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와 아들은 오늘도 송아지를 축사에서 풀밭으로 옮기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아버지는 앞에서 밧줄을 잡고 송아지를 끌어당겼고, 아들은 뒤에서 온 힘을 다해 밀어 보았다. 송아지는 느긋한 표정으로 그 자리에 굳건히 서 있었다. 꼼짝도 하지 않는 송아지의 태도에 땀이 흐르고 숨이 차오를 무렵, 둘은 한숨을 내쉬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때, 길가를 지나가던 한 아주머니가 그 모습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눈가에 웃음을 머금은 그녀는 다가와 두 사람에게 말했다.
“애들아, 내가 조금 도와줄까?”
아버지와 아들은 반신반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머니는 송아지 앞으로 다가가더니, 뜻밖에도 자신의 검지 손가락을 송아지의 입가에 갖다 대며 그에게 살짝 물리도록 했다. 송아지는 놀란 듯 잠시 멈칫하더니 곧 아주머니의 손가락을 핥기 시작했다. 부드럽게 움직이는 송아지의 혀와 달리, 아주머니는 미소를 머금고 차분히 송아지를 향해 말했다.
“얘야, 이리 가자. 이렇게 천천히 가면 되지 않겠니?”
송아지는 아주머니의 손가락을 핥으며 서서히 그녀가 이끄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버지와 아들은 놀라움에 찬 눈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거의 힘을 들이지 않고도 송아지가 천천히 그들의 뒤를 따라오는 것을 보며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아주머니가 송아지를 풀밭에 도착시키고 나서야, 아버지는 자신도 모르게 소리 내어 웃었다. 아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아주머니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물었다.
“어떻게 송아지가 그렇게 쉽게 따라오게 하셨나요?”
아주머니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송아지든 사람이든, 자기가 좋아하는 게 있으면 스스로 움직이게 되어 있어. 억지로 끌고 가려고만 하면 더 저항하는 법이야.”
아버지와 아들은 그 말을 곰곰이 되새겼다. 이 경험은 송아지를 옮기는 단순한 일이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법에 대한 깊은 교훈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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