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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훈은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 발표를 앞두고 있었다. 몇 주 동안 밤낮없이 준비해온 발표였다. 주말 동안 프레젠테이션 자료와 스크립트를 수십 번 되뇌었고, 완벽을 기하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 하지만 막상 발표 당일이 되자 마음은 점점 더 불안해졌고, 그 불안감은 동료들 앞에서 리허설을 하면서 확연히 드러났다. 목소리가 떨렸고, 준비했던 말들이 생각처럼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았다.

"너무 긴장하지 마. 그냥 편하게 해."

상사의 조언이 들려왔지만, 지훈에게는 그저 공허한 말일 뿐이었다. 말은 쉽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는 이 순간에 그 말이 전혀 위안이 되지 않았다. 발표 한 시간 전, 지훈은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사무실을 나와 찬 바람을 쐬며 심호흡을 해보았다.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쫄지 않는다. 아무것도 아니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주문을 걸어보았지만, 떨리는 손과 굳어가는 목은 쉽게 진정되지 않았다. 어쩌면 이렇게 긴장하는 자신이 더 두려웠다. 그때, 지훈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것은 오래된 무대 위의 기억이었다.

눈을 감은 지훈은 대학교 시절 첫 공연 때의 무대를 떠올렸다. 그 당시에도 그는 지금처럼 긴장으로 몸이 굳었었다. 무대 위에서 혼자 노래할 때는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들었다. 강렬한 조명이 그의 눈앞을 비추고 있었고, 조명에 가려진 관객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들의 함성 소리만이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모든 것이 그를 압박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순간 뒤를 돌아보았을 때, 밴드 세션들과 눈이 마주쳤다. 드럼을 치던 친구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기타리스트는 그에게 가볍게 윙크를 보냈다. 그들의 미소에 담긴 '괜찮아, 우리는 함께야'라는 무언의 메시지가 그의 가슴 깊숙이 다가왔다. 마음속의 불안이 점차 풀리기 시작했고, 음악의 리듬에 맞춰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게 되었다. 그때 그는 깨달았다. 이 무대는 더 이상 혼자만의 싸움이 아니었다. 그것은 함께 호흡하고, 리듬을 맞추며 서로의 소리에 기대는 밴드의 무대였다.

지훈의 머릿속에는 그때의 영상이 생생하게 펼쳐졌다. 조명 아래 선 자신의 모습, 함성만 들려오는 관객들, 그리고 함께 웃으며 연주하던 친구들.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지금 이 발표 역시 밴드의 무대처럼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지금의 무대는 혼자가 아니라, 팀원들과 함께 만든 무대였다. 그들이 프로젝트를 함께 준비하며 흘린 땀과 노력은 그의 발표를 지탱해줄 또 다른 밴드의 멤버들이었다.

지훈은 다시 눈을 떴다. 바람이 그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가고 있었지만, 그의 마음속 긴장은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이제 그는 무대가 아닌 밴드의 일원으로서 발표를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발표 내내 그는 팀원들의 눈을 마주쳤고, 그들의 존재가 마치 연주를 함께하는 밴드의 동료처럼 느껴졌다.

발표가 끝나고 나자, 상사와 동료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완벽한 발표는 아니었지만, 그날 지훈은 자신이 혼자가 아님을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마치 첫 공연에서 밴드와 함께 연주를 마친 후 느꼈던 뿌듯함처럼, 이번 발표는 그에게 또 다른 의미의 무대였다. 10점 만점에 10점은 아니었지만, 팀과 함께 했기에 그의 발표는 무엇보다 값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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