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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을 나누지 못하는 이유, 그리고 여전히 열려 있는 마음

오늘, 정말 좋은 일이 생겼다. 기쁘다. 오랜 시간 기다려왔던 일이 드디어 잘 풀린 거다. 너무 기뻐서, 누구에게 이 기쁨을 전하고 싶었다. 한참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연락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기쁜 일을 나누고 싶었는데, 나누고 싶은 사람이 없다는 게 이렇게도 허전한 일일 줄은 몰랐다.

그 순간, 무언가가 툭 튀어나왔다. 왜 없지? 왜 내가 기쁜 일을 말할 사람이 없지? 그 질문이 계속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왜 이런 건지... 나는 천천히 생각을 되돌려봤다. 그리고 기억이 뚝 끊기듯 떠올랐다. 그 일이 있었다. 그 기억. 그 친구들.

몇 년 전, 나는 또 그런 기쁜 일이 있었고, 마찬가지로 기쁨을 나누고 싶어서 연락을 했다. “오늘 좋은 일이 있었어. 너희랑 나누고 싶어서.” 그때는 단순히 그랬다. 나의 기쁨이, 누군가와 나눌 수 있을 만큼 소중했으니까. 그런데 그 후, 그 친구가 내 소식을 어떻게 전했는지 알게 됐다. 그 친구는 내 기쁜 소식을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말한 거다. “걔, 이번에 완전 잘난 척하는 거 봤어. 진짜 못 봐주겠다.”

내가 그 말을 들었을 때, 그 순간의 공허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정말, 나는 이렇게 순수하게 기쁜 일을 나누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건 단순한 기쁨이었고, 그저 나누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변질될 줄은 몰랐다. 그렇게 내 마음이 다른 사람에겐 비웃음거리로 변할 줄은 몰랐다. 그런 배신감이 내 가슴에 파고들었을 때, 나는 알았다. 더 이상 그렇게 마음을 열면 안 된다고.

그 후로, 나는 점점 사람들과의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기쁜 일이 있어도 나누지 않았다. 내가 마음을 열어봤자, 또 다시 그런 일이 일어날까 봐 두려웠다. 내가 내 기쁨을 공유하면, 결국 그 기쁨은 나를 비웃는 도구가 될 거라고,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먼저 연락하지 않게 됐다. 누군가 내게 연락을 하면, 고맙다고 생각하고 대답했지만, 나 자신은 여전히 그 문을 닫아두었다. 내 마음이 다시 상처받지 않도록.

그게 그렇게 쉽지 않다는 걸, 오늘에서야 다시 느꼈다. 기쁜 일이 생기면, 사람에게 말하고 싶은 그 마음은 아직도 남아있었다. 그러나 그건 나누지 않겠다고, 그 문을 닫은 거였다. 그렇게 스스로 만든 벽 안에서 나는 혼자서만 기쁨을 간직했다. 그런데 그게 왜 이렇게 공허한 거지? 왜 이렇게 텅 빈 마음이 되는 거지?

나는 이제 사람을 믿지 않는다. 내가 마음을 내비치면, 그 마음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때처럼, 내가 주었던 마음이 다시 내 등을 치고 돌아오는 건 너무나 싫었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먼저 다가가지 않는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나는 혼자서도 잘 살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기대하지 않아도 될 만큼, 내 자신에게 충실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기쁨을 나누고 싶었던 내 마음은 여전히 가슴속에서 숨을 쉬고 있었다. 결국, 나는 그 문을 닫았지만, 그 문을 다시 열고 싶은 마음도 여전히 있었다. 그때처럼 누군가 나에게 그 문을 두드릴 수 있을까? 다시 한번 내 마음을 열 수 있을까? 모르겠다. 아마도 내 문은, 아직도 조금 열려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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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준은 자신이 한 선택에 대해 자부심이 있었다. 대학 시절부터 봉사 동아리 활동에 몰두했고, 졸업 후에도 지역 아이들에게 학습 지원을 이어갔다. 주말도 잊은 채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며, 그는 자신의 삶을 헌신으로 가득 채웠다.

그 과정에서 동아리는 지역 사회에서 점점 더 많은 인정을 받았고, 그의 노력 덕분에 많은 아이들이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의 마음 한편에는 알 수 없는 공허함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그는 누군가의 삶에 진정한 변화를 남겼다고 믿었지만, 자신의 헌신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 점점 더 불확실해졌다.

특히 마음을 많이 쏟았던 아이는 수민이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항상 밝고 열심히 노력했던 수민은 현준에게 특별했다. 그는 수민의 대학 진학을 위해 주말을 반납하며 공부를 도왔고, 필요한 교재도 자신의 돈으로 사주었다. 수민이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을 때, 현준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기뻐했다.

하지만 대학 진학 후 수민의 연락이 뜸해졌다. 현준은 바쁜 대학 생활 속에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려 했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섭섭함이 쌓여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우연히 수민의 SNS 글을 보게 되었다.

> “앞으로도 나는 내가 원하는 목표를 향해 달려갈 거야. 여기까지 오는 동안 스스로 정말 열심히 해왔고, 나를 믿고 포기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지금까지 잘 해온 나 자신에게 칭찬하고 싶다.”



글을 읽는 순간, 현준은 마치 가슴에 돌을 얹은 듯한 무거움을 느꼈다. 글의 내용은 수민 스스로의 성장을 자랑하는 것이었지만, 그 속에서 자신의 존재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은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은 것 같았다.

그날 밤, 그는 혼자 술잔을 기울이며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나는 왜 이렇게 서운한 걸까? 결국, 내가 선택해서 한 일이었잖아. 그런데도 나를 기억해주길 바란 건 내가 욕심을 부린 걸까?”

며칠 후, 그는 여느 때처럼 동아리 회의에 나갔다. 밝은 표정을 지으려 애썼지만, 그의 얼굴에는 어딘가 모를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회의가 끝난 뒤, 동료 윤정이 다가와 말했다.

“현준 씨, 요즘 좀 힘들어 보여요. 무슨 일 있어요?”

현준은 한참을 망설이다가 수민에게 느낀 섭섭함을 털어놓았다. 자신이 얼마나 헌신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어진 것 같은 상실감을 조심스럽게 고백했다. 윤정은 그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은 뒤 입을 열었다.

“현준 씨,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게 맞을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하는 일은 어차피 누군가의 감사나 인정 때문에 하는 게 아니잖아요. 물론 누군가가 기억해주길 바라는 건 당연해요. 하지만 우리가 남긴 흔적은 상대가 알아채지 못하더라도 어디엔가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하는 일의 가치는 우리가 알아주면 되는 거 아닐까요?”

윤정의 말은 단순했지만 묘하게 현준의 마음을 울렸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는 여전히 상처받은 마음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지만, 윤정의 말 속에서 작은 위안을 찾을 수 있었다.

“내가 남긴 흔적은 상대가 알아채지 못해도 어디엔가 남아 있을 거다…”

그는 스스로를 조금씩 다독이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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