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 있나요?"
질문은 낯설지 않다. 오히려 대부분은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도덕적이라 믿는 사람도, 폭력을 혐오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말이다. 그리고 그 대답은 대부분 이렇게 덧붙여진다.
“물론, 그런 생각을 했을 뿐이야.”
나는 이 질문을 내 친구에게 던졌다. 그의 대답은 솔직했다.
“요즘 어때?”
나는 빗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물었다. 카페에 앉은 우리는 몇 년 만에 만났다. 그는 여전히 변호사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지친 얼굴이 모든 걸 말해줬다.
“뭐, 늘 그렇지. 사람들 요구는 끝이 없고, 클라이언트는 나를 의심하고.”
그는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가끔은… 그냥 다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생각도?”
내 물음에 그는 잠시 나를 쳐다보다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솔직히? 한두 번은 아니야. 근데 생각만으로 끝나지 않나? 현실에서 그런 걸 실행할 사람은 없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속으로는 의문이 들었다. 정말일까?
며칠 후, 그의 이름이 인터넷에 떠올랐다.
“XX 변호사, 클라이언트와 불륜 의혹”
“XX, 과거 비리로 경찰 조사 받는다”
어디서 시작됐는지도 모를 이야기들이 소문처럼 퍼졌다. 처음에는 댓글 몇 개뿐이었지만, 곧 수백 개, 수천 개의 비난으로 바뀌었다.
“변호사라더니, 진짜 쓰레기였네.”
“이제야 본색을 드러냈구나.”
“정의는 살아 있다. 이런 인간은 망해야지.”
나는 그의 집을 찾았다. 초췌한 얼굴로 소파에 앉은 그는 마치 무너져가는 성처럼 보였다. 술병이 테이블 위에 널려 있었고, 그는 나를 보자마자 힘없이 웃었다.
“재미있지 않아?”
그는 내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사람들은 내가 뭘 했는지 아무것도 몰라. 그런데도 이렇게 나를 죽이려고 달려들잖아. 정의를 외치면서.”
나는 침묵했다. 그는 한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사실, 내가 정말로 뭘 잘못했으면 좋겠어. 그래야 적어도 내가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으니까.”
그는 술잔을 내려놓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정의의 편에 있다고 믿으면 아무렇지도 않게 칼을 휘둘러. 그게 날 찌르는 줄도 모르고 말이지.”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사람들은 정의를 믿지만, 그 정의가 얼마나 폭력적인지는 신경 쓰지 않는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비난은, 스스로를 선한 사람으로 보이게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이었다. 누군가를 조롱하고, 비난하고, 그것이 옳다고 믿는 순간, 그들은 자신이 옳은 세상을 만드는 영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행동은 결국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을 산산조각 내는 폭력이 되기도 한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휘두르는 칼이 가장 위험한 법이지.”
그가 했던 마지막 말이 떠올랐다. 나는 그 말이 맞는지, 틀렸는지 답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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