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에 갇힌 학교에서 본질을 찾아 나선 한 소년의 이야기
정우는 학교에서 문제아로 통했다. 그는 선생님들에게도, 부모님에게도, 심지어 친구들에게조차 달가운 존재가 아니었다. 수업 시간에는 교과서 대신 창밖을 바라보거나 엉뚱한 질문으로 분위기를 흐트러트리기 일쑤였고, 시험 점수는 매번 바닥을 찍었다. 규칙을 어기고, 지각하고, 때로는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는 정우는 학교라는 틀 안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로 여겨졌다.
하지만 정우의 행동 뒤에는 항상 질문이 있었다. "왜 우리는 이렇게 살아야 하지? 왜 시험 점수로 평가받아야 하지? 공부란 게 대체 뭘 위해 필요한 거야?" 그의 질문들은 때로는 비판적이었고, 때로는 엉성했지만 본질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질문들은 학교라는 공간 안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정우의 의문은 "생각할 줄 모르는 문제아의 푸념"으로 치부되었고, 그는 점점 더 고립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로운 국어 선생님이 부임했다. 윤정현이라는 이름의 이 선생님은 다른 교사들과는 달랐다. 그는 정우가 수업 중에 던진 엉뚱한 질문에도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려 노력하며, 그를 꾸짖는 대신 대화를 시도했다.
"선생님, 시를 왜 외워야 해요? 그냥 감상하면 안 되나요?"
이 질문은 정우가 늘 던지는 식의 비판이었다. 다른 선생님들이라면 "시험에 나오니까 외워!"라며 짜증을 냈을 터였다. 하지만 윤 선생님은 멈춰 서서 정우를 바라보았다.
"그럼 너는 시를 어떻게 배우는 게 좋다고 생각하니?"
정우는 처음으로 자신이 진지하게 대우받고 있음을 느꼈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솔직하게 말했다.
"그냥, 제가 직접 시를 써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러면 더 이해가 되지 않을까요?"
그 대화는 정우에게 특별한 경험이었다. 윤 선생님은 그날 이후로도 정우에게 질문을 던졌다. "학교는 왜 존재한다고 생각하니?", "넌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싶니?" 정우는 이 질문들에 즉답하지 못했지만, 마음속에서 뭔가 꿈틀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학교라는 틀 안에서 틀렸다고 여겼던 것들이 실은 그저 '다른 것'일 뿐이었다는 깨달음이었다.
윤 선생님과의 대화는 정우에게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었다. 그는 학교 밖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시작했다. 친구 몇 명과 작은 모임을 만들어 자신들만의 공부를 시작했다.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 것들, 예를 들어 글쓰기, 토론,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탐구했다. 처음엔 아무도 이 모임을 주목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우의 열정은 점차 사람들을 끌어모았고, 그 모임은 점점 더 커졌다.
그 과정에서 정우는 윤 선생님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윤 선생님은 "모든 변화는 혼란스럽다"는 말을 자주 했고, 정우가 흔들릴 때마다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학교는 틀릴 수도 있어. 하지만 그 틀 속에서 문제를 찾는 너 같은 사람이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거야."
정우는 여전히 학교에서는 문제아로 보였다. 교사들은 그의 행동을 불량하다 여겼고, 친구들 중 일부는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우는 더 이상 그런 시선에 얽매이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질문을 통해 스스로 답을 찾아가고 있었다.
윤 선생님은 늘 말했다. "문제를 일으킨다는 건 변화를 일으킨다는 뜻이야. 그걸 두려워하지 마." 정우는 그 말을 가슴에 새겼다.
정우는 여전히 학교에서 문제아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그 문제아라는 낙인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문제를 일으킨다는 것은 틀을 흔들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는 일이었다. 그는 자신만의 길을 걸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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