려는 노력을 지속했다. 그는 사람들과 적당히 거리를 두고, 더 이상 남의 삶을 비판하지 않으며, 자신도 그런 평가에서 자유로워지려고 애썼다. 여전히 주변 사람들은 끊임없이 서로를 재단하고 있었지만, 민수는 그러한 목소리들로부터 한 발짝 물러서서 자신을 지키고자 했다. 스스로에게 묻는 시간을 가지며, 그동안 쌓였던 불필요한 도덕적 부담을 하나씩 내려놓는 과정은 민수에게 새로운 안식을 가져다주었다.

비록 세상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었지만, 적어도 민수는 이제 더 이상 도덕의 덫에 걸려들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도덕적 지옥을 벗어나기 위해 홀로 자신만의 내적 탈출을 시도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도덕을 내세워 남을 평가하고 있을 테지만, 민수는 이제 그 속박에서 벗어난 채로 자신만의 평온한 자유를 찾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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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는 대학생이었다.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아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늘 아르바이트를 했다. 방학 때도 카페에서 일을 했고, 친구들이 해외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보며 언제쯤 자신도 그런 여유를 누릴 수 있을지 생각했다. 그런 날들이 반복될수록 그는 부유한 사람들에 대한 적대감과 분노를 키워갔다. “부자들은 편하게 살면서 왜 이렇게 가난한 사람들은 고생해야 할까?” 그는 부자들을 악으로 여겼고, 그들을 비판하는 영상과 글에 심취했다.

그러던 어느 날, 준호는 출근길에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그는 낯선 방에 누워 있었다. 세련된 인테리어와 고급 가구들이 자리 잡은 곳이었다. "여기가 어디지?" 준호는 혼란스러웠다. 몸을 일으키자마자 낯선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빠, 괜찮아?” 준호는 깜짝 놀라 거울을 보았다. 거울 속에는 20대 초반의 준호가 아닌 50대 중년 남성의 얼굴이 있었다.

“내가 왜 이런 모습이지?” 준호는 자신이 이제 중산층 가장인 김성호로서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곧 깨달았다. 그의 혼란은 점점 커져갔고, 성호의 삶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시작되었다.

성호의 집에서는 아내와의 냉랭한 분위기가 먼저 그를 맞았다. 대화는 형식적이었고, 아내는 언제나 거리를 두고 있었다. 한 번은 준호가 집안일을 돕겠다며 다가가자, 아내는 짧게 내뱉었다. “이제 와서 뭘 해보겠다는 거야? 당신은 언제나 일만 중요했잖아.” 그녀의 말은 준호를 혼란에 빠뜨렸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는데, 오히려 그것이 가족에게 상처를 준 이유가 되었을 줄은 몰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아들과의 갈등도 심화되었다. 준호는 아들에게 더 다가가려 했지만, 아들은 매번 벽을 쳤다. “아빠는 내가 뭘 해도 관심 없잖아요.” 아들의 차가운 말은 그에게 자신이 성호로서 가족과의 거리가 멀어졌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했다. 준호는 가슴 속 깊이 쌓인 성호의 아픔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것은 자신이 원래 알던 ‘부자의 여유’와는 다른 종류의 무게였다.

회사에서도 준호는 성호의 고단함을 그대로 체험했다. 어느 날, 회사의 중요한 프로젝트에서 큰 손실이 발생했고, 상사는 준호에게 소리를 질렀다. “가족 문제는 알겠는데, 그게 일 핑계가 될 수는 없잖아!” 상사의 질책에 준호는 답답함과 억울함이 밀려왔다. 그는 부유한 사람들도 일터에서 겪는 스트레스와 책임이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것은 그가 생각한 편안하고 안정된 삶이 아니었다.

그러던 중, 가장 큰 충격이 준호에게 찾아왔다. 성호의 오래된 친구가 사업 실패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이다. 장례식장에서 친구의 가족이 흐느끼는 모습을 본 준호는 그들이 부유한 사람으로서 누릴 수 있는 여유를 넘어선 고통을 짊어지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날 이후로 준호는 부자들을 단순히 적으로 여겼던 자신의 시선이 얼마나 좁았는지 깨달았다.

이러한 반복적인 경험들은 준호의 마음을 조금씩 바꿔놓았다. 성호의 삶을 살아가는 동안 그는 부유함이 곧 행복을 보장하지 않으며, 각자 나름의 고충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준호는 이제 사람들을 이분법적으로 바라보는 것을 멈췄고, 그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싸우며 살아가는 인간들이라고 느꼈다.

마침내 준호는 다시 원래의 몸으로 돌아왔다. 그는 사고가 나기 전으로 돌아갔지만, 마음은 전과 달라져 있었다. 다시 마주한 세상에서, 그는 이 변화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아직 정확히 알지 못했지만, 적어도 더는 자신이 알고 있던 것이 전부라고 믿지는 않았다.

준호는 카페 창밖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전히 현실은 그에게 차갑지만, 이제 그가 걸어가야 할 길은 조금 더 복잡하고, 덜 단순했다. 부자의 삶도, 자신의 삶도, 결국 그 무게는 각자 다르게 주어져 있었다. 그는 그 무게를 조금 더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끝이 어떻게 이어질지는 오직 준호만이 알 수 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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